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_3일차_우붓 자유로운 하루
2025년 1월 17일(금)
어제 밤에 들어와서 고국의 소식을 들었다. 윤석열의 체포 영장 집행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되리라는 낭보가 들렸다. 여기까지 와서 윤석열 뉴스를 챙겨봐야 하다니. 아침에는 뉴스공장을 들으며 하루 계획을 짠다. 구속영장 소식에 마음이 편했다. 여행만 오면 더욱 얼리버드가 된다. 조심조심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끓이고 하루를 계획했다.
코마네카 앳 라사 사양, 우붓 다운타운 한 가운데 있는 호텔인데, 레스토랑에서 보이는 뷰가 너무 좋다. 싱그러운 푸른 것들로 가득한 정원을 지나, 레스토랑에서 보이는 뷰는 작은 라이스 테라스 같다. 수영장과 팜 트리. 아침이면 차낭사리를 챙기는 여기 사람들. 레스토랑 가는 길에도 막 차려놓은 밥상이 있다.
이날은 푹 쉬고 쇼핑을 하기로 했다. 발리티키에서 나무 접시를 샀고, 데우스에는 두 번을 가서 우리집 남자들 티셔츠를 샀다. 수민이와 주은이에겐 바디버터를 하나씩 샀다. 나를 위해서는? 티켓투더문에 가서 에코백 스몰사이즈를 샀다. 스몰은 품절이라 아침에 올 수도 있다길래 9시에 간 것이다. 막 사고 나오려는데 물품 배달차가 왔으니, 난 미디엄 사이즈를 스몰로 바꿨다. 선물로도 스몰이 쓰기에 딱 좋다. 해먹을 만드는 재질로 만들었다길래, 에코백 풍년에 하나를 추가했다.
혼자 왔으면 책방에 갔을 텐데, 그냥 휙 지나서 코코마트 들러 ‘몽키 포레스트’에 갔다.
인간친화적인 원숭이, 원숭이 가족이 너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거주지에 인간이 들어간 셈, 개의치 않고 고구마를 오독오독 먹고, 코코넛 껍질을 벗기고 옥수수를 뜯어 먹었다. 다양한 석상을 보며 여유롭게 숲을 한 바퀴 돌았다. 열대우림 한 가운데를 걸었다. 엄청난 생산력, 줄기가 바로 뿌리가 되어 백척 높이에서 아래로 길게 내린 장관을 보는 것은 원숭이 만큼이나 장관이었다.
다운타운을 한 바퀴 걷고 바로 숲을 또 한 바퀴 했으니 우린 오전에 힘이 다 빠졌다. 점심을 어디서 먹나, 호텔 쪽으로 가다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발견, 피맥으로 훌륭하게 먹었다. 길 건너에 아사이베리를 하는 ‘오크베리’를 발견, 신혼여행 가서 내내 아사이 보울만 먹었다는 동민이 생각나서 사진을 보내니 꼭 먹고 오라고 해서 과식을 했다. 누군 식사 대용으로 먹는데 우린 아이스크림 격으로 먹었다.
시내 가까운 게 장점이라 호텔에 들어왔다. 스페인식으로 말하면 시에스타의 시간. 두 시간 남짓, 한 사람은 푹 잤고, 난 이것저것을 한다고 낮잠을 자지는 못했다.
4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호텔에서 요가 클래스를 들었다. 아니 몸을 썼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도 같이 갔다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예전에 요가하던 기분을 다시 느꼈다. 다시 배워볼까 한다. 요가 선생님이 못하는 데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가서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고 목표도 주셨다.
수민이한테 티켓투더문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꼭 슬링백을 사달라고. 내가 수민이한테 얻어 입은 요가복만 해도 두 벌인데, 우린 얼른 저녁 먹으러 나가면서 그 가게에 또 갔다. 출근을 한다. 한사람 티셔츠 산다고 다시 데우스에 가고, 또 수민이꺼 산다고 티켓투더문에 가고, 크게 직사각형으로 많이 걸었다.
저녁은 한사람이 검색을 해서 ‘썬썬 와룽’, 인도네시아 현지식을 먹었다. 슬로우로 푹 조린 오리와, 한 쟁반에 나오는 인도네시아 정식 요리가 맛있었다. 골목길을 돌아 오는 길에 코코넛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오는데 온 동네에서 쿵짝쿵짝 노래소리가 흥성거린다. 핫플인 우붓의 불금인 시간이다. 우리는 내일 일출 투어를 해서 얼른 들어왔다. 짐 싸고, 샤워하고, 이거 몇 자 적고 바로 잠들었다. 겨우 꼬박 이틀인데도 견문이 넘친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
오늘은 우붓에서 자유로운 하루,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기로 했다
어디서나 신에게 바치는 음식. 초점이 뒷편 자갈에 맞았다
참 잘 먹는다. 피사체
오전에는 우붓 시내를 할랑할랑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한글이 눈에 보였다.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 나도 안다.
