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유럽] 7. 플롬에서 뮈르달
2023년 8월 4일
○ 2023년 7월 25일
1. 아침 호텔 뷰 만끽
여기는 어디? 그로다스, ‘퍼스트호텔 라프트볼드’ 304호 발코니다. 맥북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눈 앞에 보이는 풍광을 만끽한다. 이곳의 풍경, 호텔, 물, 음식...모든 게 최고다. 시간이 많다면 오늘 하루는 어디 다니지 말고 발코니에서 풍경을 마냥 보는 것도 좋겠다. 호수를 보면서 사진 정리를 하고 레몬향 가득한 차 한 잔을 했다. 하이라이트 둘째 날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데 어제 저녁 산책길 만난 조각가에 대한 책이 있다. 우리가 어떤 동상을 놓고 왈가왈부했었는데, 찾아보니... 난파선 시리즈 중에 하나로, 죽음을 아름답게 그렸던 전통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파도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인데, 죽음을 삶의 가장 아름다운 측면으로 여겼고, 그걸 담았다고 한다.
2. 브릭스달 빙하
오늘의 여정은 노드 피요르드에서 출발해서 송네 피요르드 가는 길에 브릭스달 빙하를 보는 게 하나, 플롬에서 산악열차를 타는 것이 또 하나다. 일단 브릭스달 빙하를 보러 남쪽으로 내려갔다.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엄청 구불구불한 산을 버스로 오르락 내리락 지났다. 광대한 골짜기, 평원, 눈을 이고 있는 산들, 여기저기 폭포들이 있다. 자연 풍광이 한계치를 넘었다.
브릭스달 빙하_요스테달 국립공원의 한줄기 빙하를 보러 가는 길, 우린 트롤 카를 타고 올라갔다. 이곳은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방히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다는데 최근 들어 급속하게 작아져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솔자가 빙하에 대해 설명해줬다. 육각 모형의 눈이 내려 쌓이고 쌓여 찌부짜부된 것, 원래보다 1/9로 줄어들어 응축된 것, 그렇게 형성된 단단한 얼음이 빙하이다. 1/9이 핵심인 듯. 만년설은 1/6, 1/7 등 그 외의 눈이 쌓인 것이며, 설평원이라고도 부른단다.
혹시 빙하를 못 보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는 내기를 했다는데 우린 정상에서 얼음 조각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계곡 빙하인 빙곡, 저 멀리 산 정상의 빙모, 여기저기 폭포, 얼음이 둥둥 뜬 맑고 차가운 물이 흘렀다. 다들 사진을 찍기에 그 분위기에 취해 찍은 사진인데, 지금 다시 보니 좀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지구가 폭염에 몸살을 앓는 증거를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다음 세대에게 이런 풍광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 같이 지구가 펄펄 끓는다면 그대로 끝이다. 그 와중에 오가다 만난 식생들이 또 새로웠다. 숲과 문화 분들과 왔다면, 자작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마가목 외에 엉겅퀴 포함 꽃들을 수도 없이 찍었겠다.
브릭스달 보러 가는 길에 짝궁 선생님의 핸드폰 분실 해프닝이 있었다. 걱정으로 하면서 다녔는데, 아무튼 해피엔딩이었다.
3. 점심_skei_호텔 레스토랑
어제가 한참을 올라갔다면, 오늘은 또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 길에 점심은 요스테달 국립공원 권역의 skei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가볍게 먹는다고는 했지만 고기만 안 가져왔다 뿐이지 또 그득하게 가져왔다. 껍질콩이 가장 맛있다. 돌아가서는 삶은 야채 요리 많이 할 것이다. 대구 요리도 많았다. 삶아서 소스를 끼얹어 먹는 게 보편적인데, 말리면 단백질 덩어리란다. 포르투갈 갔을 때는 바깔라우라고 해서 먹었다.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에는 대구 덕장이 있단다. 난 청어 절임에도 도전했다. 최대한 현지식을 맛있게 먹기로 했으니, 청어를 절여서 겨자나 토마토소스에 절인 게 맛있었다.
여긴 레스토랑 뿐만이 아니라 호텔 1층 실내가 아주 훌륭했다. 다시 버스 타고 노드 피요르드 지나, 송네 피요르드도 뒤로 두고, 또 내려간다. 버스 타서 카페리로 호수도 건너고, 목적지는 플램역이다. 오슬로의 빗줄기와 대비되게 날씨가 청명했다. 캠핑차들이 너무들 많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즐기며 산다.
