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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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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25 발리] 8. 남부 투어하고 공항 샌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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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2_남부투어 후 공항 샌딩
2025년 1월 26일(월)
마지막날은 120퍼센트를 살아야 한다. 픽업이 12시라서 오전은 여유가 있었지만,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한시간 반 연착이 되어 2시 50분에 출발한다니, 공항에서 하염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하루를 리조트에서 놀면서 보냈다고 그 다음인 마지막 날엔 프로그램도 많았다.
떠나는 날 아침에야 편의점 사발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사발면이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었나. 호텔에서 준 과일과 사발면, 남은 과자로 아침을 때웠다. 점심이 맛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한사람이 아침부터 몸살기가 있다고 침체되어 있다. 기운이 없고 온몸이 찌르르르, 노곤노곤, 가끔 바늘로 찌르는 것도 같단다. 어제 수영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근육통인가 싶었다고 했는데 몸살감기가 된통 걸린 것이다. 감기는 내가 시작했는데, 한사람이 끝물에 감기가 걸렸다.
열두 시 체크인이라니, 우린 한참 누워서 트럼프 취임식 중계를 봤다. 일론 머스크의 나치식 경례가 실화냐? 어이가 없었다. 마지막 가방을 싸다가, 어제 흥에 겨워 각자 한 캔 산 것 중에 한 사람이 고른 모히또가 남았으니, 나는 아침부터 한 캔을 했다. 한사람은 힘이 없단다. 모히또에는 ‘refresh fun moment’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 먹으면 그럴지도.
우붓에서 아이들 티셔츠를 산 것 말고는 별도로 산 게 없어 호텔 앞 약국으로 뭘 좀 사러갔다. 양쪽 식구들 줄 바디버터랑, 왕창리에서 쓸 모기 물린데 바르는 오일과 연고, 아기들 피부발진에 좋다는 비판텐 연고 등을 샀다. 생약성분과 아로마 영역은 이쪽이 꽉 잡고 있는 듯,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동네 골목골목 어디라도 늘 공양물이 놓여 있었고, 이끼 가득한 조각들이 신령스러웠다. 발리는 정말 사람과 동물, 영혼과 실재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정성스럽게 신께 바치는 공물부터 챙기는 사람들, 옴 샨티 산티 산티 옴! 이렇게 왼다고 했다.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이라는 뜻이라니, 진정 홀리한 곳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마지막날 기사를 만났는데 세번째 같은 분, ‘아영’이 배정되었다. 가이드답지 않게 과묵하신 분이다. 말이 짧기도 하다. ‘저기, 아야나’ ‘저기, 사람 이름’ 정도. 조용히 안내해줬다. 그런 사람이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 딸 없어? 왜 가족이 안 와?’ 이렇게 물었다. 다들 자기 살 길 찾아 결혼하고 나가 산다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36년 전이 허니문이었다고 TMI를 말할 필요는 더 없고, 그냥 웃고 말았다. 나중에 수민이네 수혁이네 같이 오면 좋겠지만, 열심히 살고 돈을 모아야지 올 수 있을 것이다.
짐바란에서 출발, 남부투어의 첫번째 목적지는 울루와투의 ‘슬로반 비치’다. 미리 정보를 좀 찾아봤는데, 얼마전 세계테마기행에서 발리 롬복을 다녀온 서핑 선수편을 본 기억이 났다. 우린 슬로반 비치를 간다고 바위 절벽을 내려가서 파도 절벽으로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슬로반 비치를 만났다. 작은 배럴(파도 터널)의 느낌 가득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과묵한 아영이 웬일인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한두 컷을 건졌다. 한사람 사진을 찍어준다고 서보라고 하다가 밀려온 파도에 신발을 적셔서 조금 미안했던 곳, 그러나 그래야 인상에 남지.
점심은 슬로반 비치, 고급의 서퍼들이 파도를 타는 장면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싱글 핀’에서 먹었다. 한사람이 입맛이 도무지 없다면서 시킨 파스타에 내가 시킨 샐러드, 베리 스무디에 롱블랙, 미네랄 워터. 그걸 거의 내가 다 먹었다. 한사람의 감기가 정말 걱정되었다. 저녁에는 짐바란으로 다시 돌아가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는데, 한사람에겐 얼큰한 국물이 필요했다. 생선 구이는 어렵다고 하길래 우린 일정을 조정했다. 울루와투 사원은 어찌 보겠다만, 저녁은….. 한사람이 아프다니 아영이 ‘한식?’ 하고 묻는다. 씨푸드 레스토랑은 짐바란에 도착했던 폭우 쏟아지던 날ㅠㅠ, 우리 둘이 조개구이와 오징어튀김으로 씨푸드를 만끽했으니, 꼭 유명하다는 하티쿠 씨푸드 레스토랑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울루와투 사원부터 가기로 했다.