어디나 이런 꽃
목기를 파는 ‘발리 티키’는 일단 구경만 했다. 한사람이 도마를 사고 싶어 했지만 보류
티켓투더문, 스몰사이즈 배낭이 나왔나 보러 가는 길.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발리에서 원숭이는 거의 사람들의 친구다
늘 지나다니는 길, 이번에는 코코넛 머리를 새롭게 배열해놓았다
우연히 들린 코우 퀴진. 나중에 보니 여기도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란다. 레몬버터 잼이 있으면 하나 살까 하다가, 말았다.
대신 남자들 데우스 티셔츠를 샀다.
티켓투더문에 갔더니 아직 아침 물건이 안들어왔다고 해서 미디엄으로 에코백을 샀는데,
결제를 하고 났는데, 이제 물건 트럭이 왔다니 환불, 재구매. 해줄테니 좀 기다리라고 해서 대기중
쇼핑 미션 일찌감치 끝내고 몽키포레스트 가는 길, 아침 공양을 하고 있다.
혼자 왔으면 들어갔을 서점
코코마트에만 가서 물 두 병을 샀다
몽키포레스트 도착, 거구의 할배들이 환영을 해줬다
당연히 원숭이 가족들도 환영
인간 사회나 원숭이 사회나 같다
옥수수를 야무지게 먹는다
원숭이도 원숭이지만, 열대우림의 생산력이 한눈에 보인다. 얼마전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관광객을 덮친 사고가 여기에서 일어났다
나는 혼자 찍고
한사람은 잘 찍어주고
숲을 돌다보니 배가 고팠다. ‘피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맥주
너무 더웠는데, 배 부르고 시원했다.
다시 한국어 발견, ‘시간은 나를 키운다’ 역시 공감한다. 불행했던 시간마저 나를 키운다.
상점마다 같은 게 하나도 없이 힙하다
발리티키에서 네모 접시 두 개를 샀다. 울릉도에서 사온 나무 국자를 쓸 적마다 생각나듯이, 이 접시에 과일 깎아놓을 적마다 우붓을 생각할 것이다
원숭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인도네시아 국기라고 했다
빙그레 붕어 싸만코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남자들 것으로 티셔츠를 샀다면, 수민이 주은이에겐 향기로운 바디버터를 하나씩 샀다.
‘오크베리’에서 아사이볼을 시켜서 먹었다. 핫템이니 꼭 먹고 오라고 했다.
요가클래스 가기 전 호텔에서 시에스타
난 수민이가 사준 요가복을 장착하고 수민이한테 잘 맞는다고 보냈다.
애프터눈티 마신다고 내려갔던 레스토랑에서 정식으로 공양을 드리던 분을 만나 사진 좀 찍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어서 티를 한 잔 하고 바로 갔던 요가클래스는 사진이 없다. 당신도 마흔이 넘어서 요가를 시작했다는 지긋한 여 선생님이 열 명 남짓한 우리에게 수련을 가르쳐 주셨다. 기본 동작도 따라하기 힘들었지만, 선생님은 칭찬을 남발하셨다. 중요한 것은 돌아가서 프랙티스, 트랙티스, 프랙티스…
걸어서 이십 분 거리라지만, 이틀에 세 번을 가다니:) 티켓투더문에서 산 에코백을 보여줬더니 수민이가 꼭 자기 슬링백과 작은 백팩을 사달라고 했다. 한사람이 그곳을 들러 가자고 해서 갔다. 슬링백과 함께 수민이가 고른 것은 위의 하늘회색 조합의 스몰백팩이다.
저녁은 인도네시아 가정식 ‘썬썬 와룽’ 오리를 슬로우로 푹 고아서 양념이 잘 배게 요리했고, 거기에 나시 짬푸르를 먹었다. 한방오리 먹는 느낌. 한사람은 물고추를 갈아서 만든 듯한 여기 소스에 밥 비벼 먹으며 맛있다고 했다.
밤거리를 지나 호텔로 돌아오는 길, 온통 가게들의 루프탑에서는 꿍짝꿍짝 아니면 허드레에에에에 풍류가 구성졌다. 알고 보니 여기 불금은 오늘 라틴의 밤이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할 여행객은 아쉬워하면서 패스
코코넛 아이스크림집에 갔다. 모든 게 코코넛이다.
욕조에 몸 담그기 미션 클리어
발리는 물 사정이 안 좋아 양치도 생수로 하고, 필터도 가져갔다. 고급호텔인데도 하얀 필터가 이틀만에 이렇게 변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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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