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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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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18 한사람과 베트남 라오스] 05. 다낭에서 후에 이동, 후에에서의 반나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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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사람과 베트남 라오스] 05. 다낭에서 후에로 이동, 후에에서의 반나절
● 2018년 1월 12일 (금) : 다낭에서 후에 이동, 후에에서의 반나절
많은 것을 했는데 이제 겨우 이틀이다. 경주와 같다고 말하는 도시 후에로 이동하는 날이다. 이곳 사람은 시크하게 ‘훼’라고 부른다. 6시도 전에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시리야, 오늘 날씨 어때?’ 그런데 어쩌나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며, 19도를 가리킨다. 최강한파가 몰아치는 한국에 비하면 이게 어디냐 할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는 따뜻한 남쪽나라가 아닌가. 몇 개 가져온 반팔은 언제 입을까. 맑은 콧물이 주르르 흐르길래 삼색 패딩을 입기로 했다. 맞춤한 선택이었다. 호텔에서는 우산을 빌렸다.
반다 호텔 3층 식당에서는 바깥 풍경이 잘 보인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길 건너편 레스토랑 이름이 나 같은 사람을 혹하게 한다. “Keep Calm And Coffee and Cake” 이라니, 얼른 킵캄앤드 시리즈를 검색했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Keep Calm And Just Go For It! 이었으니, 꼭 우리 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쭉쭉 가기로 한다.
여행사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로비에 있다가 벨보이가 찍어준 우리 둘의 사진 한 장을 건졌다. 나 같으면 계단을 좀더 자르고 위를 확보했을 텐데, 그래도 이게 어딘가. 후에로 향하는 즐거움을 잘 담아 찍어줬다.
스무 명 남짓 여행사 버스로 함께 이동했다. 잠깐의 다국적 그룹인 셈이다. 가이드가 여정을 소개하고, 우리가 두세 곳에 머무를 예정이며 거기서 사진을 찍으란다. 한사람은 이때 좀 낡아 보이는 빅밴을 보고 경치 좋은 곳을 지나는 기차를 타거나, 하다못해 우등 고속버스라도 탔으면 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이왕 탄 것을 어쩌랴. 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포기가 빠르다.
정차한 곳 1에서 화장실에 갔다. 중년 이후의 여행에서는 정차할 때마다 화장실 가는 게 일이다.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생각하련다. 가이드가 하이번 고개라고 말하며 벙커라고 했다.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는 우리에게는 비구름 전망대였다.
바익마 국립공원 가기 전 죽죽 해안가를 따라갔는데, 우리들 양식장과 비슷한 곳을 지났다. 가이드는 이게 ‘oister farm’이라며, 베트남에서도 질 좋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란다. 굴을 애호하는 내가 굴밭을 그냥 지난다.
정차한 곳 2는 방코 비치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였다. 바라다 보이는 섬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으나 내 영어가 너무 짧았다. 방코 비치를 지나는데, 짧은 영어로도 확연하게 여러 번 들리는 말이 있으니 ‘모스키토’라는 말이 자꾸 등장했다. 알고 보니 여기 모스키토에 물리면 죽기까지 하는데, 여기에는 유칼립투스 오일을 바르면 괜찮다고 했다. 한사람이 혹시 저 오일 팔려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엥, 또 한 번 화장실 다녀간다며 정말 전망 하나 없는 이상한 가건물 앞에 세웠다. 우리는 유칼립투스 오일 판매대를 지나 사이공 밀크 커피를 한 잔 사와 버스에서 마셨다. 커피는 진하고 달콤했다.
세 시간이 걸린다기에 막바지에는 팟캐스트로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었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나와 신혼부부와 경쟁하며 작은 아파트 전세를 구하다 포기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새 잠이 들었다. 잠이 안 올 때는 팟캐스트가 최고다. 그새 후에에 도착했단다. 후에도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후에에서 우리는 일박을 하고 다시 다낭으로 간다. 세 시간 걸려 도착했으니 하룻밤 자고 가길 잘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빌라 후에’로, 관공서처럼 생긴 빌라를 개조해 정부가 호텔로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높이는 3층이 고작이지만 방이 널찍하다. 프론트에 있는 여성이 너무 애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관광대학 학생들이 로테이션으로 현장실습에 참여한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다. 교생실습인 셈이다. 호! 어디나 세파에 시달리지 않으면 얼굴이 맑다.
