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유럽] 5. 오슬로로 이동
2023년 8월 4일
○ 2023년 7월 24일
1. 밥 먹고 나서 동네 산책
외뢰브로에서 오슬로로 가는 날, 아침을 먹고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어제 저녁엔 다 같이 돌았으니, 이번엔 얼리버드 모드로 나 혼자 자유롭게 휘리릭. 여기 사람들은 월요일 아침이라 출근을 하겠지, 난 여행자 모드로 다닌다. 사실 청소하는 차들이 지나다는 것 말고, 차도 많이 안 보인다. 어떤 편집샵에서 가죽잠바 뒤에 쓰인 문구를 발견했다. ‘My heroes are gone and My enemy is in charge’ 우리 영웅들은 갔고, 이제 내 적들이 활약 중이다. 여길 책임지고 있다.... 다크한 문장인데, 처음엔 ‘enemy’를 ‘energy’로 잘못 읽어서 ‘우리 영웅들은 갔고, 이제 내 에너지는 풀충전!’으로 오역을 했다. 잘못 읽은 문장이 더 좋았지만, 팩트는 팩트:) 체크아웃을 하는데 자유롭게 놓인 책들이 더 많아졌다.
앨리베이터 옆에 붙은 문구를 눈여겨 보았다. 우리 호텔은 Pride Parade에 참여하며, 그 주간에는 LGBTQ 이슈 행사에 동참하며, 이는 유엔현장 4조와 10조 관련이라는 호텔 모토에 관한 설명이었다. 유엔헌장 4조는 질 높은 교육, 10조는 불평등의 감소이다.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는 나라들을 다니며 나도 공감, 열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멋진 호텔이다.
2. 외뢰브로에서 오슬로로, 버스 이동
버스로 이동하는 고된 날이지만, 신형버스가 쾌적했다. 자리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 여행하는 내내 풀충전 상태로 다녔다. 노르웨이 풍광을 차창으로 감상하며 갔다. 기사님의 근로 환경을 위해 4시간 운전하면 중간에 15분, 30분 두 번의 휴식을 해야 한다니, 더불어 우리도 쉬엄쉬엄 휴게소를 들르며 다녔다. 스웨덴과 작별하기 전 ‘스웨덴, 정치를 말하다’ 다큐를 보려했지만 안 가져오셨다고 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 봤는데, 스웨덴의 정치 토양이 진심 부러웠다.
3. 국경휴게소
스웨덴에서 노르웨이로, 별다른 조치 없이 국경을 넘었다. 제재소가 많이 보였다. 이집트를 여행할 때는 사탕수수 트럭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자작나루를 나르는 트럭을 봤다. 가문비나무가 많다니 아마도 장대하게 가지가 늘어진 나무가 아닐까, 찾아보며 나무 구경을 실컷 했다.
‘EuroTax’국경 휴게소를 들렀다. 곳곳에서 ‘플라스틱 백이 필요하다고?’와 같은, 환경 관련 텍스트를 만났다. 북유럽 전역에서 애플페이가 되기 때문에 크로네 크로나 준비하지 않아도 쉽게 결제가 되었다. 커피 한 잔, 살미악 캐러멀 캔디 하나를 샀다. 차를 한 잔 하며 워치로 혈중 산소농도를 쟀는데, 100프로를 찍었다. 왕창리 화목난로 앞에 있을 때 한두 번 100점을 받아 환호했는데, 여기서 100이라니, 내 몸이 반응하는구나 흐뭇했다. 오슬로로 들어서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춥지만, 헬싱키보다 오슬로가 더 따뜻할 거라고 하셨다. 비크(해안가)에 사는 사람들, 바이킹이 사는 지역에 들어섰다.
4. 이어폰의 세상
오디오 콘텐츠를 들으며 갔다. 조용한 생활 7월호가 막 업데이트 되어서 호텔에서 이승환 평론가 코너를 내려받아 왔으니, ‘악귀’를 중심으로 김은희 작가 세계를 조명했다. ‘사인’이나 ‘킹덤’ 등 추리 수사물이지만, 사회적 층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여행이 끝나고 마지막회를 본방사수했다. 멋진 작품! 아이폰 안의 ‘녹음’ 목록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녹음해놓은 손택수, 김선우, 신동엽, 박준, 안희연의 시를 들었다. 그러다가 들은 신동엽의 시 ‘산문시1’에 첫 단어가 ‘스칸디나비아’라는게 새롭게 들렸다.
