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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르샤
Homepage    http://lechat.pe.kr
제 목    [국어샘]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학교에 대한 즐거운 상상2)

김용성, 김은옥, 김인규, 한은희 지음, 디딤돌



얼마 전에 우리 학교의 맞은편에 있는 중학교 소식이 신문을 장식했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남들이 ‘강남 1번지’로 부르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마주보는 양재천변에 있다. 그 학교의  중학교 2학년 전원이 일 주일동안 ‘양재천 꾸미기 설치전 - 도심 속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행사를 벌였고, 모처럼 학원이나 과외도 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를 본 주변의 반응은 여럿으로 갈렸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그 모든 외압을 뚫고 아이들과 뭔가를 이뤄낸 미술선생님의 수업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모둠 발표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마음 고생이 심했던 신참 선생님은 ‘일주일동안이나’ 학원 스케쥴을 빼면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놀라워했고, 나는 ‘고작 일주일간의’ 바람을 쏘이고 다시 밤늦도록 학원을 돌아와야 하는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궁금했다. 기사에 따르면 백점만 강요하는 학벌사회를 꼬집는 작품에서부터 발랄한 착상과 기지가 넘치는 작품이 여럿 전시되었다고 했다.

그 학교의 미술 선생님이 설치전을 통해서 아이들과 나누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미술이란 그 누구의 전유물이 아닌,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이며 발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경험을 발랄하게 표현하기 위해 궁리 끝에 작품을 만들었고, 그 작품을 깔깔거리며 소비하고 소통하며 즐기는 것이 살아있는 미술 교육임을 보여주신 전시를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미술 교육은 아직도 상당 부분 박제되어 있다. 12월에 들어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아이들을 인솔하고 과천 현대미술관을 다녀오신 선생님 왈, 아마 서울시내의 모든 중3과 고3들이 온 것 같더라, 얼마나 아이들이 많던지 빨리 보게 하고 집에 보내느라 작품 구경도 못했다고 하셨다. 현장체험학습이 몰리는 학기말이나 방학때 전시장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풍경은 우리 미술 교육의 현주소일 것이다. 티켓을 첨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건성으로 지나가는 전시장 관람에 그치고 만다. 이제 작품들은 위압적이며 고상한 이미지에서 빨리 해치워야할 숙제가 되어버렸다.

요즘 나오는 책 중에서 학교나 교과와 관련해서 ‘살아있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제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간의 교과서나 학교는 얼마나 죽어 있었길래 살아있다고 하는가 웃고 말았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교육’이라면 배우는 주체들의 삶에 기여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 안면중학교의 교과통합 수업사례 <안면도 프로젝트>를 소개한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는 헌신적인 선생님과 활기찬 아이들이 살아 숨쉬는 책이었다. 내가 학교라는 공간을 생각할 때 늘 떠올리는 사진집 『멈춘 학교, 달리는 아이들』(교육사진연구회, 눈빛)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문제 제기, 학교 돌아보기였다면,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는 그 공간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녹아있고, 통합 교육의 현장을 다룬 신나는 책이라 하겠다.

나에게 안면도는 서해고속도로 이후에 발견된 지명이다. 안면도는 외지인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안면도 소나무숲을 보러 갔던 여행길에서 꽃지해수욕장에서 보았던 낙조에 감탄했고, 해산물이 풍부한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 묵었던 곳이다. 안면도 꽃박람회 때문에 공사가 한창이었던 그곳이 나같은 관광객에 비친 안면도였다면, 이 책에 나오는 안면중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누비고 다녔던 소나무숲과 갯벌, 바다는 교육의 현장이자 그 아이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안면도였으니, 일종의 안면도의 재발견인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안면도 프로젝트>의 자전거 탐사길인 동쪽 해안이나 닭섬을 넘어선 것에 있다. 부족한 것투성이의 사춘기 아이들이 가족과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깨닫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다정하고 섬세하게 아이들을 이끌어주었던 선생님들의 모색은 놀라운 감동이었다.

