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8_4일차_일출투어, 사누로로
2025년 1월 18일(토)
2시 15분에 일어나 2시50분 체크아웃을 하고 일출투어 기사님과 만났다. 픽업 기사는 우붓 호텔에서 출발, 뜨갈라랑 라이스테라스 갔던 곳을 지나 칼데라 호수를 돌아 낀따마니 지나서 지프차로 환승했다.
지프 기사 ‘나따’는 발리 데이투어에서 만난 기사님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분이다. 사진을 엄청 잘 찍는 젊은이로 케이드라마와 케이팝을 즐기는 여친과 삼년 후 결혼해 허니문을 한국 서울로 오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내 카메라로 찍다가 자기 카메라로 찍어 에어드롭으로 보내준 스마트한 젊은이. 꼭 서울로 허니문을 오라고 기원해줬다.
덕분에 인스타 감성 가득한 사진들을 엄청 찍었다. 한사람답지 않게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웃겼다. 우린 일출 전에 밤하늘 가득 별을 보면서 지프 위에서 다정한 포즈를 했다. 신혼여행으로 발리에 온 청춘들과 함께, 내 나이 되어서는 누가 남편하고 오나 친구하고 오지 하면서 대여섯 친구들과 자유로운 여인들과 함께, 혼자서 와서 당당히 포즈를 취하는 세계 시민 청춘들과 함께, 한사람과 나는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나따는 거의 포토그래퍼였다.
산 중간이 일출 포인트였다면, 두번째 간 곳은 블랙 라바, 바투루 화산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지역이었다. 멀리 보이는 화산의 정상이 확연히 그때 날아간 분화구의 모습으로 하나, 둘, 셋. 산 정상 여러 군데서 폭발 이후에 화산이 흘러 그 아래 마을을 흔적도 없이 black lava 지역이 되었다. 라따의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산자락 건너 마을인데, 여전히 활동중인(still alive!!) 화산으로 인해서 scary하다고 했다. 가장 최근의 폭발은 1963년에 터진 것으로, 그때 생긴 돌, 블랙 라바를 들어보이며 그때를 설명해준다. 한사람은 자기가 63년생이라고, 이 돌의 나이랑 자기 나이랑 같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때 없어진 마을이며, 거기 사람들이 낀따마니로 옮겨가 마을을 형성했다는, 슬프고도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뒤의 바투루 산을 배경으로 드라마틱한 사진을 또 찍었다. 찍으라고 해서:)
다시 바둘의 운전으로 낀타마니 카페, ‘몬타나델’에서 아점을 먹었다. 새벽에 나따가 가져다준 바나나샌드위치와 계란과 핫초코를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열시 쯤에 우린 진짜로 아점을 먹었다. 이게 점심이었다. 과한 풍광에 맛있는 커피와 파스타, 다시 멀리 보이는 바투루 화산. 여기서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달콤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우붓으로 와서는 맛사지를 받았다. 스리라띠 스파는 멋진 스리라띠 코티지 안에 있고, 훌륭한 정원을 가진 스파였다. 내 담당인 띠나는 어떤 오일, 무슨 증상이 있으며, 몸의 근육도를 보이며 어떤 강도로 어딜 요청하는지 물었다. 한사람은 ‘오렌지’, 나는 ‘일랑일랑’을 선택했고, 별 증상 없이 스토롱으로 주문했다. 난 두번 째 마사지도 좋았는데 한사람은 첫번째보다는 못하다고 했다. 암튼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선라이즈 투어 강행군을 했으니 맛사지 받으면서 좀 잤다.
우붓에서 사누르로의 이동은 다시 한 시간이 걸렸다. 사누르는 발리에서 처음 휴양지로 개발된 곳 답게 도로 등의 기본 시설이 갖춰진 곳이었다. 핫스팟이 이젠 스미냑이나 짱구로 옮겨 갔다지만, 사누르는 청담동 부촌 느낌이 건재했다. 우리 호텔은 홀리데이 인 사누르, 가성비 대비 고급 호텔인 곳이다. 좀 쉬었다가 해변 도로를 쭉 걸었다. 파도가 약해 물놀이 하는 사람들,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자는 사람들…. 좀더 머문다면 나도 하루쯤 이 선베드를 예약했을 것이다. 하염없이 한 시간 남짓을 감탄하며 걸었고, 막 지었다는 ‘아이콘 발리’에 가서 에어컨으로 땀을 식혔다. 여긴 31도를 찍고 있다.
다시 턴,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은 현지식 ‘나시 짬푸르’로 유명한 집. ‘나시 짬푸르 케글’이라는 곳인데 우리 호텔 근처였다. 난 흰 쌀밥에 고기 두개 야채 한 개를 선택했고, 한사람은 노란 밥에 나랑 다른 종류로 고기 두개 야채 두 개를 선택했다. 밥이 노란 이유가 레몬그라스 등의 향이 들어간 탓이었다. 하얀 걸 고르기 잘했다. 둘 다 같은 메뉴는 양념치킨이었고 다른 야채들도 다 맛있었다. 어제 우붓에서 ‘썬썬 와룽’이 전통식으로 조금 조심스런 맛이었다면, 여긴 동네 아줌마가 우리 입맛에 맞게 한 접시 차려준 것 같았다. 흐뭇하게,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한사람은 빈땅을, 난 또다른 인도네시아 맥주인 싱가라자를 선택했다. 삼십 도 넘은 거리를 걸어와서 그런지 여기 맥주는 늘 첫 모금이 너무 시원했다.
