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유럽] 4. 스톡홀름의 날
2023년 8월 3일
○ 2023년 7월 23일
오늘은 4개국 중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짝 들르는 날이다. 하루 찍고 가는 거라 공무일정대로, 충실하게 지내야 한다. 헬싱키처럼 살짝 서점에 가고 싶지만, 짬이 안 났다. 핀란드가 소박 조촐하다면 상대적으로 스웨덴은 세련미가 있단다. 좀 더 잘 살기도 하고, 스톡홀름 시내만 돌다보니 그런가 왕궁만 아니면 신도심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것도 버스 타고 휙 지나간 느낌에 불과하다.
1. 일출은 보내준 사진으로 대신하고
실자(실야) 라인 크루즈는 2인1실, 생각보다 쾌적했다. 난 안 했지만 샤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푹 자느라 일출은 일행이 보내준 사진으로 대신했다. 발트해를 지나며 창으로 보이는 풍광을 많이도 찍었다. 아침 먹기 전에 썬덱에 올라갔다. 유쌤과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신선한 바람만 불었을 뿐, 거기서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일단 스톡홀름 항구에 내려 하루를 시작했다.
2. 스톡홀름의 가이드
마녀 모자를 쓴 스톡홀름 현지 가이드는 개성이 넘쳤다. ‘스톡홈’이라고 발음하는 게 인상적이었고, 만나자마자 스웨덴의 규모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유럽에서 러시아를 빼면,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스웨덴이 세 번째로 크고, 우리와 비교하면 다섯 배 큰 지역에서 또 다섯 배 작은 (그러니까 오분의 일) 인구라고 하셨다.
3. 고전과 모던이 잘 어울린 시청사
스톡홀름은 올해가 생긴지 100년, 그러니까 우린 의미심장한 해에 방문한 셈이다. 그걸 하루에 휘리릭 점을 찍고 가다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중앙역을 지나서 왕의 섬에 있다. 수로가 발달했다. 철광석에서 나온 빨간색 벽돌로 된 시청사는 고전과 현대가 만난다는 느낌을 줬다. 800만개의 벽돌로 지은 건물이다. 1층의 파란방(실제는 붉은 벽돌의 방)의 모던함이 인상적이었다. 이 방에서 노벨상 리셉션을 한다. 국가낭만주의의 기치 아래 대량생산에 반기, 모든 것을 수공업적으로 한다고, 가이드는 조금씩 다 다른 것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1층에 비해 화려한 2층 황금의 방에서는 목이 잘린 수호성인 에피소드를 들었다.
실내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중층의 흰 구름이 장관인 왕궁 정원이었다. 지운다고 지웠는데도 여기에서 셀카가 과도하게 많다. 행복하게 많이도 웃었다.
4. 역사적 골목 감라스탄
감라스탄으로 가려면 왕궁을 지나가야 한다. 옛날 항구 그대로라는 언덕을 올라서 왕궁을 지나 감라스탄 골목에 들어갔다. 중세 시대, 간신히 마차나 사람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역사를 알려준다. 대성당은 멀리서 외관만 보는 것으로 패스, 왕궁은 공사 중이라 또 패스, 이래저래 엑기스만 본다고 감라스탄 대광장으로 갔다. 이름은 대광장인데, 가서 보니 아담했다. 16세기 덴마크의 지배를 받을 때 귀족과 왕족이 처형을 당해 피바다가 된 곳, 그 사건이 독립운동을 촉발시켰다고 했다.
여기서 30분 자유시간을 얻었다. 광장 한 편의 노벨박물관을 들어가지 않은 것이 지금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때는 광장 한 켠에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였다. 80세는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당신을 위해 음식을 시키고 그것을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봤고, 부자가 같이 와서 음식을 먹는데 아들이 그만 접시를 깨뜨렸다. 그걸 아저씨는 모른 척 가만히 계셨다. 배울 일이다.