일몰이 장관이라는 곳을 우린 점심때 방문해서 그냥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운 사원 정도로 기억했다. 저녁때 한다는 께착댄스도 볼 수 없었지만, 이곳에 대한 아주 강렬한 인상이 있었으니…
들어갈 때부터 원숭이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붉은 지붕 아래 멋진 탑을 본다고 정신을 잃다가 내 모자를 노린 원숭이를 만났다.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모자를 잡아서 다행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내려가던 한사람이 이번에는 선글라스를 탈취당했다. 놀랍게 뒤로 와서 선글라스만 휘익 채가 옆의 나무 가지에서 우릴 내려다보는 건 1,2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가디언이 계셨고, 그 분에게 말을 하니 가방에서 먹을 거를 꺼내 휘익 던져줬다. 먹을 게 아니니 그거 잡고 한사람의 선글라스는 아래로 툭 던져버려서 우리가 간신히 주울 수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사원이나 일몰이 끝장 난다는 거 다 필요없고, 우리에게 울루와투 사원은 날렵한 원숭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아영을 주차장에서 만나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말해도, 그래? 한 마디로 받고는 운전에 몰두했다. 으이구 차분한 사람. 그 조용한 아영이 한사람이 아프다니 가지고 있던 몸살약을 줬다. 집에 와서야 chatGPT에게 사진을 찍어 어떤 재료와 효능을 가진 거냐고 물었다. 감기 초기 증상의 몸살과 근육통, 목 통증에 좋다고 했다. 생강과 강황, 타마린드와 어쩌구…. 생약성분의 인도네시아 약용 차인 것 같았다. 여행 다닐 때 감기 초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먹으라고 했다.
한사람 상황으로 인해 급하게 씨푸드 레스토랑의 일정을 바꿔 선셋로드에 있는 한식당 ‘무궁화’에서 우린 콩나물국밥과 육개장을 먹었다. 얼큰하고 매콤하고 구수한 게 제대로 한식이었다. 한사람은 속이 좀 풀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픈 것은 틀림없었으니 여행 마지막날 아파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힘이 쭉 빠진 한사람을 보면서 안스러웠다. 일몰 보면서 씨푸드 대신, 얼큰한 한식 먹으며 우린 기운을 좀 차렸다.
시간이 남아 중간에 쇼핑몰을 가자고 했다. 공항 가까이 현지인들이 가는, 트레이더스 같은 곳이 ‘크리스나’였다. 속이 여전히 미식거린다는 한사람이랑 거기 카페부터 갔으니 약속한 시간은 삼심 분 남짓이었다. 스파에 한 시간 일찍 가서 대기했으니, 여기서 시간 반을 보냈으면 좋았을 것을. 난 한사람 카페에 남겨두고 휙휙 돌았다. 가성비 제품이 많았고, 난 여기서 샤워젤이랑 라탄 가방, 샬락이라는 스네이크푸룻을 샀다. 라탄 가방이 삼만 육천원 남짓, 짱짱한 만듦새와 품질이 아주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수민이것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트렁크에 넣을 엄두는 안 나고 내껀 비행기에 들고 간다지만 두개는 좀…. 망설이다가 내 것만 산 것을 후회한다. 그만큼 좋은 곳이었다. 다음에 온다면 무조건 쇼핑은 넉넉하게 이곳에서. 여기서는 공항이 삼십 분도 안 걸린다.
두 시간 스파를 하고 나니 엎드려서 용을 썼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한사람은 몸에 열이 나는 증상이나 감기에 좋다는 ‘유칼립투스’를 선택했고, 난 두통과 불면증에 효과있으며 피곤한 몸을 회복시켜준다는 ‘라벤다’를 골랐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지 아로마별 효과를 적어놓았다. 내가 우붓에서 선택한 ‘일랑일랑’은 호르몬 분배를 균형 있게 해주며 주름진 피부를 회복시켜주며 유방을 탄탄하게 해준다고 했다. 거의 여성 취향저격용 문장이 아닌가.
다음은 강도를 선택하는 차례. 매번 한사람은 적당하게, 나는 강하게, 그렇게 주문을 했고 마사지를 그 강도로 받았다. 또 우린 그렇게도 살아왔다. 거칠지만 빠르고 용감하게 내가 앞서 나갔고, 한사람은 찬찬히 주위를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제지하고 잔소리를 했다. 36년전 허니문을 갔던 우리가 시간이 지나 이렇게 허니문이라기보다는 달콤쌉싸름한문을 다녀왔다. 한사람의 존재가 고맙다. 의지하며, 기운을 얻어, 남은 인생도 잘 살아야겠다. 물론 36년간 부부로서의 생활이 지침서를 마련해줬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반드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혼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힘과 혼자만의 방을 확보해서, 다정하게 살겠다.
