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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고 1학년 국어공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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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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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시범수업 - 문정희, '겨울 일기'
    시범수업의 고개를 넘다.


                           2015년 5월 10일 일요일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라고 지인이 페북에 올린 구절들을 읽었다. 내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는 벌써 몇 번째 돌고 있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압권이다. 자기를 알아달라고 보리랑 라울이가 아웅아웅 소리를 내기도 하고, 진한 커피 한 잔을 위해 커피물 끓이는 소리, 내리는 향기 이런 것들이 일요일이 가고 있음을 알린다. 지금은? 토닥토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있다.

지난 목요일 문과교생 70여명과 관련 교과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동강의실에서 내 수업의 참관이 있었다. 이름하여, '교생실습 기간의 시범수업'이 되겠다.  
수능특강 문제집을 대상으로, 중간고사 끝난 첫 시간에, 고3 수업을 하게 되어 유감이었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수업이라 그 어떤 이유로도 협상이 불가한 수업이라고 했다. 순서 그대로 지킬 것! 하필이면 국어과가 시범수업을 하게되는 올해 내 차례가 되었으니, 이건 내 복이라고 할 밖에.

지나고 나니 실제 이건 내 복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를 가르치는 내 수업이 이렇게나 허술한 것을 돌아볼 수 없었을 것이며, 문정희 시인도 잘 몰랐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후배들 앞에서 선배로서 국어교과 전문성을 돌아볼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후련한 마음이 크다. 잊기 전에 여기에 그 수업지도안과 학습지를 올리며 수업과정을 몇 자 적는 것으로... ㅎ

- 학습목표에서 1번, 섬세한 시 읽기를 이야기하며 시는 마른 미역과 같은 것, 시 읽기는 미역국 끓이기라는 말을 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섬세하게 감상함으로써 풍부하게 의미를 되살리는 것. 모둠별 활동인 1번이 잘 된다면, 2번은 거저 얻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 준비과정에서는 도입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앞부분을 들려주며, '화자' '상황' '정서와 태도' 이 세 가지 개념을 환기시키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과감히 생략했다. 잘 한 일.

- 시를 온전하게 처음 만나는 방법으로 낭송하기. 시 제목의 중요성을 말하며 여지를 주곤 바로 내가 모범낭송을 했다.  감을 잡았느냐? 그렇다면 어떤 어조로 읽어야 할까? 등의 발문에 이어, 전체 낭송을 하게 했다. 시낭송은 개인적으로 시를 만나는 가장 첫걸음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세 차례 정도 낭송이 이어지며 아이들은 시를 만났다.

- 모둠별로 시 감상해서 발표하는 수업 형태를 설명하며, 그러기 위해서 세 단계를 짚어 주었다. 첫째 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로 생각하기 (화자, 상황, 정서와 태도) 둘째 시의 내용과 형식은 긴밀한 연관으로 이루어진 언어적 구조물이라는 점, 표현상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자는 것. 셋째 다양한 맥락에서 감상하는 단계로 시의 소통구조랄지, 그 중에서 '시와 나'에 집중해서 깊이있고 자유롭게 감상하는 단계를 간단히 설명했다.

-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감상 과정을 지도했는데, 모둠은 번호순 랜덤으로 4명이 한 모둠 모두 8개 모둠으로 구성했다. 되도록이면 적게 구성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했는데, 우연하게도 조용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모둠이 하나 정도. 나머지는 선행지식이 필요없는 시 감상이라 다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모둠 발표 시간, 대략 연을 나누어 발표하게 했는데, 아이들이 깊이있게 발표를 잘 해줘서 고마웠다. 늘 학생은 교사를 앞지른다. 학습지 구성에서 작가 측면의 상상을 위해 (1970년대, 시인이 20대에 쓴 시)라고 슬쩍 메모해둔 장치를 보고 아이들은 이 시를 단순 연애나 이별시가 아니라 시대적인 이별, 그에 따른 고통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냈다. 이건 문정희 시인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인지라, 아이들의 머리에서 그런 상상이 나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반어적인 표현은 중간고사 시험범위이기도 한 김광규의 '상행'을 언급하며 비교적 쉽게 이끌었다.

- 비유적 표현이 문학적으로 참신하려면 유사성(비유의 성립 조건!)에 못지 않게 이질성이 있어야 함을 설명하는 단계이다. '겨울 일기'의 비유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아이들이 이전에 배운 시 (송수권의 '까치밥', 정현종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를 준비했고, 광화문 글판에서 비유가 두드러진 거 두 개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바로 '겨울 일기'의 낯선 비유로 들어가, 그 비유를 살려서 다시 감상하는 것까지.... 휘리릭 순조롭게 이어졌다.

- 그러나 여기까지 했는데 시간이 거의 끝났다는 것! 이번 수업에서 가장 큰 실패는 시간 배분 혹은 수업량의 과다였다. 실제 도입부에서 이소라 노래 듣는 것도 과감하게 빼고, 모둠별 시감상에 이어 모둠별로 비유가 잘 살아난 시 고르고 발표하기도 뺀 것은 잘 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그렇게나 깊이있게 시간을 써가며  모둠 활동을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정리활동(시 학습지 정리, 과제 예고 - 엮어읽기로 비슷한 시 '가을 노트'를 비교하며 감상하기)을 하기가 어려웠다.

- 아쉬워서, 휘리릭 정리하며, 문정희 시인 만난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시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곤 놀라워한다. ㅎㅎ 암튼 그때 종이 치고, 남들이 지켜보는 이상한 환경에서 이렇게나 수업을 잘 들어준 너희들 덕분이다 말하는 것으로 수업을 끝냈다. 벌써 홀가분했다.

- 이어진 평가회에서 자평으로 여러 문제점들을 잘못했다 고백했으니, 나머지는 주례사비평 정도의 칭찬이 이어져서 몸둘 바를 몰랐다는 것. 암튼 수업은 끝났고, 한 고개는 넘었다. 자세한 사연은 첨부파일로 올린 시범수업지도안과 학습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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