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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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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18 한사람과 베트남 라오스] 04. 다낭에서 온전히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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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사람과 베트남 라오스] 04. 다낭에서 온전히 하루
● 2018년 1월 11일 (목) : 다낭에서 온전히 하루
놀라운 하루였다. 새벽에 도착해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맞이한 하루를 참 빼곡하게 보냈다. 한사람과 24시간을 같이 보내다니, 그것도 나란히 옆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은 백장도 넘게 찍으면서 말이다. 여전히 내 옆에서 잘 웃을 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여보~ 부르는 말에 돌아보고 옆에 오고 아주 가끔은 웃는다. 사람은 안변한다는데, 이 부분은 고양이 오줌만큼 발전하고 있다.
한사람이 예약한 반다호텔은 지리적인 면에서 100점 만점에 105점이었다. 다낭 시내와 미케 해변 위아래를 잇는 드래곤 브리지 바로 옆에 있다. 11층에서 보이는, 용다리에서부터 다낭 시내로 진군해 들어오는 오토바이 행렬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복면가왕은 아니고 그냥 복면의 남녀노소들이 쪼리를 신고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모는 모습, 무질서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좌우회전을 하고 직진을 하며 길을 건너는 사람을 용케 피해간다. 무척 조화로웠고, 다만 매연이 심했다.
호텔에서 바로 보이는 용다리
씨티뷰라는데 이 정도면 훌륭
구름 낀 하늘
아침에 욕조 옆에 놓인 작은 비누 접시가 떨어져 깨졌다. 반다호텔은 다 좋았는데 샤워커튼이 없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문화라면, 욕조 파우더라도 서비스로 놔두지. 일본은 호텔에 가면 꼭 그런 욕조 파우더가 있어 스파에 온 듯 기분이 좋았다. 암튼, 떨어진 사기조각을 줍다가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실금이 살짝 갔다. 피가 살짝 나오다 말았고, 지혈을 하니 더는 안 나오는데, 살짝 벌어져 신경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그런 스카! 그런데 오른손의 세 번째 손가락은 화장을 할 때 없어서는 안 된다. 스킨 로숀을 바를 때나, 베이스를 톡톡 두드릴 때 꼭 필요했으니, 꼭 사단이 나고서야 중요함을 알게 된다. (이것도 꼭 부부 사이를 상징하는 것 같다 ㅎ)
메모를 남겼다. ‘실수로 비누접시가 깨졌고, 미안하다고, 덕분에 작은 사고가 났는데, 혹시 밴드를 구할 수 없냐고?’ 밴디지라고 하면 모를까봐 옆에 그림도 살짝 그려놓았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얌전하게 밴드 4개가 메모 옆에 있었다. 고마워라. 그 밴드를 하니 살살 벌어지는 느낌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내게는 이 밴드 같은 남편이 필요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메모 하나를 남겼다. 우리는 후에에 가서 1박을 하고,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 마저 1박을 하는데, 같은 호텔이다. ‘밴드 고맙다고, 삼색 볼펜은 내 작은 선물이라고, 이 호텔에서 묵었던 이틀은 그뤠잇했고, 내일 다시 반다에 오는데, see you soon!’ ㅎㅎ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오전은 오행산(별칭 마블 마운틴)에 가고, 미케 해변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북쪽의 응우엔 사원에 갔다가 다낭 중심가에서 점심을 먹는다, 나머지 시간은 다낭 시내를 돌아다니다 호텔에서 맛사지를 받는다, 한 끼는 현지 음식을 거나하게 먹는다’까지가 이 날의 계획이었다.
호텔 조식은 내가 로망하는 음식으로 2순위다. 기내식에는 여행의 기대감이 있고, 호텔 조식에도 현지 여행의 기대감이 있다. 반다호텔은 조식도 훌륭했다. 창가에 앉았으니 조망이 슈퍼그뤠잇 디저트였다. 한사람은 현지 음식을 위주로, 난 달달한 푸딩과 구수한 커피 위주로, 행복했다. 먹는 행복도 한 몫 한다.
오행산은 그곳 말로 ‘응우한썬’이란다. 미케 해변 아래쪽 논느억 해변 쪽이라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심했다.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우한썬은 다낭과 호이안 중간에 있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산이다. 해안과 접한 평지에 산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어 풍경이 독특했다. 오전에 한두 시간 정도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언덕을 오르니 금새 전망이 좋았다. 참, 올라갈 때는 앨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5층으로 올라갔다.
