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_7일차_짐바란 리조트에서 하루 종일
2025년 1월 21일(화)
점심 먹으러 호텔 옆 터키 음식점이랑, 저녁 먹으러 호텔 반대편으로 걸어서 레스토랑 ‘순다라’로 간 것, 밖에는 어디도 가지 않고 리조트에서 하루 종일 있었다. 오전 수영이랑 오후 수영이라니, 호사를 누렸다. 세 끼니 중심, 하루를 놀다 졸다 먹다 지냈으니 푹 쉰 날로 기록한다.
수영장이 딸린 스위트홈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좋은데 조식이 미포함이라니 어쩐다… 하다가,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로 레스토랑에 나가 주문해서 먹었다. 늘 과하게 주문을 했으니, 난 빵 바스켓과 커피, 과일 플래터 정도만 시키려고 했는데 한사람이 베이컨도 시키고 요거트도 시키고… 망고 요거트는 한사발 가득이었고, 다른 것들도 많았으니 부페 못지 않게 많이 먹었다.
중간에 수영을 해서 배가 꺼진 듯한 착각에 한사람이 또 폭풍 검색 하고 호텔 옆에 인도네시아 식당을 찾았다. 인터콘티넨탈 앞에 있는 가게라는데 못찾고 우린 좀더 걸어가 터키 식당에 갔다. 둘이서 함께 갔던 이스탄불이 생각났다. 거기서 먹었던 ‘피데’가 있었으니 우린 케밥이랑 시금치 피데와 음료를 시켰다. 셰프 혼자 주문을 받고 바로 반죽을 해서 오븐에 구워주는 집이었다. 인도네시아 식당 못 찾길 잘했다는 얘기를 하며 과식을 했다. 과식을 하는 김에 오다가 마트에 들러 맥주와 한입거리와 사발면을 사왔다. 내일 아침에는 절대 오버해서 주문하지 말고 사발면을 먹기로 했다.
이날은 세끼 먹은 거 중심으로 쓰기로 했으니, 저녁 먹은 것부터 메모한다. 중간에 잠깐 수영하고 쉰 다음에 다시 한 사람이 또 검색을 했다. 난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하지만 늘 음식을 앞에 두면 홀릭, 정신 없이 먹는다. 어제 세 끼가 다 그랬다. 그 중에서도 저녁은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비싼 메뉴였다.
‘순다라’는 포시즌 리조트와 연결된 레스토랑이자 비치클럽이라는 사실을 가서야 알았다. 우린 호텔 동네 돼지고기집인 줄 알고 갔던 것인데, 구글 지도 보면서 도착해보니 엄청 근사한 저택이었다. 예약 없이 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 듯, 레스토랑 바깥의 멋진 좌석을 보면서 거기 앉겠다고 하니 루피아로 원 밀리언 어쩌구 주문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흐미. 우린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사람이 검색한 메뉴는 ‘크리스피 베이비 피그’였다. 한사람은 글라스 와인을, 난 수제맥주를 시켰다. 음식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왔구나 싶은 장식과 맛, 분위기 모두 좋았다. 크리스피한 돼지고기 껍질 아래 부드러운 고기가 마치 당근 케잌처럼 나왔고, 양배추를 데친 후 불맛향이 나게 구웠으며, 과일인 듯 야채인 듯 새곰달곰한 사이드메뉴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소스는 들깨 머스타드였고, 식전 빵에 곁들여 나오는 버터 두 개에, 트러플 머쉬룸으로 한껏 장식한 한입거리 에피타이저….. 그래서 가격은? 봉사료와 세금 합쳐서 우리 돈으로 16만원이 넘었다니 엄청 화려한 음식을 먹은 셈이다. 참, 물을 먹겠냐 물어봐서 스파클링으로 시켰더니 그것도 큰 병으로 하나 나왔고 물론 계산에 들어갔다. 36년 전의 허니문을 기념해서, 우린 즐겁게 만끽했다.
순다라 비치클럽의 수영장을 지나 계단 지나 아래 해변을 내려가서 밤바다를 걸었다. 공항쪽 비치에서는 불꽃놀이가 펑펑, 멀리 우리가 마지막날 갈 짐바란 씨푸드 레스토랑에서는 해변 가득 야외 테이블이 놓였고, 매캐한 연기가 올라가고 생음악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폭우가 쏟아지는 첫날 ‘메네가 카페’에서 오징어튀김이랑 조개구이를 먹은 곳도 여기였다. 공항 가는 마지막 날, 제일 유명하다는 ‘하티쿠’에서 일몰을 보며 먹고 공항으로 가는 일정으로 다시 오겠다 생각했지만, 한사람이 몸살나서 한식으로 바꾸는 바람에 결국 하티쿠는 가지 못했다. 일몰은? 코로나 나기 전에 둘이 다녀온 코타키나발루에서 본 일몰을 불러내 그걸로 대신하기로 했다.
