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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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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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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별 다를 것 없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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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를 것 없었던가
2024년 9월 24일(화)
늘 아침에 일찍 깬다. 예전보다는 좀더 일찍 잠자리에 든다. 중간에 한 번 정도 화장실 간다고 깬다. 이 정도면 노년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정상이겠지? 비정상이라면, 이런 비정상 덕분에 아침에 전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하루 늦게 쓰는 일기다.
청량한 기운을 느끼며 출근을 했다. ‘아침 건강 운동장 돌기’하는 아이들과 노랫 소리를 들으며 내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운동장 풍경이다. 순탁쌤이 멀리 보여 내 경관에서 한 장 찍었다. 교감쌤도 이 구도에서 찍어 보낸 사진이 있다. 애쓰신다, 다들.
수민이도 잠이 일찍 깼는지 아침에 뭐 갈아서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개인 카톡으로 보냈다. 가족방에 올리면 잔소리가 너무 티가 나고, 꼭 말은 해야할 것 같았구나. ㅋㅋㅋㅋ 요약하면 몸에 좋다고 갈아서 먹는 즙이나 야채 쥬스 같은 게 간을 상하게 하고 혈당을 올린다고, 그냥 생 야채를 먹으라는 얘기였다. 오케이, 알았다고.
월요일 아침 밥상이다. 안 그래도 비트와 양배추 너무 많이 넣고 사과 조금 넣어 맛은 없게된 해독 스프를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다. 한사람에게 차려준다고 호박 절인 것에 치즈와 계란을 넣고 구웠으니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나도 먹었다. 오징어 무침이랑 같이 먹었고, 건강 엄청 신경 쓰는 한사람에겐 풀무원 나토도 하나 투척. 갈아서 좀 먹고, 한사람이랑 같이 또 먹고…. 그러면 영양 과잉이 되겠다는 생각도 한다:) 해독 스프 만들어놓은 것을 밥 먹기 전에 반 컵 정도 먹으면 엄청 포만감이 있어 뭘 안 먹게 되니, 수민이가 보내준 글 잘 읽고 염두에 두되 두유랑 해독스프는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세시 반, 책소리한다고 막 내려가는데 복도에서 졸업생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는데, 아 재작년과 작년에 가르친 애착학생, 그런데 이름이 뭐더라? ㅋㅋㅋ 얼른 내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 ‘난 서미선쌤이야, 넌 이름이 뭐니?’ 이게 뭔 치매노인의 발화인가. 웃으며 얼른 재욱이랑 진서라고 했다. 그래, 경호원한다는 재욱이, 지금 해병대 갔다는 장진서. 왜 몰라, 알지 알지. 쥬스라도 주고 싶지만 복도에서 만나 휘익 지나쳐서 아쉬었다. 학교가 그리워 왔는데 정작 쌤들은 안 계시고 바쁘시고…. 그 마음도 알지 알지. 그래서 이 아침에 일어나 혼자 조용히 여기에라도 적는다. 재욱이랑 진서, 행운을 빌게.
백만년 만에 초과근무를 달았다. 월요일은 책소리 이후 교과주임 업무가 좀 남았다. 포르티시모에 샌드위치 가지러 가는 길에서 만난 라이, 라이가 냐앙 냥 울었다. 사람들한테 뭔가를 얻어 먹었던 습관이 보인다. 이번 주부터는 반자율 급식을 한다고 옆에 상자가 있어서 열어보니 추르가 있다:) 라이 하나 주는데 3사분면 아래! 뚠이가 냥 냐앙 자기도 있다고 소심하게 울어댄다. 적극적인 라이가 오지 못하게 막고, 얼른 뚠이에게도 추르 하나를 접시에 담아 줬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후, 저녁의 솔숲엔 우리학교 냥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참, 4사분면은 우리집 보리. 엄마한테서 다른 냥이들 냄새가 났던가 유난히 엄마 껌이 되어 붙어 있다가 갑자기 눈 앞의 책장에 가더니 저런 표정을 짓는다. 보리관종. 그 옆은 김현중 교장쌤이 주신 프랑스 마을 액자다. 김민철 작가가 찍은 공원처럼.
별다를 것은 없었던 월요일, 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사진도 남았고 다정함도 생각난다. 화요일인 오늘은 지음 모임이지만 빠지기로. 좋은 것 좋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시간도 잘 보내고 있다. 새털같이 많은 날, 다음달에 더 반갑게 보면 되겠다.
방금 현관문을 열어봤다. 쿠팡에서 아직 ‘탱자 일 킬로'가 오지 않았다. 어제부터 나희덕 수필 ‘내 유년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다'를 배우는데, 아이들 손에 향긋하고 노란 탱자열매를 하나씩 쥐어주고 싶어 신청한 것인데, 화요일에나 배달이 된단다. 오늘 무려 수업에 네 시간인데 ㅜㅜ 장편소설 마무리 수업을 조금 늘어지게 해야겠다. <감정학교>라는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에서 ‘기대감’을 열린 마음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오늘 탱자열매에 대한 기대감, 열린 마음을 갖고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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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