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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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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23 북유럽] 8. 다시 오슬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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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유럽] 8. 다시 오슬로로
2023년 8월 4일
○ 2023년 7월 27일
1. 제대로 닥터 홈즈 호텔
아침에 밥 먹기 전에 호텔을 한 바퀴 돌았다. 늦은 시간 체크인을 하면서 얼핏 봤던 ‘루피너스’가 궁금해서였지만, 돌아보니 동계스포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호텔이었다. 1906년 세워지고, 당시부터 스키 리조트로 명성을 날리던 사진들, 구석구석 역사를 간직한 방들과 소품을 돌아봤고, 루피너스가 만발한 곳을 산책했다. 마치 미스 럼피우스처럼:) 1층 로비에서 만난 태국 여사님들 사진 찍어드리고, 한사람의 것과 똑같은 바이크를 보고 괜히 그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남편도 같은 기종을 타!’ 그는 그러냐, 활짝 웃으면서 반가워했다. 로비 한켠 서가에는 야일로 스키대회(1917~2017) 사진집이 있다. 여기 실린 사진들은 호텔 복도에서 봤고, 복도에 걸려 있는 사진 앞에서 같은 포즈로 찍기도 했다. 아침 조식때, 한국 가서도 요거트에 씨리얼, 씨앗, 건과일 넣어서 먹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일정은 야일로에서 3시간을 달려 오슬로까지 가는 오전과, 점심 먹고 DFDS 승선, 크루즈로 밤새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하면 된다. 골을 지나고, 스타브 교회도 지나쳤다. 버스에서는 올드 팝송을 틀었는데, 현장 실황을 녹음하기도 했다. 5년쯤 후에 들어보려고 한다.
2. 슈퍼에서 번개같이 쇼핑
가는 길에 큰 슈퍼에 섰다. 화장실 가는 것 포함 딱 15분을 주겠단다. 순발력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인솔자의 추천에 힘입어 내가 산 것은, 브라운 슬라이스 치즈 2, 튜브형 소스 3 (매운맛, 햄맛, 라임맛), 씨앗 2(요거트에 뿌려먹는 용도로 아마씨와 치아시드), 오메가 1(이곳 시세로 99크로네), 녹차 트위닝스 1개였다. 애플페이로 계산하면서 그곳 장바구니도 하나 샀으니, 프로구매자였다.
자연의 풍광도 한두 시간이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버스 여행은 지겨웠다. 다시 ‘조용한 생활’의 “책 읽는 의자” 콘텐츠를 들었는데, <더티 워크>는 좀 힘들었다. 못본 척하는 노동을 말하다가 부제인 이 책은 엄정한 눈과 용기를 요구한다. 여행 모드에서는 힘들어서 김혜리 기자가 추천하는 애니 추천을 흘려 들으며 자다 졸다 했다.
3. 오슬로 두 번째로 도착, 다시 비겔란 공원
휙 지나 간거면서 두 번째라고 좀더 반가웠다. 더욱이 지난번엔 우산을 쓰고 다녔던 오슬로였다. 점심부터. 한국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약간 아스트랄한 음식점, 와인바를 겸한 미스트랄이었다. 여기서 연어정식과 비빔밥을 먹었는데 북유럽에 와서 연어 다섯 점이라니:) 뷔페 연어회는 죄다 짠 연어라서 은근 기대했는데 너무 조금 줬다. 아쉽다.
빗속에서 급하게 돌아본 게 아쉽다고, 다시 비겔란 공원에서 30분 자유시간을 주셨다. 서울팀들은 못본 것을 본다고 쏜살같이 가시고, 나는 슬쩍 빠져서 입구, 카페에 앉아 있었다. 카푸치노를 시키고, 사람들을 천천히 관찰했다. 오슬로 사람들과 단체 관광객들, 탄성을 지르며 들뜬 사람들 표정, 카페는 비겔란 박물관이기도 했다. ‘나는 말랄라’ 라는 쟁반이 있어 찾아보니 인권에 목소리를 보탠 파키스탄 운동가였다. 비겔란 공원에서 말랄라라니, 이곳 사람들의 관점을 곳곳에서 만났다.
4. DFDS 승선, 면세점 쇼핑
두 번째 크루즈이자, 일박이일을 하면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음날 아침에 내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크루즈엔 북유럽에서 제일 저렴한 면세점이 있다고 다들 거기서 쇼핑을 하라고 몇 번을 말한 곳이기도 했다. 우리 캐빈은 9216B, 9층의 216호였다. 일출 포인트 캐빈이었다. 짐을 부려놓고, 유쌤은 누워 계신다고 해서 혼자서 12층 스카이바에 올라갔다. 거기서 만난 것은 구름, 구름이었다.
