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otal : 55, 1 / 3 pages
|
|
 |
 |
 |
|
| 이 름 |
르샤 |
 |
| Homepage |
http://lechat.pe.kr |
|
| 제 목 |
[2009년 11월 3일] 십일월 초반, 중화고 교정 |
|
십일월 초반, 중화고 교정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십일월이 되었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달을 말할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4월과 11월을 놓고 궁리하게 된다. 둘 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눈으로 자연을 둘러보게 되는 달이다. 사월의 둘째 주와 셋째 주 사이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시월말에서 십일월로 넘어가, 한두 주일까지 또 형형색색으로 물들다가 가뭇없이 떨어지는 모습은 어떠한가. 설레이게 한다는 점에서는 4월이 앞서고, 생각이 깊어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11월이 앞선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 4월과 11월 중 하나만 고르라고 짖궂게 말한다면, 음..... 당장 눈 앞의 가을이라고 11월을 고르겠다. 늦은 가을, 깊은 가을, 알싸한 냉기가 코를 찡하게 하는 날씨가 될 것이다. 늦은 11월이 기다려진다.
월요일, 그러니까 2009년 11월 2일 점심 먹고 한 바퀴 돌았던 학교 풍경이다. 갑자기 추워져서 다들 겨울 외투를 입고 온 날인데 본관 앞 목련나무는 여름과 가을과 내년 봄이 공존한다. 나무들은 올해 이미 내년 준비를 다 해놓았다고 하던데, 그게 제일 잘 보이는 것이 목련 눈이다. 우아한 꽃도 좋지만, 반짝이고 동글한 목련 잎도 좋았다. 다른 잎들에 비해 아름다운 색은 아니지만 목련 낙엽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올려다본다.
올 가을에 내가 제일 예뻐했던 운동장 가 벚나무도 이젠 잎이 다 졌다. 이 나무를 찍은 사진을 몇 장 아는 분들에게 드렸더니 몇몇 분이 이 나무를 당신들의 컴퓨터에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으셨다. 그랬던 나무도 이젠 겨울나무가 다 되어간다.
본관에서 정문으로 걸어내려가는 계단 입구. 월요일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은행나무 아랜 잎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아직 본격적인 샛노란 단풍이 아니어서 아까웠다. 향나무와 은행나무 사이 길.
교문 쪽의 복자기와 벚나무는 상대적으로 입을 달고 있다. 붉은 단풍이 멋지다는 복자기
마지막, 마지막 하면서 자꾸 찍고, 자꾸 집어 드는 벚나무 잎새.
그 벚나무도 내년 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주 황홀했던 내 나무, 서어나무도 마지막.
이건 수요일, 2009년 11월 3일의 중화고 나무들이다. 지난 주에 노랑에 환호했다면 이번 주는 붉은 색이 주인격이다. 복자기를 새삼스레 들여다보다.
서어나무도 잎은 거의 떨어지고 꽃차례만 남았다. 이게 근육질 몸매와 함께, 노란 단풍과 함께, 서어나무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올 가을 내내 ‘단풍이 들었다’고 하면서 정작 단풍나무 다섯손가락엔 눈길을 주지 못했다. 이제야 단풍나무의 차례. 난 세 번째, 얘가 제일 맘에 든다.
단풍나무 아래 낮게 깔려있던 매자나무, 그 매자나무의 결실
매자나무 뒤, 그러니까 단풍나무의 뒤가 되기도 한다. 이건 어떤 덩굴? 수줍은 빨강이다.
|
|
|
|
|
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