한사람의 학구열이 대단하다. 베트남을 자기가 맡았다고, 봐야할 곳 먹어야할 곳을 연구를 많이 한다. 라오스를 맡은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모두가 자기 맘 같을 수는 없으니 라오스에서는 라오스식에 따르는 것으로 ㅎ 점심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리틀 이태리’에서 피자와 콜라로 때웠다. 패스트푸드점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곳인데, 정색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며 느릿하게 음식을 내온다. 후에를 반나절에 돌아봐야 하는 나는 조급한 한국인이 되었다.
후에는 古都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도시다. 흐엉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후에는 응우옌 왕조의 수도가 있었던 곳이다. 베트남을 최초로 통일한 베트남의 마지막 봉건 왕조라니, 우리는 통일 신라(남북국 시대?)부터 조선까지? 아무튼 응우옌 왕조는 13명의 황제를 배출하며 19세기를 풍미했다.
한사람이 제시한 플랜은 후에 근교의 황제릉부터 보고 와서 시내의 왕궁을 보는 것이었다. 민망 황제릉은 제일 먼 곳, 후에에서부터 30킬로 가까이 떨어져 있으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베트남 황제의 무덤이다. 한사람이 민 곳이다. 민망과, 카이딘 황제릉과 뜨득 황제릉 세 곳을 다 볼 수는 없으니 우린 재빠르게 검색에 들어갔다. 뜨득 황제릉이 푸름이 가득하고 사진이 잘 나온다는 걸 보고 난 제일 가까운 뜨득을 밀었다. 피자 먹을 때 지체한 시간을 감안하고, 우산 쓰고 돌아다녀야 하는 환경을 감안해서 한사람이 내 선택을 존중해줬다.
뜨득 황제릉은 응우옌 왕조의 4개 황제인 뜨득 황제 재위 시에 만든 것이다. 원래 황제들이 살아생전에 자신의 묫자리를 정하고 무덤을 건설하는 것이 관례라고는 하지만, 뜨득 황제는 무덤이 완성되고도 16년을 더 살았다니, 여기가 진정 ‘민망’ 황제릉이 아닌가 싶었다. ㅎ 도착하는 입구에서부터 뜨득 황제릉은 고즈넉한 역사 한가운데 있었다.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무덤이었다.
가기 전에 가이드북에서 놀라운 숫자를 발견했으니, 무덤까지 만들어놓고 오래 통치한 뜨득 황제는 무려 104명의 왕비를 거느렸으나 후손이 없었단다. 고자가 맞겠다. ㅋ 자기가 직접 설계했다는데, 키가 작은 자기 키를 생각해서 석상도 다른 능에 비해 작다고 해서 난 그 옆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황제보다 훨씬 더 큰 키다. 뜨득 황제릉에 대해서는 공덕비 이야기도 있다. 자기의 공덕비를 자기가 직접 쓴 속내는, 아들을 보지 못한 탓에 자기 공덕을 기록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니, 웃고 넘어간다. 심지어 도굴을 우려한 황제는 자신이 묻힐 곳을 철저히 비밀에 붙여 공사에 참여한 신하 200명을 무덤 완성과 함께 교수형에 처했단다. 다행이다.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뜨득 황제릉 주차장에서 타고 갔던 택시 기사가 주차장에서 우리가 돌아보기를 기다려줬다. 주차장 요금만 더하고, 오가는 택시 미터요금만 받았으니, 고마운 분이다. 우리는 후에 왕궁, 시타델에 내려달라고 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에버랜드 돌아보는 전동차와 같은 것이 있었으나 우린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의 속도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으나, 돌아가는 길에서는 발이 많이 뻐근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성벽과 해자에 둘러싸인 구시가가 그대로 남아 있고, 성문을 통과해 구시가에 들어서면 차분한 거리 사이로 옛 왕궁이 보인다.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곳이 고스란히 이끼를 입고 있어서 고즈넉하고 고색창연했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깃발 탑(국기 게양대)과, 응오문(午門)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후에 어디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깃발 탑은 현재 붉은 색의 거대한 베트남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붉은 바탕에 노란 별이 단순하다. 이 깃발 탑은 1807년에 나무를 이용해 세워졌다가 증축하고 계속 높아졌다니, 사람들은 이 곳이 내 꺼라는 의미로 하는 행위 중에 ‘깃발 꼽기’도 들어가겠다. 응오문은 정오가 되면 태양이 문 위에 떠오른다고 해서 지었다는데, 아쉬워라, 우리는 오후 2시쯤에 통과했고, 이 날은 써니데이가 아닌 레이니 앤 크라우디데이였다.
