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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르샤
Homepage    http://lechat.pe.kr
제 목    [국어샘, 엄마] 시타델의 소년
아이는 어떻게 어른으로 성장하는가

『시타델의 소년』
제임스 램지 울만 지음, 김민석 옮김, 양철북

                                                                      2009년 12월 30일


이 책은 오래전 이야기였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말처럼, 시타델이라는 위대한 산을 정복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 루디가 어떻게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말이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의 물음에 난 자주 ‘책과 풍경, 사람’을 든다. 성장과 배움의 길에서 좋은 책 몇 권,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경탄하며 바라봤던 시간, 그리고 인생의 선생님으로서 사람을 만나는 것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타델의 소년』을 읽으면서 한 항목을 추가하고 싶었는데, 그것은 ‘결핍의 힘’이었다.

루디는 알프스 골짜기 마을의 호텔 주방에서 접시닦이로 일한다. 그러나 루디의 마음은 온통 시타델산에 가 있다. 이 산에 오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시타델산, 여기에 마지막으로 오른 이는 루디의 아빠 요제프 맷이었다. 가이드의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장렬하게 죽음을 택한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루디는 결핍의 다른 한 쪽을 꿈으로 채운다. 시타델산을 오르고 싶다는 꿈은 루디에겐 이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아빠를 향한 길이기도 하고, 그 아빠가 물려준 산악인의 운명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산에서 잃었기에 하나 남은 루디만은 가이드로 살게 하고 싶지 않은 엄마 마음을 알면서도 루디의 마음은 산에 가 있다.

산을 오르겠다고 찾아온 등반가 캡틴 윈터가 루디에게 한 말이 있다. ‘젊었을 때에는 꿈을 꾸어야 해.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그 꿈을 잊지 말아야 하지.’ 그게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꿈이라고 할 수 없다.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한 의지와 열정이 꿈인 것이다. 루디는 결핍에서 길어올린 꿈을 위해 순수한 의지와 열정을 지녔으며,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용기 있는 소년이었다. 주인공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그런데 주인공의 완벽함이 드러나는 부분은 우리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에 루디가 휘둘리는 순간이었다. 왜 나라고 (뒤쳐지는 사람을 버려두고) 올라가면 안되냐는, 마음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오만과 욕심이 평온함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난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루디와 한 편이 되어 산에 올랐다. 함께 안타까워했고, 또 함께 평온한 마음을 다시 맛보았다. 용기와 의지와 열정의 뒤편에 존재하는 욕망과 죄책감까지 생생하게 그려내어 감동이 컸다.  

좋은 책, 특히 좋은 성장소설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루디의 아빠와 함께한 등반길에서 사고를 당한 테오아저씨는 산에 오를 수 없는 몸이다. 그러나 산을 향한 열정만은 고스란히 갖고 있기에 루디의 열망에 불을 지펴준다. 산에 오를 수 있도록 여러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루디가 과욕을 부려 위험해질 때가 있었다. 경험만한 교육이 있을까. 테오아저씨는 애정을 담아 나지막하게 잘못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스스로 깨달아 몸둘 바를 몰라 하게 만드는 것, 그것으로 루디는 부끄러움을 알고 자신을 제어할 줄 아이로 자란다. 캡틴 윈터, 윈터아저씨는 루디가 시타델산에 올라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신뢰의 눈길을 보내며 지지해주는 것, 아이를 믿어주는 것은 성장의 거름이 되었다. 삼촌인 프란츠나 맷부인, 과욕을 부리다가 루디에게 생명을 의탁해야 했던 가이드 삭소마저도 루디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멘토가 되어준 사람들이다. 특히 같은 엄마의 자리에서 나는 맷부인이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아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거라는 것, 그 진실이 두려워 엄마가 설계한 삶을 살았으면 했던 맷부인의 바람은 이해할 만 하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맷부인은 놀랍도록 침착하게 아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보인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길에서 그런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읽은 책만큼 난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이 길어졌다.  

올해 나는 고3 엄마, 고3 담임의 자리에 있었다. 우리 생애 최선의 순간이라고 격려하며 일 년을 살았지만, 우리집 딸을 포함해서 우리반의 딸내미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정시 원서 마감 즈음에 겨울방학식을 했다. 그날, 올해의 마지막 종례에서 나는 ‘고민하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실력에 비해 수능 점수가 잘 나왔다고 우쭐할 일도 아니고, 못나왔다고 마냥 슬퍼할 일 만도 아니라는 것. 오늘의 고민과 슬픔이 자기를 튼튼히 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은 내가 책에서도 읽었고, 내 삶에서도 확인한 바라는 말을 했다. 고민과 결핍에서 길어올린 탄탄한 꿈, 그런 꿈들을 잃지 말고 새해를 맞이하라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면 그건 꿈도 아닌 것, 꿈을 향한 의지와 열망이 꿈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시타델의 소년』을 통해 느꼈으면 한다.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에 개인적으로 내게 칭찬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남한산성 자락에 살기 때문에 자주 남한산성에 오르자는 약속을 올해 나는 아주 잘 지켰다. 루디가 올랐던 시타델산은 아니지만, 매주 올랐던 남한산성에서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만났고, 후드둑 떨어지는 땀도 맛보았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안으로 뿌리는 내리는 겨울나무를 지켜보았다. 수능 이후 고민하는 딸에게 고운 등산화를 선물하고 같이 오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책으로 해결하려는 책상물림 탓에 올해 읽은 책 중에 산에 관한 책이 몇 권 있다. 『정상에 오르기 3미터 전』(롤랜드 스미스 지음, 김민석 옮김, 시공사)을 읽고 나서 연이어 읽은 『시타델의 소년』, 그리고 ‘옛길’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안치운 선생님의 『시냇물에 책이 있다』(마음산책)에도 산에 오르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타델의 소년』을 읽으면서 이런 솟구침들을 몇 자라도 적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으니, 2009년을 갈무리하는시간에서 산은 내게 열쇠말이 되었다. 안치운 선생님은 등산을 신성을 깨닫는 경험이라고 하셨다. 내가 남한산성에 꾸준하게 올랐던 길은 뭐였을까. 나 혼자만의 시공을 가질 수 있었고, 놀라운 자연에 경탄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충실해지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타델의 소년, 루디에겐 아빠와 함께 꿈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루디는 알프스 산맥의 가이드 중 가장 유명한 가이드가 되었다고 한다. 소설가이자 등산가였던 작가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니, 작가가 만났던 수많은 산사람 중에 상상력을 보태어 루디를 만들었지 싶다. 루디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원작이 나온 지는 꽤 되었다지만, 배움과 성장의 길에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힘은 무엇인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좋은 책 한 권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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