4. 플램역에서 뮈르달까지 산악 기차
플램역에 가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을 지났다. 터널 이야기를 하기 전, 노르웨이에는 ‘터널심리학과’라는 게 있단다. 터널에서 느끼는 폐쇄공포증을 비롯하여 터널에서 개방감을 느끼는 건축구조나 장치 등에 대해 연구하는 학과라는데, 기차가 탈선했을 때 응급구조 상담사가 파견되고, 터널이 직선으로 갈 때는 터널을 박는 사건이 일어나 일부러 구불구불 만든단다. 20분 동안 계속 이어지는 터널 안에서 우린 6킬로마다 개방감을 주는 공간과 공기순환 장치 등을 만났다.
플램역에 도착했다. 플램역에서 뮈르달까지 관광용 산악열차 외에도 베르겐을 포함 산악지대를 연결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여기 디자인샵이 가장 훌륭했다. 뭘 사올 것을, 아쉽다. 플램열차 타고 뮈르달까지 가는 길, 우리가 한 칸을 썼다. 양쪽에 펼쳐진 절경을 탐했다. 산을 뚫고 만든 터널 덕분이다. 그 험준한 산길을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효스 폭포에서 5분간 정차하고 훈드라 언니들의 춤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효스 폭포 앞에서 형국샘이 나를 찍어줬는데, 내가 사진 찍을 때 어깨를 굽히는구나! 싶었다. 앞으론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고 좀더 가슴을 내밀기로:) 언니들, 우리 홀릴 생각하지 말고 미끄러운 바위에서 조심하세요. 이야기를 들으니 허리에 밧줄을 묶고 춤을 춘다고 했다. 2인 1조로 출퇴근하는 직업이라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려다가 깼다. 뮈르달역에서 인증샷을 찍고 되짚어 내려왔다.
5. 야일로 가는 길, 닥터홈즈 호텔 숙박
어제는 게이랑에르를 간다고 중간에서 묵었다면 오늘은 오슬로를 향해 가면서 역시 중간인 야일로에서 묵고 간다. 플램역에서 2시간 구불구불 산길을 되짚어 오슬러 가기 전, 작은 도시이다. 야일로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버스 안에서 내내 잤다. 피곤이 몰려왔다. 기억을 뒤져보니 발전소, 호수, 폭포들, 여기저기 산양, 절경과 풍경의 연속이다. 우린 닥터 홈즈 호텔에 묵었다. 설립자 이름이다. 의사였다는데, 자신의 환자들이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라고 이곳에 지은 호텔이었다. 들어가는데 꽃이 만발하니 인솔자가 ‘루피너스’라고 했다. 앗, 루피너스라면 버버라 쿠니의 그림책에 나오는 꽃이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찾아보기로 하고 저녁을 먹었다. 덜 익힌 감자가 나온 곳으로 기억한다. 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야 교장들끼리, 부장들끼리 나뉘어 인사를 하란다. 다들 자기 학교 교장선생님 챙기는 분위기에서 서울팀은 여행의 좋은 동료로 지내며 다녔다. 성채와 같은 호텔에서 미로를 지나 우리 방에 체크인, 바로 곯아 떨어졌다.
전망이 아까워 일찍 일어나 메모, 차 한 잔, 사진 찍기
여기는 바디인지 호수인지, 내륙인지 섬인지... 그로다스
어제 무슨 모습일까 서사를 부여하며 왈가왈부했던 내용이 책에 깔끔하게
모든 탈 것은 안되고 그저 눈으로만, 풍광을 볼 것
트롤카 타고 올라가서 브릭스달 빙하
녹고 있는 빙하를 보고 너무 천진난만했다
내려오는 길
이런 풍광은 뭐 도처에:)
점심을 먹었던 요스테달 국립공원 근처 호텔
이번엔 버스째 카페리
플롬역에 도착
산악기차로 슝
사람들을 관찰했다
뮈르달역
여기서 내가 이랬다고?
송네피요르드 지나 아래로 아래로
닥터홈즈 호텔 도착, 스키 리조트로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
|
|
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