응우한썬, 마블마운틴
한국 가족이 찍어준 우리 둘
곳곳에 불상과 남쪽나라 나무
아이폰 엑스의 ‘인물사진 모드’로 한 장씩 건졌다
번호가 10번까지 매겨진 지도를 보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한국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했더니 지옥도 있고 천당도 있는데, 다 볼만하다고 지옥부터 가란다. 삶이 지옥인데 ㅋㅋ 우린 후옌콩 동굴을 목표로 길을 잡고 가는데 중간에 ‘heavens way’라는 계단 길을 만났다. 앞서 올라가는 사람의 뒷모습만 찍게 된다. 이런 높이에서 갑자기 원시림이 되었다가 동굴을 만나니 좀 놀라운 풍경이다.
지도가 큰 도움은 안되었고, 곳곳에 푸른 나무가 좋았다
천국으로 가는 길 위에서 우리
그곳에서 본 풍경
후옌콩 동굴 내부에 사원이 있었다. 동굴로 들어가는 길목에 사천왕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중앙엔 석가모니 불상이 있었다. 나는 네 군데 석가모니 앞에서 구복신앙을 펼쳤다. 한 곳에 한사람씩 간절하게, 우리 가족의 안녕을 부탁했다. 동굴 내부로 빛이 들어왔는데,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폭격을 맡아 생긴 구멍이다. 이곳에서 우리네 제주 4·3처럼, 베트콩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게릴라 작전을 펼쳤단다. 유명하다는 ‘콩 까페’가 ‘베트콩’의 콩이란다.
동굴 사원
우리 둘 마음에 꼭 들었던 사원, 달마대사님
중간에 한사람이 코코넛쥬스로 목을 축였다. 나는 공공화장실이라는 곳에서 선물을 남겼다. 여기 화장실은 놀랍게도 들어가려면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안은 고만고만 낡았는데, 베트남 화장실의 남다른 포스다.
쥬스는 시원해서, 반 쪼개서 긁어먹으라는 코코넛 속은 고소하고 쫄깃했다.
한사람이 찍어줬다
같은 택시로 미케 해변을 따라 린응 사원으로 갔다. 처음에 호텔 앞에서 잡아탄 택시 운전사가 기다린다고 했다니, 우리가 이 분의 은덕을 보는 것인가 이 분이 운수 좋은 날인가. 미터기 요금만 받았으니 바가지는 아니고, 우린 럭셔리 관광단이 되었다.
택시 타고 미케 해변을 지났다
다낭 북동쪽을 이루는 선짜 반도에 있는 린응 사원의 ‘린응’은 이곳 말로 ‘신령이 영묘해서 사물에 응한다’라는 뜻이니, 각별한 기원을 잘 받아주시겠다. 선짜 반도의 별명은 멍키 마운틴이라는데, 놀랍게도 내려오다가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 두 마리를 봤다. 나만 봤다니, 이거슨 본당에 들어가 곱게 절하고 내려온 내 눈에만 보인 건가.
린응 사원은 개발이 제한된 산 중턱에 30층 높이의 건물과 맞먹는 규모의 해수관음상이 제일 유명하다. 바람이 무척 심했다. 반도인지라 사방 어디에서도 바다가 보이고 경관이 좋았다. 우리네 12지신상처럼 동물과 부처(보살?)를 조각한 상이 있어, 난 우리 집 사람들과 특별히 엄마를 위해 용 조각을 찾아 합장을 했다. 잘 있겠다고, 내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라는 엄마 말이 귀에 선하다. 엄마를 대신해 이 멀리 와서 엄마 띠인 용 조각 앞에 머리를 조아리니, 부처님이시여, 우리 엄마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시길, 서울에서는 내가 잘 보살펴 드릴 테니 부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따뜻하게 봐주시길, 기원했다.
구글지도로 린 웅 사원 찾아가는 길
해수관음상
우리 둘의 셀카는 한사람 휴대폰으로 찍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용 비석을 보면서 엄마를 생각하던 시간
말띠 여자
다낭 중심가에서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한사람이 가이드북에서 본 ‘해피 반미 샌드위치’를 추천했다. 바게뜨를 베이스로 하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라니, 줄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우린 타이거 맥주를 곁들였다. 오가는 길에 한 시장과 다낭 대성당을 지나친 것으로 다낭 시내는 끝, 호텔로 걸어서 올 때는 한 강변을 걸었다. 우리네 한강과 우연히 발음이 같은데, 여기가 폭이 좁고 많이 탁했다. 중국의 황하도 그랬고, 베트남의 메콩 델타도 황토빛 물이었다. 아시아권의 특징인가.
