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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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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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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24 대구에서 추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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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구에서 추석
2024년 9월 18일(수)
어제 열 시에 잤더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할 필요가 없어 공부방에 들어왔다. 언니네 하남집에 들렀다가 의정부 가서 아침을 먹고 오면 되는 날인데, 평소보다 서둘러 와야 한다. 수민이가 점심 지나서 온다고 했으니 저녁은 이제 어머님이나 우리 엄마와 바톤터치, 나도 아이들을 맞이해야 한다.
그 전에 사진 보면서 휘리릭, 일박이일로 SRT 타고 대구 내려갔다온 이야기, 몇 자 적는다. 코로나 이후부터 큰 집에서 대대적으로 모이는 제사에는 가지 않고, 명절 전날 저녁 대구에 있는 온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게 큰 행사다. 명절날 아침에 밥을 먹고는 점심 먹고 올라오는 게 일상인데, 이번에는 수혁이가 SRT 예매를 한 탓에 11시 기차에 맞춰 점심 전에 올라왔다.
아버님은 깡 마른 체격에 되려 얼굴이 부으신 듯, 아프신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데 앉아 있지 못하고 눕는다고 들어가신 것을 보면서, 아버지 마지막해가 생각났다. 돌아가시던 해인 2017년 1월에 아버지 생신을 우리집에서 차렸다. 그 좋아하시는 회를 뜬다고 가락시장에 갔는데도 침침한 주차장에서 기다린다고 하셨고, 밥을 먹자마자 어린아이처럼 빨리 집에 가자고 하셨다. 난 그때가 아버지 간암 말기인 것도 모르고 아버지 배가 엄청 부르다, 7개월 8개월? 입바른 소리를 했다. 교생실습으로 5월을 바쁘게 보내고 난 뒤, 6월초에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간암 말기라는 소리를 들었고, 짧고 강렬하게 아프시다가 8월초에 돌아가셨다. 시아버님은 그래도 허리협착증과 황반변성 등에 대해 꾸준하게 병원 진료를 받으시고, 옆에는 어머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어머님은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말을 많이 못 들으신다.
내려갈 때 아예 음식 준비를 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늘 작은아빠가 포항에서 문어와 횟감을 끊어와서 푸짐한 저녁상을 차렸으니, 아침에 해먹는다고 나는 갈비를 한통 재서 가져갔다. 전과 나물은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항목이니 하지 마시고 국과 김치만 준비하셔라 했는데도 어머님은 잘 팔리지 않는 전과 나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수혁이도 함께 내려간 사진 몇 장이 있다.
시댁 추석 선물 사러간 김에 우리 둘 셀프 선물도 샀다. 둘 다 캐쥬얼한 신발 하나씩 샀는데, 처음으로 슬리퍼 말고 운동화를 신는다. 아직 상처부위는 드레싱을 하고 있지만 신을 만하니 나아간다. 수서역에서 만나 아아 한잔씩 들고 기차를 탔다. 수혁이의 훅 들어온 브이자 손가락. 난 내려갈 때 이북으로 구매한 민원정 선생님의 책 <놀랍도록 길어서 미치도록 다양한 칠레>를 읽었다. 언젠가는. 동대구역에 도착, 기후시계가 사년 몇 개월이 남았다고 해서 우린 새삼 놀랐다.
우리끼리 점심 먹는데도 어머님은 말씀을 많이 하시고, 수혁이는 브이자를 그렸다. 2사분면은 안들어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며 네다섯 시부터 펴놓은 밥상. 늘 똑같다. 친구 만나러 간 한 사람, 작은 아빠네, 고모네를 기다리며 어머님은 상을 펴놓고 내 부엌에 계시고, 나는 비효율적인 방식에도 어머님 방식을 거스를 수 없어 맴을 돌았다. 한사람이 불콰한 얼굴로 들어와서 한숨 자고, 수혁이는 소파와 딱 붙어서 한숨 자고 난 뒤에야 우르르 식구들이 왔다. 작은 아빠가 가져온 문어와 광어전어 회,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멍게까지 있음에도 소고기를 한 접시씩 구웠다. 두 시간 차리고, 후다닥 밥 먹고, 내 설거지가 끝나면 잠시 덕담을 나누다가 선물교환을 하고 다들 일어서 나간 시간이 8시 30분. 올해는 허리가 아프다는 사위 덕분에 더 일찍 끝났다. 세상에, 9시도 되기 전에 거실에 이불 깔고 눕게 될 줄이야. 어머님은 누버 자거라…. 쉬라는 말을 이렇게 하셨다.
실컷 자고 깨서 보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모기때문에 한잠도 못잤다. 얼굴을 물릴까봐 결코 얇지 않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뒤척였다는 이야기.
아침상은 그래도 내가 주도할 수 있었다. 아, 저녁 먹고 집에 간 작은아빠네가 와야 먹을 수 있어서 언제 오나 조금 기다리긴 했다. 재어간 LA갈비 중심 아침을 먹고 휘뚜르마뚜르 설거지를 했다. 11시 차라 10시 조금 넘어 나왔다. 올 때는 ‘메종 드 도쿄' 일드를 한사람과 나란히 봤다. 수서역? 30도가 넘어가는 날씨가 제정신이 아니다. 유난히 더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의연하게 우리를 보고 있는 보리:)
반가운 가족 만나고 음식 준비에 따른 스트레스도 없다. 있다면 저녁상 차린다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 작은 아빠는 저녁 횟감 담당하고, 난 갈비찜 하나 해오고, 어머님은 국과 김치만 준비하셔라, 누가 깍쟁이 서울 며느리 아니랄까봐 또박또박 말씀을 다시 드렸다. 내 상황이 되고 보니 며느리가 온다고 하면 집안 청소할 일부터 걱정이 되실 것이다. 몸은 무겁고 특별한 음식은 이제 해 본 적도 없고. 아, 대구 모기가 손가락 마디와 발가락 주변을 많이도 물었다. 간신히 몇 자 썼다.
그 와중에 함께 내려간 수혁이 맥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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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아버님 이야기 듣다가 생각난, 85세 우리 아버지 생신을 차려드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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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