사진을 보니 스파에서 기다리며 캡쳐한 유튜브 영상이 하나 있다. 최상목 관련 질의였을까, ‘그럼 공문을 왜 내보냈어요’를 캡쳐했으니 어지간하게 이번 명퇴 미승인에 마음을 두고 있구나 생각했다. 명퇴가 승인되었다면 발리 여행은 좀더 달라졌을 것이다. 진짜로 종지부를 찍고 시원하게 다음 시간을 궁리했을텐데, 난 1월 잘 놀았으니 2월에는 수업 준비를 좀 단단히 해서 남은 한 해 좋은 국어선생으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영과 굿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한시간 반을 연착한다니,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해야할 비행기 출발은 2시 50분. 한국 공항을 생각해서 한두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한사람은 약 기운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해서 몸에 열이 나고 다시 찌릿하다고 했다. 난 가지고 간 맥북을 보다가 한사람을 눕게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행기를 타고, 우리집 보리 나물이에게 왔다.
우린 2터미널에서 6300 타고 수서역에 내렸고 택시 타고 오다가 본죽에 죽 두 개를 주문했다. 제일 먼저 문 열고 들어가 보리 나물이를 와앙 안고 싶었지만, 한사람이 캐리어를 갖고 올라갔고, 난 본죽을 찾아왔다. 아이들은 스물스물 겁을 내다가 반갑게 나왔다고 했고, 내가 오자 ‘어디 갔다 왔냐’며 냥냐앙 울어댔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내 곁을 졸졸졸 맴돌고 있다. 나도 너희들이 무척 보고 싶었단다. 7박 9일동안 수민이가 일박이일 한 번 오고, 또 한 번 와서 삼일을 맡았고, 수혁이가 두번 와서 이틀을 맡았으니 다섯 번 와서 챙겨준 셈이다. 우리가 왕창리에 갔을 때를 생각하면 우리 있을 때보다 더 케어를 받은 듯 빨리 간식 내 놓으셔 의기양양 털이 기름이 반지르르 흘렀다. 그래도 보리 나물이 고생했다. 너희들 보고 짧은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아침에 트럼프 취임식 보며 늑장 부리기
사발면 아침도 맛있었다
떠나는 날이 가장 날씨가 좋다
리프레쉬 앤 펀 모먼트를 위해서
동네 살살 걸어서 약국 다녀오기
라오스에서는 참파나무라고 했던, 하와이에서는 머리에 꽂고 발리에서도 가장 흔한 나무
한사람이 열이 올라 잠깐 누워 있겠다고 했다. 난 마지막 일정을 체크했다.
안녕, 짐바란 르 메르디앙. 안녕, 봉보이
슬로반 비치 가는 길. 아영을 세번째 만났다.
여긴 파도가 꽤 높고 암석이 있어 서핑 숙련자만 타는 곳이라고 했다. 파도가 장관
아영이 찍어준 사진
건장하고 멋진 남자들이 참 많다
이 사진 찍어준다고 서보라고 하다가, 밀려온 파도에 한사람 신발이 홀딱 젖었다. ㅋ
입맛이 없다고 해서 내가 파스타랑 샐러드랑 베리 쥬스를 다 먹었다.
절벽 카페에서 사람들이 전부 바다를 보고 있다.
싱글핀에서 슬로반 비치
날씨가 더 좋아졌다
울루와뚜 사원은 사롱을 두르거나 허리띠라도 매야 한다. 절벽이 멋진 원숭이 사원으로, 일몰이 유명하다는 곳을 일정상 점심에 간다.
절벽 앞에 선 부부
다들 원숭이를 조심하라고 했다
이 그림을 올려다보다가, 내 모자를 가져간다고 원숭이가 급습, 아아아악 소리 질러 막았다.
어이없는 마음을 달래며 찍은 사진. 뒤의 사원에서 그랬다.
이 사진 속 공연장은 께짝댄스를 하는 곳이라고. 일정상 패스
그리고 한사람이 선글라스를 탈취당했다가 찾았다. 끝에 흔적이 남았다.
시간이 남아 현지인만 간다는, 크리스나 쇼핑몰
거기서 한사람은 카페에서 핫초코를 먹고 있겠다고 해서
스네이크푸룻이라는 ‘살록’을 샀고,
휘리릭 날 위한 여름 가방을 삼만몇천원에 샀다.
씨푸드 대신 일정을 바꿔서 선셋도로의 한식당 ‘무궁화’에 와서 콩나물 국밥을 먹고서야 조금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영이 준 감기약을 먹는 한 사람
마지막 스파 두 시간
기다리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다가 ‘그럼 공문을 왜 내보냈어요’에 빙의해서 캡쳐한 사진 ㅠㅠ
엎드려서 마사지를 받는다고 눈이 퉁퉁 부었다. 쇼핑몰에서 산 가방은 들고 비행기에 탔다. 맘에 든다.
잔돈을 턴다고 그라놀라
하염없이 기다렸다
덴파사르에서 인천공항
집에 왔다. 보리와 나물이가 트렁크를 정리하는데 다음에는 자기도 꼭 데려가라고 들어가서 안 나온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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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