5. 점심은 스톡홀름 미트볼
점심은 스톡홀름 신시가에서 이곳 사람들이 먹는 정식을 먹는단다. 가서 보니 이케아에서 사왔던 미트볼이 주된 요리였다. 빵과 샐러드를 먼저 먹었는데, 양배추절임과 옥수수와 콩 삶은 거, 올리브를 가져왔다. 역사문화탐방에 교육적 목적의 출장에서 난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를 눈으로 저장했다. 수제로 만든 미트볼 세 개, 소스를 뿌렸고, 북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베리와 감자샐러드로 된 정식은 단촐하면서 하나 하나 맛있었다. 얼른 먹고 신시가지 상점들을 돌아다니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다. 길 건너, ‘Amandas’라는 디자인편집샵에 들어가 삐삐와 무민은 패스, 전광석화처럼 나무접시 다섯 개를 샀다. 뒤늦게 날라온 카드 고지서가 두려웠지만, 애플페이가 되어서 물건 사기는 쉬웠다. 천천히 돌아보고 싶었던 가게였는데, 주소를 찍어와서 이 글을 쓰다가 들어가 본다.
amandasstockholms.se
6. 바사박물관
주최 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골랐으니 ‘바사박물관’은 스웨덴의 역사에서 내로라하는 자랑거리다. 바사호는 1628월 8월 스톡홀름 첫 항해 도중 전복되어 침몰되었다. 스톡홀름 항구 해저에 가라앉은지 300년이 넘어서야 거대한 함선이 인양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17세기 선박으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요약하면 화려한 바사 시대의 유물, 인양 작업으로 귀환이다. 인양과 보존, 전시와 박물관 기획 면에서 보고 배울게 있다.
나는 가이드의 설명이 장황해지고 내부가 컴컴해서 좀 답답했다. 쓰윽 빠져나와 혼자서 천천히 돌아보다가, 앞면을 장식하는 조각상 중에 하나에 꽂혔다. 헤라클레스의 눈 코 입에서 뱀이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조각상 아래 ‘메멘토 모리’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인간은 필멸자라는 인식을 다시 했다.
7. 버스로 이동, 외레브로 클라이언 호텔 체크인
오슬로로 가는 길이 멀어서 중간 거리에 있는 스웨덴의 작은 도시 ‘외레브로’에서 하룻밤을 자고 간다. 거기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스웨덴에 대한 감흥이 넘쳐서 버스에서는 아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아바의 명곡과 영화 ‘맘마미아’를 틀어줬다.
가면서 스웨덴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 몇 가지. 그룹 아바는 부부로 시작했다가 이혼했다. 투어는 안하지만, 박물관은 운영하고 저작료는 유니세프에 넘겼다고. 이케아, 테트라팩, 안전벨트, H&M의 공통점은? 모두 스웨덴 거라고 했다. 특히나 안전벨트는 생명에 관한 것이라 저작권이 무료이다. 가는 길엔 붉은 철광석이 많이 나와 곳곳에 붉은 집들이 많았다. 왜 개가 안보이냐는 질문에 가이드는 북유럽의 선진적 동물복지 정책을 이야기했다. 동물도 행복추구권을 누리는 나라, 이곳에서 개나 고양이는 등록되어 관리받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해서 유치원에 갔단다:)
유감인 이야기도 있었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대해 스웨덴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라고 해서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겼다는 지저분한 사람으로 퉁 치고 넘어가셨다. 으응? 예전에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를 봤다. 1920년대 스웨덴의 여성 억압적 환경에 결연하게 글을 쓰고, 사랑을 하고, 미혼모로 아이를 키운 멋진 분을 이렇게 추레하게 만들다니 쫌... 영화에서 아스트리드는 아이를 낳기 위해 덴마크에 가야만 했다. 스웨덴의 주체적인 여성 인권의 발판을 놓는데 작가가 기여한 게 참 크다.