<안면도 프로젝트>는 2004년 일년간의 안면중학교 국어과, 사회과, 미술과, 과학과의 교과통합수업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수업이 있기까지는 2002년에는 미술과와 국어과의 협동수업으로 이루어진 <화장실 프로젝트>, 학교길 그리기에서부터 학교 주변의 솔밭을 솔향길로 꾸며낸 <산길 프로젝트>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아이들을 부추기고, 즐겁게 실행에 옮기도록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미술과 김인규 선생님이다. 한때 홈페이지에 예술 사진을 올렸다가 최근에 ‘유죄교사 김인규와 죄없는 친구들’이라는 전시회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유명세를 치르고 계신 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는 ‘교사’ 김인규의 재발견이었다.

앞선 프로젝트의 경험을 살려 <안면도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의 삶과 함께 하는 교육, 교과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이룬 교육,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확장한 교육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고 출발했다. 교과 선생님들은 개인의 인식에서 지역사회로의 진입이라는 큰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교과협력 수업을 마련하고 과정을 지켜보며 견인해내는 역할을 맡았다. 사회과의 ‘장소 느끼기’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곳과 싫어하는 곳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장소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성찰하도록 했고, 국어과의 ‘우리집 역사 쓰기’와 ‘우리 가족 소개하기’ 수업에서는 가족과 안면도의 역사를 돌아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섬세하게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다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얘기를 꺼내게 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반성은 이 책이 빛나는 지점이다. 가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수업의 의도가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속내를 적었던 국어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아이들 마음을 향한 길을 만났다는 표현은 수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내게도 부러운 대목이었다.

안면중학교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섰다. 야외 수업에서 선생님들의 의욕과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의 반응에 실망을 하다가 깨달은 것은 적절하고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솔향길에서 ‘봄 찾아 그리기’를 했을 때의 아이들은 스스로 즐겁게 미술 시간을 이끌어갔다. 변화는 아주 느리고 미미하게 오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교사에게 중요한 발견이 되었다. 그 변화를 믿고 섬세하게 준비하고 마음으로 함께 달려갔던 <안면도 프로젝트>는 안면발전협의회의 제안으로 안면도 동쪽 해안 지역을 자전거로 탐사하는 안면 탐사대를 꾸리게 된다.  

안면탐사대의 활동을 통해서 성취감을 맛본 아이들과 선생님은 이제 본격적인 주제통합학습으로 닭섬으로 갯벌체험에 나섰다. 국어과에서는 소풍지 닭섬 이야기와 지명의 유래를 공부했고, 사회과에서는 갯벌의 생태와 중요성을 배웠으며, 갯벌도감 만들기와 갯벌 축구 등의 활동을 배치하여 놀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왔다. 헌신적이고 활기찬 선생님들의 힘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교육은 교사 사이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실감했던 대목이다.

이후 사회탐구반의 대천간 연륙교 건설 계획에 대한 설문지 평가라든지, 모둠별 안면도 여행수업을 통한 지역사회에 대한 비평과 발언을 통해 아이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서 세상 밖으로 한 걸음씩 나왔다. 일 년이라는 지속적인 시간, 교과 선생님들의 꾸준한 만남을 통한 아름다운 협력, 교육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어우러져 <안면도 프로젝트>는 안면도 전체를 배우고 경험하는 장으로 삼은 수업이었으며, 부러워만 하지 말고 각자의 학교에서도 해보라는 자극을 준다.

자, 그럼 내가 있는 학교에서도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나는 학교도서관을 맡고 있고, 국어교사로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꿈만은 남에게 뒤지지 않으니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4월 과학의달에는 과학과와 함께 좋은 과학책을 소개하는 수업을 하고, 5월에는 가족끼리 책선물을 해보는 거다. 작가를 초청해서 작가가 꿈인 아이들이 모이고, 사회과에서는 도서관에서 주제토론수업을 할 수도 있다. 미술과와 협력해서 책을 만들어도 보고, 방학에는 문학기행을 떠나도 좋고,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클럽을 만들어도 좋다. 북크로싱으로 교정 여기저기에는 아이들이 돌리는 책들이 발견되고, ‘밤새워 책읽기’같은 행사도 도서관에서 열어도 좋겠다. 한비야 따라하기, 책 권하는 엽서 보내기는 어떨까? 프로젝트에는 즐거움과 자발성이 꼭 필요하니 책으로 뭔가를 이뤄보겠다거나 나중에 도움이 되겠다는 유용성은 뒤로 미뤄두자.  즐겁게 놀면서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노는 프로젝트, 학교도서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2005년 12월 20일)
웹진  땡땡의 서재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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