응우옌 왕조의 왕궁에서 한사람은 또 연구를 한다. 여보세요, 제가 연구부장입니다요. 나는 휙휙 지나치는데, 가다보면 안 오고 가다보면 안 오고.... 사람들은 후에를 경주와 같다고 했지만, 나는 우리네 경복궁과 종묘를 모아놓은 인상을 받았다. 중국 문화권이 생각보다 넓다. 1945년까지의 문자에 대한 전시를 한쪽에서 하고 있는데, 다양한 한자의 향연이었다. 19세기 말이었나,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모습이 사진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허생전에서 만난 청나라 복색과 머리들이 생각났다.
난 화려한 왕궁보다 폐허에 끌렸다.
다리가 좀 아팠다. 한사람의 무릎은 어땠을까.
후문 바로 앞에 있는 하이랜드커피에서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도심에서 맥노널드가 그렇듯, 이곳의 체인인 듯 한 하이랜드커피의 화장실은 깨끗했다. 그 사이에 열심히 연구를 하던 한사람이 동바시장엘 들렀다가 짱띠엔 다리를 건너면 우리 숙소가 있는 여행자거리, 팜응우라오 거리가 나온단다. 트리플에서 열심히 맛집을 검색해서 우리는 소박한 베트남 현지식을 맛볼 수 있다는 ‘니나 카페’에 가기로 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데 씨클로를 타고 가라고, 동바시장과 다리 건너가려면 의외로 멀다고 했다. 호객이었지만 진실이었다. 어두워지는 거리, 오토바이의 행렬 속에서 우산 쓰고 걷는 것이 생각 외로 힘들어 걷다가 씨클로 생각을 좀 했다. 다낭에서 한 마켓을 봐서 그랬을까, 동바시장까지 가는 길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시장은 그만그만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큼만 남기고 물건으로 가득한 곳을 사람을 헤치며 걷기에는 살 것이 마땅치 않았다. 언니, 말린 망고? 블랙커피, 베트남 커피? 웃으며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난 웃기만 했다.
흐엉강을 짱띠엔 다리로 건넜다. 에펠탑을 설계한 사람이 만든 다리라고 한사람이 그랬다. 우리 한강보다 다소 작지만, 그래도 후에라는 도시에 비해 꽤 큰 강이다. 이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물길을 끌어다 쓰고, 배를 타고 오갔겠다.
구글지도를 켜고 니나 카페를 찾아갔다. 주택의 앞마당을 카페로 바꾼 곳이었고, 여동생같은 종업원들이 친절했으며, 우리가 먹는 것을 유심히 보시다가 얼른 오셔서 손짓으로 먹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아저씨는 고마웠다.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려는 친척집에서 밥을 먹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 베트남 식사가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다낭 레이첼 레스토랑에서 알았으면서도 한사람은 셋트를 시켰다. 스타터가 무려 두 개에, 병어같은 생선 조림에, 과일까지. 그럴 줄 알고 나는 땅콩소스에 튀긴 고기와 야채와 국수를 버무려먹는 단품을 시켰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나, 한사람의 셋트에 따라나온 애피타이저나 규모나 맛이 비슷비슷했다. 여기에 타이거 맥주도 시켰으니, 둘 다 세트를 시켰으면 힘들 뻔 했다. 맛있는 집! 트리플에다 맛집 후기를 남기고, 별 네 개를 줬다.
숙소에 돌아왔다. 샤워하고 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오늘은 충분히 고단했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을 정산하고, 내일을 계획하며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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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