해피 반미 샌드위치
모든 음식은 타이거 맥주와
한 강변
사회주의 나라임을 알겠다
한 마켓
그곳에서 망고를 샀다
아침에 두 군데를 돌고, 시장을 지나 점심을 먹고 나니 노곤해서 호텔에 가서 30분만 깜빡 잠을 잤다. 내 맘대로 시에스타인 셈이다. 호텔에서 저녁 맛사지를 예약하고, 호텔 뒤편 건물에 있는 ‘참조각 박물관’이었다.
다낭에서 가장 큰 볼거리라고 해서 우린 여긴 올 때부터 찜해두고 있었다. 참파 왕국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베트남 중부 지방을 여행하려면 참파 왕국과 힌두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곳이란다. 1898년 미썬 (미선? ㅎ) 유적이 재발견되면서 프랑스 국립 국동 아시아연구원이 참파 유적 연구를 본격화했고, 이곳에 1916년에 박물관을 개관했다. 현재 참 박물관은 콜로니얼 양식의 노란 건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참파 유적 관련 500 여점을 전시중이다.
참 박물관을 천천히 돌다가 다 생각났다. 오오래전, 친구들과 함께 앙코르왓에 갔을 때 만났던 힌두의 신들. 중앙 사원 깊숙한 곳에서 만난 링가라니, 결국 생과 사, 신과 인간은 여기에 귀결이 되는가 좀 웃음이 났었다. 참파 왕국은 시바, 비슈누, 락슈미 등의 신을 형상화한 석조 조각과 부조들이 대부분이었다. 관능적이고 또 관능적인 조각이 끝도 없었다. 우리식으로는 연꽃을 형상화한 석조 대를 여기서는 가슴을 본땄다며 얼마나 봉긋하게 해놓았는지. 젊은 가슴이었다. 압사라의 가슴과 허리, 엉덩이의 비율은 또 어떻고. 부러웠다고 적고 간다. ㅎ
가슴을 모티브로 ㅋ 우리들은 주로 연꽃잎을 형상화한다.
참 조각 박물관 앞에서 씨클로를 탔다. 30분이라니, 우린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헤맸던 한시장 근처에 가서 다음날 후에 갈 버스를 예약하기로 했다.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는 씨클로에 앉아서 다낭에 저녁이 오는 것을 봤다. 한 강변을 따라 여유로웠다. 씨클로에서 내리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오토바이 물결
한 강변을 씨클로로 지나갔다.
다낭에서 후에에 갈 때 경치 좋다는 기차를 예약하겠다는 한사람에게 난 그냥 여행사의 버스로 가자고 했다. 언제 다낭 기차역에 가서 예매를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좀 지치기도 했다. ‘한트래블’이라는 곳에서 일사천리 다낭에서 후에, 후에에서 다낭, 여기서 다시 다낭에서 호이안, 세 번의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나중에 쓴 돈을 적다보니 여기에서 과용을 했다. 그래도 뭐. 그냥 편하게 다니기로 한다.
다낭에서 중심은 박당 거리이다. 여행사에서부터 우리 호텔까지 강변을 끼고 걸어오는 길이 바로 거기였다. 천천히 오다보니 강변에 불이 휘황한 유람선이 다니고, 나이트라이프를 준비하는 형형색색의 등불이 밝혀졌다. 오다가 들어간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나하게, 지나치게 많이 먹게 되어 좀 불편했다. 내 돈 주고 이런 건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코스별로 애피타이저 하나 고르고, 메인 요리 고르고, 디저트는 안 해도 와인은 한 잔씩 하고..... 그랬더니 거의 둘이서 메뉴를 4개 고른 셈이 되었다. 애피타이저를 여기서는 스타터라고 하는데, 나오는 거 보니까 거의 한 끼 요리였다. 우린 레이첼 레스토랑에서 스프링롤과 소고기쌀국수(나의 선택), 완탕과 구운새우와 라이스케잌(한사람의 선택)을 시키고 글래스 와인을 한 잔씩 했다.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고 우리는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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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