배가 너무 부르지만, 여기서 줄서서 먹는다는 젤라또 가게에 갔다. 베이비 컵을 선택,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ㅋㅋㅋㅋ 여기에 웃음포인트가 있었다. 난 배와 치즈케익을 골랐는데, 한사람이 좋아하는 초코를 선택한다고 한 것이 ‘차콜’로 들려 까맣게 생겨 꼭 입에 뭐가 묻을 것 같은 걸 받았다는 이야기. 우린 줄서서 기다리는 ‘마씨모’ 건너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달콤했다.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힌두교 사원을 지났다. 종교의 날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옷을 갖춰 입고 차낭 사리인 듯한 음식을 신께 바치고 있었다. 특히 성장한 여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머리와 화장,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하얀 웃옷 드레스에 환한 웃음까지 장착하고, 그들의 종교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우린 와서 샤워만 하고 거의 기절한 상태로 8시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여기가 왕창리인가. 덕분에 난 새벽에 깨어 못다한 메모를 했다. 4일차, 1월 18일 일출 투어를 포함해서 하루에 만난 사람들도 많고 벅찬 하루를 보냈다.
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쁘다. 계엄이 나던 날 의사당으로 달려가고, 우리 미정이 포함해서 키세스 단원이라는 이름을 얻는 멋진 사람들의 투쟁 덕분이다. 속이 시원하다.
새벽 2시 50분에도 호텔은 돌아간다
기사님 기다리며, 그때의 하늘
우붓 - 바투르 산을 향해, 낀따마니에서 일출 포인트로. 여기서 제공해준 바나나샌드위치와 찐달걀, 코코아. 이거 먹으며 일출 기다리는데, 그 사이에 별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지프 기사님이 시킨 포즈대로, 뒤로 보이는 밤 하늘, 빨간 지프, 어색한 우리 ㅋㅋㅋㅋㅋ 여길 몇 명이나 올까 싶어서, 남사스러운 사진이지만 내 귀한 아카이브라서 올려둔다
독사진도
해가 뜨고 있다고 다시 포즈를 잡으라고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우리가 스냅으로 찍은 게 훨 자연스럽다:)
블랙라바로 다시 지프 타고 가는 길. 여기엔 마늘 양파가 잘 자라고 있었으니, 왕창리 농부 경력의 우린 멀칭하며, 한 곳에 어떻게 여러 개 양파를 심었을까 의견이 분분했다.
이 분이 포토그래퍼이자 지프 기사님. 나이트 모드로 시작해서 아이폰 사진을 들었다 놨다 잘 찍어주셨다.
1963년 이곳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굳어진 블랙 라바의 돌덩이. 한사람이 태어나던 해다.
한껏 사진을 찍었다:)
슬쩍슬쩍 한사람도 많이 찍어줬다.
점심은 바투르 산이 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우울이나 절망보다는 즐겁게
이렇게 예쁘게
맛있는 시간
우리가 저 뒤로 보이는 바투루산 중턱에서 일출을 봤다. 풍광을 위해 고소공포증에도 질끈 눈을 감았다.
조금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다시 우붓으로 와서, 두번째 스파 아로마테라피 마사지. 이곳은 코티지에 딸린 정원 맛집 스파였다.
한사람은 ‘오렌지’, 나는 ‘일랑일랑’ 생소해서 골랐다. 나중에 일랑일랑의 성분이 뭐냐고 했더니 거기 분이 정원에서 이 향기로운 꽃을 따서 가져다 주셨다. 여자에게 특히 좋다고 했다.
우붓에서 사누르는 한 시간 남짓, 홀리데이인 사누르 체크인 하고,
어제 넷플릭스에 올라온 옥씨부인전을 봤다. 우리 둘 다 아주 빠져 있다.
사누르 해변도로는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오른쪽은 선베드가 즐비한 바닷가이고 오른쪽은 5성급 호텔의 비치클럽이 있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다 웃고 있었다. 우리도 많이 웃었다.
그 호텔 두 곳이 바다거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밥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알에서 막 깬 바다거북에서부터 청년 거북이까지 있었다.
해변도로를 따라 삼십 여분 남짓 걸으면 사누르 초입, 새로 생긴 쇼핑센터 ‘아이콘 발리’가 나온다. 거기까지 가보자고 했지만, 쇼핑몰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거기까지 가서 이런 곳에 있기는 쫌. 음력 설 기념 플라워몬스터는 발리스럽
다시 우리 호텔 주변에 있다는 ‘나시 짬푸르’ 맛있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홀은 네다섯 테이블에 불과, 우린 밥에 고기 몇 개 야채 몇 개 하는 것을 선택해서 맛있게 먹었다. 별 다섯개.
늘 새로운 걸 선택한다. 한사람이 빈땅 먹을 때 난 빈땅 크리스탈, 이번에 한 사람이 또 빈땅을 시켰고 난 인도네시아 또다른 맥주 브랜드 ‘싱가라자’ 비어를 시켰다. 목이 말라 뭐든 맛있다.
배는 부르지만 아이스크림 가게 찾아 가는 길
마씨모 레스토랑도 좋지만, 젤라또가 유명한 곳이다.
한사람이 ‘초코’ 달라는 것을 잘못 알아들어 ‘차콜’ ㅋㅋㅋㅋ
그게 너무 웃겨서 기록한다고 한 장 찍었다.
호텔 바로 앞이 큰 사원인 듯, 마침 종교의 날 힌두교도들이 모여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아이들이나 노인이나 다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호텔 로비에 있는 포토 스팟, 갬성을 살려 찍어달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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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