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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북해도 여름 여행] 2. 구로다케, 팜도미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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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북해도 여름 여행] 2. 구로다케, 팜도미타
- 2024년 7월 31일(수)
아침 먹기 전에 온천에 다시 다녀왔다. 엄지 발톱 다친 것도 치료가 되겠지? 마음은 이미 슬슬 풀렸다. 여행지에서 출발 준비하면서는 늘 ‘핑크 마티니'를 듣는다. 오늘은 둘이 옷도 맞춰 입었다. 긴 팔이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보니 이 여름 남방이 있었다. 유니클로에서 산 옷인데 오랜만에 입었다.
북해도는 우유와 치즈가 유명하다고 해서 우유는 매 식사마다 한 컵씩 먹고 있다. 부드러운 채소가 많고, 계란말이도 맛있고 오믈렛도 맛있다. 어제 저녁에 그렇게 먹었는데도 온천 두 번 했다고 쑥 내려가서 또 먹게 된다.
둘째날의 첫 일정은 흑악, 다이세츠산 국립공원을 로프웨이로 중간쯤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가 오른 골짜기는 구로다케, 흑악이라고 부르는데, 높이가 기억하기도 좋게 1984미터다. 로프웨이로 중간쯤 올라가자 운해가 잔뜩 끼어서 조망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그래도 흑악역에 내려, 중간 정상까지 구름 사이를 헤치고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흑악 자료관에 들어갔는데, 작년이 국립공원된지 100주년이라며,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와 야생동물들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곳곳에 사진만 찍고 발자국을 남기지 말라는 문장이 있었다. 이곳은 겨울이 아주 길고, 여름은 짧겠지. 여름 사진에도 산 정상에는 희끗한 눈이 보였다. 아주 겨울은 추워서 별로고, 단풍이 좋은 늦가을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이었다. 내려오다가 기념품에서 이곳을 기역할 겸, 맥북에 붙일 스티커를 두 점 샀다. 내려오는 길에 한사람이 사슴 가족을 보고 그쪽으로 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에 우리가 왔다.
차 타고 후라노 근처로 이동, 메밀밭이 펼쳐진 곳에 잠깐 내렸다. 가이드 업무의 절반은 화장실을 찾는 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장실 스팟을 중심으로 내리고 선다. 화장실 때문에 왔지만, 레인보우 꽃밭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풍광이 좋다고, 사진도 한 방씩 박고 가자고 하셨다. 과연, 좋았다. 기념품점도 소박하니 각양각색이었고, 화장실 앞은 쓸데없이 자작나무가 훌륭했다.
비에이 가는 길에 ‘청의 호수'가 그 다음 목적지. 발견의 역사를 들으며 가다가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캘린더 속에 들어온 듯, 이곳은 실물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곳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다이세츠산 국립공원의 활화산에서 흘러 내려온 진흙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호수라는데, 옥색빛을 띤 푸른 색이 놀라웠다. 수산화알루미늄 등 자연적인 미네랄이 섞여 푸른색을 띈다는데, 자작나무와 푸른 호수, 여름의 푸른 잎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신혼부부가 그 북새통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비에이 청의 호수는 홋카이도 정중앙에 있다.
점 찍고 다니는 게 패키지라니, 우리는 ‘흰수염 폭포'에 갔다. 다리 아래서 내려다보는데, 여러 갈래의 폭포가 옥빛 물길에 이어져 풍광이 수려했다. 물이 맑고 투명한 게 고스란히 보였다.
요즘엔 북해도, 그 중에서도 비에이에 관광객이 폭발을 해서 적당히 점심 먹을 곳이 한 곳 밖에 없다며 우리를 데려간 곳은? 참 아쉬운 점심이었다.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음식 공장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난 거기가 중국인 줄 알았다. 나와서 먹은 캔커피가 제일 맛있었으니, 오다가 좋았던 것을 죄다 깎아먹은 곳이다.
후라노로 이동, 팜도미타농장에 갔다. 우리가 갔을 때는 보라빛 라벤더를 수확해서 앞쪽으로는 메리골드 여러종만 있었다. 그만그만했다. 여기는 7월 중순에 오면 더 절정일 곳이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줘서 우린 라벤다를 굳이 찾아가 찍고 먹는 행사를 거행했다. 다들 예쁘다고 하니 그렇지,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성해놓은 꽃밭이 내겐 별로였다. 한 바퀴 돌다 보니 꽃밭을 가꾸는 소형 관리기가 우리 눈에 보였고, 어떻게 조정하고 잡초를 뽑을지 설왕설래했다. 꽃을 주제로 한 기념품 가게에서 말린꽃도 예뻤다. 이곳에서 요가하는 아이들에게 줄 라벤더 오일을 샀다.