12층 스카이바에서 한눈에 오슬로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특히 다이크만 도서관+오페라하우스+뭉크박물관이 조르르 있었다. 거기서 마셨던 하이네켄이 여행 통틀어 가장 맛있었다. 하늘의 구름이 다한 날이었다. 아쉬워, 아쉬워. 내 방 벽에는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보다>에 나오는 그림 ‘구름 세상:야생화와 양치기’가 붙어 있다. 인간과 동물은 배경에 불과, 구름의 세계가 초현실적으로 인간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이다. 바로 그때가 그랬다. 구름 세상에서 난 아주 왜소한 존재, 시간이 딱 멈췄으면 좋았을 때였다. 혼자서, 맥주 한 캔 놓고, 당당한 독립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일행이 올라오셨다.
난 황인숙 시인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 ‘아씨 체질’이라는 말을 요즘 자주 쓴다. ‘보기엔 하녀 체질인 것 같지만 보기보다 아씨 체질이랍니다:)’ 그런데 우리 교장쌤은 지위에 비해 하녀 체질이 몸에 밴 분이시다. 버스에서 트렁크 내릴 때도 앞장서서 챙기시고, 교장 챙겨주기를 바라는 다른 교장쌤들에 비해 맨 먼저, 늘 맨 먼저, 가이드 옆에 딱 붙어 설명을 듣고 계신다. 별로 예민하지 않은 나로서는 잇츠 오케이, 편하게 여행을 하고 있다. 모처럼 교장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난 돌려서 내 마음을 말했다. 수업과 교과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건 기본으로 치고, 교과주임이 필요하냐는 안건을 학발협으로 올리는 것을 보며 불편했다고... 술기운을 빌었다.
면세점에서 산 소소한 물품 목록을 여기에 기록한다. 나를 위해 앤티에이징크림과 샤워오일 두 개, 두 개씩 묶음 판매하기도 했지만, 셋트로 사서 수민이랑 나눌 것이다. 소소한 선물템으로 초코렛과 트러플 소금, 캔디, 고양이 인형을 샀다. 아, 한 사람을 위한 건강식품(오메가3와 코엔자임)은 인솔자에게 따로 구매했다. 물가가 꽤 비싼데 카드로 계산하니 가늠이 안 된다. 아마 카드 값이 나오면 실감할 것이다. 트렁크에 꽉꽉 넣으니 들어간다. 사람들은 가벼운 가방 하나와 등에 매는 배낭으로 9일을 버티는 나를 보고 놀라했다.
저녁은 크루즈 ‘세븐시스’에서 역시나 뷔페로. 해산물이 좀 많이 나왔고 각 1병 음료를 준다고 해서 화이트와인을 주문했다. 물론 글래스 와인이었다. 마지막 저녁이라고 해서 학교들끼리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술잔을 부딪치고 목소리가 높아간다. 이곳 사람들은 술을 이렇게 마시지 않을 텐데 걱정이 되어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된다. 어디나 꼰대 기질을 가진 사람이 꼭 한 명은 있다. 자리를 마치고 12층 스카이바에 유쌤과 같이 갔다가 여러 사람이 합류하게 되어 슬쩍 나왔다. 바우처를 쓴다고 시킨 와인을 급하게 마셨던 것일까, 술을 괜히 마셔서 마지막 밤을 망쳤다. 일기를 쓴다고 메모도 곯아 떨어졌다가 새벽에 몇 자 썼다.
아침 산책으로 제대로 닥터 홈즈
루피너스를 보면서 한 바퀴
로비에서 태국 여사님들 사진도 찍어드리고, 복도 사진 앞에서도 ㅋ
늘 아침이면 짐을 꾸린다. 삶도 이렇게 단촐하게 꼭 필요한 것만 갖고...
밥 먹으러 내려오면서 여운이 남아서
여기에 있었다
오슬로 가는 길, 잠깐 들른 쇼핑몰에서 쏜살같이 장바구니까지:)
비 오는 날 오슬로 말고, 맑은 날 오슬로
점심, 연어를 드디어 먹었다
두 번째로 간 맑은 날 비겔란, 일행은 보러 가고 난 카페에 앉아 있었다.
배 타러 가는 길, 오슬로엔 또 언제 오겠나
DFDS, 이 배를 타고 하룻밤, 코펜하겐에 간다.
스카이바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던 하이네켄, 나중에 사람들이 왔다. 기분이 째져서 사진이 과도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스카이바. 백야 시즌이라 밤이 너무 늦게 온다.
쇼핑한 것 중에서 가장 잘 샀던, ‘냥이 세 마리’ 학교냥이 돌보는 쌤들에게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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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