5. 오슬로 도착, 오슬로 가이드와 한식 점심
오는 길에 소나기 쏟아지다가 오슬로 진입하니 비가 안 온다. 대신 전형적인 북유럽 두터운 하늘이다. 그러다가 다시 비가 오락가락, 오슬로는 우산을 갖고 다녀야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도착, 인솔자는 개략적인 정보부터 푸셨다. 일단 바이킹이라고 해도 다 같은 바이킹이 아니니, 덴마크 바이킹은 대륙적 기질을 갖고 있어 키 크고 몸집 좋고 호탕해서 영국을 약탈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바이킹은 꾸질한 옷에, 외모에 크게 신경 안 써서 명품샵이 없단다. 위로 위로 진출을 해서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공략했고 탐험가 난센 보유 국가라고. 반면에 스웨덴 바이킹은 세련미가 넘치고 철두철미해서 코카서스까지 진출한 기록이 있으며 나중에 무역 상인이 되었다.
오슬로 가이드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유치원교사로 살고 있는 앳된 분이셨다. 때 묻지 않은 환한 얼굴이 생각난다. 15평에 월세 175만원이나 내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당신이 선택한 삶에 만족해 하셨다. 뭘 해도 편견 없이 받아주니, 유치원 교사 말고 동네 병을 수거해서 쿠폰을 받거나 이곳 사람들이 안 먹는 참나물이나 명이나물 고사리 등을 채취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엄마 아빠 모드가 되어 인솔자를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녀가 알려준 노르웨이는 1/4이 이민자로 구성된 열려 있는 나라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이 많아졌으며, 지금은 휴가철이라 도시가 텅 비었지만 관광객이 많다고. 여기 사람들은 여름이면 별장이라는 뜻의 ‘힛따’에서 지낸다고 했다. 나의 힛따는 왕창리다. 노동과 분리되는 공간은 아니지만 힘든 농사일이 마음을 별장처럼 만들어주는 곳이다. 처음으로 된장찌개와 김치를 반찬으로 한식을 먹었다.
6. 오슬로 시청
스톡홀름에 이어 오슬로에서도 시청에 갔다. 여기 시청 공무원들은 실제로 열일을 한다. 가장 역사적이고 현재진행형의 문화 광장 역할을 시청이 하고 있다. 두 개의 갈색 치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오슬로 시청은 한쪽이 수리 중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부조와 시청 홀 네 개의 벽면 벽화는 모두 독립한 조국에 바치는 노르웨이 작가들의 역작이라는데, 상징이 너무 많았다. 과유불급이다. 1층 홀에서 노벨평화상이 열렸다니 고 김대중 대통령도 이곳에 오셨겠다. 2층 뭉크의 방은 열리지 않아 유감이었다. 오슬로 시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나오면서 올려다본 시청사 가운데 당당한 현대 여성의 모습이었다. 자기 몸을 긍정하며 열심히 운동하며 주체적으로 사는 여성들! 으, 맘에 든다. 시청을 꼼꼼하게 보는 대신 칼 요한 거리인 중심가는 우산 쓰고 가면서 건너다보고 패스했다. 국립극장 건물을 지났는데, 헨리 입센, 홀베르그, 뵨슨 세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입센만 안다. 진짜 이름만. 좀더 알고 싶어졌다.
7. 비겔란 조각공원
시청과 도서관의 필수 코스 말고 딱 한 곳 고른 게 비겔란 조각공원이었다. 비 오는 조각공원 들어가는 입구 다양한 조각 중에서 난 아버지와 아이들을 찾아 찍었다. 육아에서 남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이 이곳이다. 여행 중 곳곳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부부, 특히 아빠들을 만났다. 이 공원에서는 게이부부인 듯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 바사호에서 메멘토 모리를 봤다면, 빗속의 비겔란 조각에서 늙음과 죽음이 눈에 들어왔다. 모노리탄, 서클을 형성한 육체들, 여성들과 남성들을 나타낸 문이 인상적이었다.