순다라 비치클럽 레스토랑에서 과하게 쓴 게 자꾸 생각났지만, 생각해보니 결혼기념일 여수 여행에서도 늦게 예약을 해서 우리 나이에 무슨 호스텔에 갔던 게 생각났다.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그리고 이렇게 썼으니 돌아가서는 다시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한사람이 술이 들어가자, 말이 많아지고 쏟아진 잠을 이기지 못한다. 함께 여행 와서 저 상태가 딱 좋다. 한 사람이 자는 사이에 난 윤석열 바라기 ㅋㅋㅋ 유튜브도 봐야 하고, 몇 자 적어야 하니까. 발리에서는 한남자 말고 또 다른 사람이랑 여행을 다닌 듯, 자다가 깨서 혹은 화장실에서 한사람 수영할 때 등등 혼자일 때면 늘 유튜브를 보며 진행 사항을 점검하게 된다. 12월 3일 이후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난 마트에서 사온 빈땅 레몬을 한 병 비우면서 몇 자 적으며 실질적인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이제 삼시세끼 먹는 이야기가 끝났으니, 우리 숙소와 연결된 르메르디앙 스위밍풀에 대해서도 몇 자 적어야겠다. 뜻밖의 업데이트와 연이은 곰팡이 냄새 문제에 대해 대처를 하며 이틀밤을 묵었다. 여러 조치 끝에 큰 냄새는 잡았다. 양키캔들 형식의 아로마 오일이 너무 강하면 가끔 끄기도 하고, 하루만 지나도 제습기 탱크가 가득 차니 비워주며 잘 지냈다.
스위밍풀 스위트롬은 신의 한 수였다. 테라스와 연결된 스위밍풀이라니, 더군다나 비가 잠깐 그칠 때 나가서 때때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물에 들어가서 허우적허우적 몇 번을 하고 나자 수영 배웠던 게 다 생각났다. 대학 시절 영희랑 AMF였나, 거기까지가서 배웠다. 한사람은 의정부 우리은행을 다닐 때 아침수영을 하고 출근을 했으니 물에선 대선배였다. 자유형과 평형을 오가며 감각을 되찾았다고 했다. 난 자유형 몇 번 평형 몇 번을 하고는 배영으로 물에 둥둥 떠서 놀았다. 누워서 올려다본 호텔 건물과 종려나무 잠깐 나온 파란 하늘. 호사로웠다. 테라스에서 대충 타월로 닦고 방을 지나 샤워하고 말끔하게 갈아입고 다시 수영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구조에서, 하루 종일 놀았다. 오전 수영, 오후 수영을 했다.
7박9일의 일정에서 아무런 일정 없이 하루는 우붓 호텔에서, 또 하루는 짐바란 리조트에서 쉬는 일정이 참 좋았다. 다음에 또 온다면? 가족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
방이 업그레이드 되는 대신에 조식 미포함이라고 해서 우린 어쩌나… 하다가 가서 주문을 하기로 했다. 가볍게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정도를 생각했는데, 한사람이 자꾸 자꾸 시켜서 이렇게… 빵 바스켓에, 커피 두 잔에, 과일 플래터에, 베이컨 6조각에, 야채 모둠에, 공짜로 주는 파이에… 배불러 죽는 줄
이날은 리조트에서 휴식이 일정의 전부. 리조트 산책을 했다.
오전 수영
그렇게 먹고도 수영 조금 했다가 배가 꺼졌나 싶어서 점심 먹으러 동네 나가는 길
점심은 터키 음식점에서 케밥과 시금치 피데
아이들이 자꾸 보인다
내일 아침용으로 편의점 들러 사발면 사오고 주전부리도 사왔다
수민이가 왔는데, 북어포를 보고 두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을 했단다. 사진이 날아왔다.
오후 수영
저녁으로 순다라 비치클럽에서 어어어어엄청 비싼 디너
제일 긴 수영장을 해변을 따라 갖고 있는 비치클럽이라고 했다.
갈 때는 해변으로, 멀리 우리 호텔 앞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피우는 연기가 보인다.
방에 와보니 냄새 이슈로 인해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과일 바스켓이 와 있었다.
한사람은 와인 한 잔에 취해서 잠이 들었고,
난 아쉬워 빈땅 레몬 한 캔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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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