2일차 숙소는 노보리베츠 그랜드 호텔, 천황도 왔다고 전시해 놓았다. 천황이라니! 오늘 아침 뉴스공장에서 사도광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문제와, 독립기념관 관장 후보의 이력 문제를 들으며 이 시국에 일본에 다녀온 정신머리가 좀 반성이 되었지만…… 여행은 여행이니까.
2일차는 샷포로 클래식으로 맥주 한 잔씩을 하며 저녁을 또 푸짐하게 먹었다. 북해도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은 주황색깔 황금메론이다. 아낌없이 먹었다. 2일차도 먹고 나서 조금 쉬다가 온천장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유황천에 몸을 푹 담그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되었다.
1사분면은 2018년 여름 두 아이랑 강원도 놀러 갔을 때다. 그때 입었던 살색 남방을 거의 6년만에 꺼내 입었다. 옷이 안 여며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그럭저럭 들어갔다. 1사분면과 2사분면의 간격 만큼 우리는 조금씩 더 늙었다. 암튼, 3사분면은 이곳 아이누 사람들의 전통 문양이고, 흑곰이 도처에 있던 곳이라고 했다. 호텔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침 준비할 때는 루틴으로 핑크 마티니의 노래를 듣는다. 구로타케 케이블카로 이동, 그 전에 1층에 전시 공간을 둘러보았다. 4사분면은 한사람 뒤로 자욱하게 깔리는 구름을 찍은 것, 하나도 안 보였다. ㅋ
그래도 구름 사이를 걸어가는 맛이 난다. 곳곳의 문장, 여기 봐봐, 이때만 해도 기운이 넘쳤다. 봄 여름 가을 계절 다 좋다는데 우리는 여름에 왔다.
1사분면은 사진을 툭 찍은 것이다. 어느 밤 어느 별을 찍었을까. 일단 내리면 줄줄이 서서 사진부터 박으니, 우린 한 바퀴 돌기 전에 사진부터 찍고 슬슬 걸었다. 3사분면은 이곳에서 산 스티커로 맘에 든다. 지금은 맥북에 붙였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는 찍어야 한다고 모처럼 한사람이 셀카 모드를 취했다.
후라노 꽃밭 가기 전 메밀꽃 펼쳐진 풍광. 초원의 집이 이럴까, 화장실 앞인데 자작나무 세 그루가 근사했다. 기념품점과 소소한 카페, 음식점들이 있단다. 렌트해서 왔으면 들어가볼 법한 가게였다.
여기가 실물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청의 호수. 한 사람의 인생샷을 찍어줬다. 한 사람이 찍어준 내 사진은 맘에 안 들어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둘의 사진도 실제보다 훌륭하게 나왔다.
흰수염 폭포, 여기에 사운드가 더해져야 한다. 한사람처럼 다리로 가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비경이었다.
가장 안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비에이에서 먹은 점심식사, 실제로 주차장을 보고 너무 놀랬다. 하늘이 무색하게 우린 이상한 폐교같은 곳에 가서 돗떼기 시장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릇도 죄다… 한사람은 그 와중에 징기스칸 요리를 해먹었는데 나는 옥수수심만 잔뜩 먹었다. 오죽하면 나와서 먹은 캔커피가 제일 맛있었을까
팜도미타 농장, 라벤다, 라벤다 아이스크림…..이었지만, 실제는 3사분면 라벤다는 거의 베어 버렸다. 철이 지난 것이지. 그나마 사루비아 등을 배경으로 해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남겼다. 인공적이야…
말린꽃을 주제로 한 기념품점은 또 좋았다. 이곳에서 나도 모르게 ‘인물사진'모드가 켜져 있어서 우연히 건진 사진이다. 나오다가 한 장 찍은 팜도미타 사진, 이 사진이 맘에 든다.
차로 조금 달려 노보리베츠에 왔다. 2일차 숙소는 노보리베츠 그랜드. 독고다이 검객 사진이 좋았다. 우린 여기서 맥주 한 잔을 했다.
등별, 노보리베츠의 상징은 도깨비란다. 한사람이 온천을 가는데 툭 찍었다. 친일파 스멜. 보랏빛 비닐은 수민이랑 주은이 주려고 산 라벤다 오일이다. 칠월의 마지막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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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