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리에도 추석 상차림
2024년 9월 15일(일)
연휴 중간인 일요일, 아침 해먹고 왕창리에 가서 휘리릭 일을 하고 왔다. 어제 같이 와서 아침잠 자고 있는 수민이에게 알아서 가라고 했으니, 우리가 좀 심했지만 왕창리에 가야했다. 무우 씨앗이 파종되었는지 그게 궁금했고, 우리를 기다리는 양말이와 코삐뚤이도 마음에 걸렸다. 닭가슴살은 없지만 추석이니까 두 그릇 가득 사료를 채워주고 왔다. 가자마자 자기네 집처럼 데크에서 우릴 보고 있던 코삐뚤이, 우리 나갈 때 왔던 양말이 모두 잘 먹는 거 보고 왔다.
별로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퇴촌에서 무우 모종이 있을까 들른 가게에서는 동네 고수 아저씨들이 너무 더워 그러니 안 나왔으면 다시 가서 또 파종을 하라고 하셨다. 오늘까지 무려 세 번째 파종이다. 기후 재난의 시대, 농사에도 변화가 왔다. 아니나다를까 50% 발아율을 보였고, 나온 것들은 벼룩벌레들에게 먹힌 흔적이 역력했다. 한사람은 유기농 약이라도 친다고 애썼고, 난 빈 자리에 다시 무우 파종을 했다. 당근도, 비트도 제대로 안 났다. 참외 수박 거두고 유박비료 뿌려둔 곳을 한 사람이 다시 밭을 만들어줘서 청갓과 열무, 알타리와 공심채 씨앗을 좀 뿌렸다. 대파가 있는 틀밭에는 쪽파를 심었고, 상추 씨앗 뿌린 곳을 포함해서 물을 좀 많이 줬다. 처음에는 뜨끈한 물이 나왔다. 그 일을 한다고 땀을 무진장 흘렸다.
점심은 우동 끓여 먹고, 시에스타라고 좀 쉬고, 한 사람은 자고….. 여주랑 호박 좀 따고, 갈비 양념에 들어갈 생강과 배 두어 개 딴다고 하다가, 배를 따는 시기를 놓쳐 서너 개가 물렀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 배는 유난히 안 열었다. 따다가 썩은 거 빼놓고 열댓 개를 가져왔다. 그 배 중에 무른 것들은 갈비 양념으로 썼다.
오는 길에 지인의 부고를 받은 한사람은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이대목동병원이라니, 오가는데 거의 세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난 갈비를 재고, 내일 대구 갈 준비를 했다. 매일매일이 쉬운 게 없다.
사진 몇 장의 오늘은 이랬다.
코삐뚤이와 양말이의 추석 밥상
한참 파종 다시 하고 땀 범벅이 될 때의 하늘, 코스모스가 피었다.
그 하늘 아래서 땀을 바가지로 흘렸다. 취꽃과 메리골드꽃도 만발
머루포도가 꽤 맛있다. 벌이랑 같이 먹고 있다.
올해 배 수확은 이게 다다.
혼자 먹는 저녁이라 야채스프를 두 컵, 공심채를 볶아 먹었다.
참, 수혁이가 준 스티커를 붙였다. 취향저격:)
수민이는 자기 꺼 살 때 하나 더 샀다고, 마사지용 괄사를 줬다. 착붙:) 고마운 마음도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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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