8. 뭉크 박물관 해프닝
시청사 2층 뭉크의 방도 닫혔고, 시내 곳곳에서 뭉크 박물관의 여름 기획전을 알리는 포스터를 보면서 사람들이 뭉크 박물관에는 꼭 가보자는 의견을 냈다. 단체로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와야 할 것을, 겨우 의견을 모아 가보니 문 닫기 전 30분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해프닝으로 끝났고, 기념품점 앞에서 20분만 준다니 난 1층에서 다리쉼을 했다. 뭉크 박물관은 제대로, 가족들과 함께 와서 보려고 남겨뒀다. 일전에 최혜진의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9. 다이크만 도서관
헬싱키에서 오디 도서관이 하이라이트였다면, 오슬로에서 가장 기대한 곳은 다이크만 도서관이었다. 더군다나 다이크만은 우리 숙소 한 블록 건너, 뭉크 박물관과 나란히 있는 오페라하우스 건너편 건물이었다. 뭉크를 못 보는 대신 걸어서 다이크만에 갔다. 왜 북유럽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까, 인솔자에 말에 의하면 루터교의 청빈함과 성경 읽기의 힘이 이곳의 문해력을 높아지게 하는 원인이란다. 도서관을 도시 중심에 놓고 시민들의 공간으로 바꾸는 모습은 오디에 이어서 다이크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층의 디자인적 요소와 포인트 색깔의 활용도 그렇고, 오디 도서관에 비해 모던했지만, 난 첫 번째 도서관인 오디가 더 좋았다. 돌아다니다가 잡지코너에 앉아 있었다. 5층 미래의 도서관 공간에 있다는 한강 작가 작품은 못 찾았다. 이곳은 밤 10시까지 여는 곳이란다. 대단하다.
10. 빗속에서 지친 하루, 상대적으로 좁고 낡은 호텔 체크인
빗속에서 여러 곳에 경탄하며 다니느라 몸이 지쳤다. 길만 건너면 된다는 오페라하우스도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고 휴식 모드에서 일찍 잠이 들었다. 지금까지 다닌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고 낡은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싹 씻고, 일찍 오슬로의 밤을 맞았다.
남기지 말라는 말을 우아하게
요거트, 과일, 토마토 굽고, 야채에 소스
아침 산책하다가 오역한 문구를 만난 곳
체크아웃하고 나오는데 책이 더 많아졌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문구를 보고 유엔헌장 4조와 10조를 찾아봤다. 특히 10조
팟캐스트를 들으며 버스 이동, 이승환 평론가를 좋아한다.
첫 번째 휴게실에서 쉬고 다시 이동, 자작나무를 실은 트럭들, 멀리 제재소가 보인다.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갔다.
두 번째 휴게실, 내내 한국어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화장실에서 불명예 한국어를 발견했다. 자잘한 물건들을 샀는데 감초사탕은 역시 타이어 맛. 비닐봉다리를 쓰지 말라는 문구가 곳곳에 있고, 여기서 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국경은 그냥 넘어가는 곳, 이곳이 국경이라는 것은 구글지도에 나와 있다.
이때 혈중산소농도 백프로
다시 들을 게 없어 내가 녹음해놓은 내 목소리를 들었다:)
우중충한 오슬로에 도착, 우산을 쓰다 말다 했다. 점심은 처음으로 된장찌개로.
오슬로 시청, 상징적인 벽화가 사면에 둘러 있다. 과유불급
누가 찍어준 사진, 배를 가려야 했는데:) 난 혼자서도 잘 한다.
수호성인은 공무원 정복에도 붙어 있다.
오슬로 시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운동 잘 하고 주체적인 현대 여성의 모습’
오슬로는 내내 우산을 쓰고 다녔다.
국립극장의 세 사람
칼 요한거리는 저쪽에 있어요, 이걸로 끝
다시 우산 쓰고 걸으면서
비겔란 조각공원, 남자부모와 아이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죽음을 표현한 것도. 여자들끼리, 남자들끼리
모던한 건물이 수두룩했던 오슬로
걸어서 뭉크에 가자고 했다가, 문 닫을 시간 입장이라 나는 화장실만 갔던 곳, 어떤 분은 발빠르게 기념품을 사서 입고 나오셨다.
다이크만 도서관, 진심으로 부러웠다.
비겔란 공원의 사진이 뒤늦게 도착했고
우중 일정이 피곤해 난 일찍 잠이 들었는데, 동료분이 밤에 나가셔서 숙소 건너편 불 환하게 밝힌 다이크만 도서관을 보내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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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