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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르샤
Homepage    http://lechat.pe.kr
제 목    [국어샘, 그냥] 만화책 <귀의 산책>

저녁먹고 산보가듯 도착한 동네 책방, 그 책방에서 하염없이 책을 보다가 발견한 만화책이었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귀의 산책이라.... 청각에 예민해지란 말이지....
줄무늬잠옷을 입은 소년이 두 손을 귀에 대고 있는 표지이다.
점점이 떨어지는 것은? 비다! 맨발, 맨손으로 귀기울여 듣는 것은 빗소리이다.

첫 장면

비 오는 밤... 잠 못드는 어린이가 빗소리를 듣고 있어요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듣고 있어요.
'아, 자동차가 지나가는 구나'
'비 오는 날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는 참 신기하구나.'
그래서 귀는 도로까지 나들이를 나간답니다. 집을 나와 이웃집 스즈키씨의 집 앞을, 무라야마씨 집 앞을......지나서 큰 길가의 태양당 약국 앞의 우체통까지.
'또 온다. 앗! 이건 오토바이군!'
'우왓! 재밌다'
'!'
'개가 짖고 있잖아?'
'분명히 산타 녀석이군'
'그곳에서 귀는 우체국을 왼쪽으로 돌아, 채소가게와 빠징코가게와 술집과 전파상과 국수집 앞을 지나...... 산타를 만나러 갑니다.
'아, 역시 산타, 너였구나'
'왓!'
'나야, 이봐 산타, 나라니까. 나'
'누군지 알겠니?'
'나라니까, 나!'
'야 임마, 핥지마'

그리고 이어지는 맨 마지막 장면

'야, 하하하하, 하지 말라니까, 이게'
'멍!'
'엥!'
앗?!
으아앙~~~~~~~!

표제작 '귀의 산책'을 보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꼭 내 귀가 비오는 날 산책을 나갔다가 챠르르륵 타이어바퀴에 빗줄기 튀는 소리를 듣다가 장난꾸러기 강아지에게 먹히는 꿈을 꾼 것 같았다.

내 귀도 산책을 보내볼까? 방금 냉장고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리고, 에프엠 라디오에서는 오페라의 한구절이 나온다. 컴퓨터 팬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가 나고, 째깍째깍 벽시계 초침소리도 들린다. 겨울이라 춥다고 꼭꼭 닫아놓은 창문 틈으로 부웅 버스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대체로 멋없는 소리들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를 생각해보자. 솔바람 소리, 파도 소리,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첼로 소리,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댓바람 소리, 같은 영화의 풍경소리,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그리운 친구의 목소리, 기다리던 전화벨소리, 발자국 쿵쿵 울리며 집에 들어오는 가족의 발자국소리, 옛날 같으면 모뎀 연결되는 소리, 멀리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이 만화책은 '마사유키 모리'의 창작집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도 생각하는 품이 전혀 낯설지 않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을 만화로 표현하다니 놀라울 뿐. 꿈과 꿈사이, 혹은 그 언저리, 시각과 청각과 촉각, 그리고 마음결의 미세함을 포착한 수작들이 많다.
작가 후기에 '어른이 되었는데도 외롭다면 곤란하지만, 하지만 그런 밤도 있기 마련이다'라고 써놓았다. 꿈과 꿈의 전후, 외로움에 대해서 쓴 책. 작가 스스로, 말수가 적은 센치한 책이라 했던 이 책의 어느 하나라도 마음에 든다면 작가 또한 기쁠꺼란다.

마음에 들었던 것을 딱히 뭐라고 찝지 못할 만큼 여기에 실린 만화들은 매력적이다.
'모자'는 허리를 굽히고 땅에 바짝 얼굴을 들이대고는 뭔가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풀에서 발견한 손톰 크기의 모자를 들여다보다가 그곳에 적힌 이름을 발견하고는 다이제스키브와 같은 비스킷을 살며시 놓아두는 여자애. 다음 날 가보니 그 작은 선물은 없고 남아있는 것은 작은 발자국뿐. 이것이 그 소녀애와 모자주인이 나눈 여름방학 추억이란다.
'약간 쓸쓸한' 이란 제목의 만화는, 얇아진 달을 보면서 왠지 쓸쓸하다고 어느 어린 소년이 말을 했더니 누나에게 '어린이 주제에!'라는 말을 들었단다. 그러나 모르는 길을 걷고 있을때, 아침에 아직 어둠이 걷히기 전에 눈을 떴을 때, 산책도 못나가는 개를 생각할 때, 감기에 걸려 혼자 만화보고 있을 때.... 나는 어린이지만 왠지 쓸쓸하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한 권의 만화책을 읽다가 참 많은 감정을 경험했다. 잔잔한 몽상의 기록, <귀의 산책>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환호하며 나는 읽었다. 이 멋진 만화책 읽기를 권한다. 다들 아는 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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