외뢰브로에 도착했다. 클라이언 호텔은 체인인 듯, 헬싱키에서 묵었던 호텔과 이름이 같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Clarion loves books’라는 모토도 같다. 복도에 자유 서가가 있다. 보고 싶은 책을 가져다 보고, 집에 가져가고 싶으면 네가 다 본 책을 놓고 가라는 문구를 봤는데 체크아웃할 때 보니까 다른 책이 몇 권 더 있다. 북유럽은 아재개그로 말하면, BOOK YOU LOVE이라고 할 만하다.
이 호텔 저녁식사에서 하나 더, 알감자 요리를 머릿속에 저장해뒀다. ‘왕창리 알감자를 깨끗하게 씻고 먼저 삶은 다음에 올리브유에 굴리면서 굽는다, 거기에 바질잎 말린 것을 뿌리고, 토마토 한 겹 치즈 한 겹 올리면 좋다’
8. 일행과 동네 산책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작은 도시니까 도심을 돌아본 셈이다. 말괄량이 삐삐도 여기저기 있고, 분수대 주변을 뛰어 다니는 꼬마들도 많았다. 막시스트 정당 가입을 권유하는 찌라시도 보이고, 도심 바닥엔 동판으로 1971년 호모섹슈얼을 지지하는 물결이 일었다는 역사도 적혀 있다. 작은 강이 휘돌아 흐르는 외뢰브로 성을 지나서, 강을 따라 한참 걸었다. 북유럽에서 만나는 예술작품들은 재활용품으로 만든 게 있다. 여기서도 폐타이어로 만든 오리를 만났다. 도심 곳곳에 유머러스한 동상들, 높낮이가 다른 의자들, 죽은 나무를 조각품으로 재탄생한 작품도 있다. 오래 전 공동 우물인 듯한 유적을 기점으로 돌아서 다시 호텔로 왔다. 이런 산책을 좋아한다. 쾌적하게 여행하고 있다.
우리 캐빈에서 발트해
여행갈 때 파마 머리와 에센스, 그루쁘 하나만 챙기기
발트해 바닥
오픈덱에 가니 바람도 차고 기쁨도 차오르고, 섬들이 보인다.
낯선 일행들과:)
내가 서점에 간 동안 일행은 납작복숭아를 사오셨단다
매일 메모 정도만
크루즈의 상점들
여긴 베리가 정말 많았다
동행이 찾았던 살미아끼, 고무타이어 씹는 맛
지나는 풍경, 자꾸 찍게 된다
아침, 스톡홀름 도착
재활용으로 만든 예술작품이 많았다
시청사 가는 길
스톡홀름 시청
가이드 옆에 언제나 교장쌤
수도사의 벽돌 앞에서
시청 앞 정원은 더 좋았다. 하늘 하늘
버스 단체 여행이기도
내 시간이 있었다면 저기도
스톡홀름은 공사중, 그런데 가림막도 예술적
왕궁 가는 길, 예전 길 그대로란다.
바이크를 보면:)
마녀 모자 쓴 현지 인솔자
멋진 언니 옆에서
교회인지 성당인지 지나는 길에
구시가 감라스탄 거리
여기 앞에서 잠깐 자유시간
저 할머니처럼 혼자서 여행 다니고, 저 아저씨처럼 알아서 하라고 할 것임
다들 찍는 곳이라고
이번엔 신시가지
스톡홀름 정식이라는데 이케아에서 파는 미트볼 아님?
점심 빨리 먹고 나와서 길 건너 기념품 구경
바사박물관, 모형을 보니 화려하기 그지 없다. 절대 왕정의 위엄
인간은 필멸자, 죽음을 기억하라
우연하게 잘못 찍힌 사진인데 지우지 않으려고
죽음 바깥은 이리도 환한 곳
외뢰브로 가는 길, 아파트도 뭐가 이리 예술적이냐
여행의 동반자
도착
따라해보려고 찍었음
저녁 산책
얼굴이 너무 정직하다
1971년 이 거리에서는
무심한 예술작품
산책 동행자
유머가 좋다
유머는 이런 거지
한 바퀴 돌아 다시 호텔
백야 시즌이라서 일몰은 밤 10시 이후라니, 포기하고 그냥 잤다. 동료가 보내온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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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