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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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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24 북해도 여름 여행] 3. 노보리베츠 활화산과 토야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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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북해도 여름 여행] 3. 노보리베츠 활화산과 토야호수
- 2024년 8월 1일(목)
사박오일의 삼일차, 꼭대기를 지나간다. 매일 먹는 호텔 뷔페인데도 하나도 안 질린다. 특히 여러가지 콩을 넣은 샐러드와 나또, 달달하고 부드러운 계란말이가 맛있다. 밥 위에 나또를 얹어서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살살 비벼먹는 법을 배웠다. 오늘은 가장 시원하게 입는다고 냉감이 도는 블라우스와 펄럭이는 치마바지를 입었다. 말레이지아 야시장에서 산 저렴이인데, 여름을 날 때 긴요하다.
호텔을 떠났다. 노보리베츠의 심볼인 도깨비상도 안녕! 앗, 아직 떠나지 않았으니, 오전 일정은 노보리베츠에 있는 지옥계곡에 가는 것이다. 지옥계곡은 활화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배경으로 작게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었다. 유정쌤이 생각났으나,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에 북해도에 다녀오셨다. 여기에서 수업 자료를 두둑하게 찍어가셨을 것이다. 일본은 화산과 지진이 선물한 비경이 많고 그 덕에 온천이 좋다. 오래전 아소산 근처 유황온천에 친구들과 갔던 생각이 났다. 그 유황온천과 함께 일본에서 제일 가는 온천이 여기 노보리베츠 온천이다. 여전히 활화산 연기가 피어올라 신기하고 두려웠다. 저 도도하게 흘러가는 물이 뜨근하다고 하니 놀랍다. 여기선 불곰주의가 아니라 지열주의다. 시스토코야 국립공원의 일원이고.
에도시대 시대극 보러가는 일정이 이어졌다. 수민이가 일정을 보더니 가족끼리 렌트하고 왔으면 절대로 안 와볼 곳을 간다고 했다.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이었다. 사무라이 닌자들이 나온 시대극 한 편과 관객 참여형 게이샤가 나오는 체험극 한 편 두 개를 보고, 천천히 일본 정원도 지났고 고양이절을 보고 귀신의 집을 갔다. 일본의 괴기스러운 상상력은 우리하고 참 다르다. 목을 길게 뺀 귀신을 포함하여 여러 컷을 보냈더니 아이들이 도대체 일본에서 어디를 갔냐고 ㅋㅋㅋㅋ 대잔치를 벌였다.
어제 점심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면, 삼일차 점심은 뷔페 말고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북해도 유명한 감자빵집 와카사이모 제과점 레스토랑에서 가리비솥밥을 먹었다. 전형적인 일본솥밥에 북해도 특유의 왕따시만한 가리비, 간간한 찹쌀솥밥에 부드러운 어묵탕이 좋았다. 여기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토야 호수를 유람선을 타고 한 시간 돈다고 했다.
유람선을 타면 생각나는 것은? 국적을 불문하고 갈매기들이다. 여기 갈매기는 엄청 통통하고 지능도 높다. 여기 새우깡을 사서 이 아이들에게 준다는 사람들을 보며 한사람은 꼬박 졸았다. 나도 평온하게 보냈다. 우리가 탔던 이 배에서 밤에는 불꽃놀이를 한다고 했다.
다시 차를 타고 여전히 활동 중인 쇼와신산을 향해 갔다. 토야호수에서 멀리 보이는 산 정상,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정상에는 못가고 정상근처에서 갔다. 발견한 사람 동상을 포함 한 바퀴 도는데 잠깐 비가 내렸다. 양산이 우산으로 5분간 바뀌었다.
토야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사이로 전망대이다. 왜 사이로인가 했던, 곡물저장창고 그 사일로가 보였다. 여기서 유명하다고 산 망고 요거트는 배불러 다 못 먹었다. 유제품 과잉의 나날이다. 여기서 여행기간 딱 한 번 투닥거렸으니 한 사람이 말도 없이 사라져 전화를 걸게 한 것이다. 관심사가 다르니 찍고자 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혼자 여행온 듯 말도 없이 휙 사라져서 찾게 만드는 게 나는 싫었다. 어디 간다, 언제 보자 하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 되는 일을 한사람을 기다리는 것으로 쓰게 하는 게 싫다는 이야기다. 전화를 했는데도 빨리빨리 받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이 쌓여서 툭툭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때 내 전화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잘 듣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사람은 일주일 전 건강검진에서 청력이 많이 나쁘다는 결과를 받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보청기라고 해보자고 했지만, 보청기는 또 한 걸음 너머에 있는 것이라 조금 더 지나서 하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여행에 와서 빠릿빠릿한 나에 비해 느리게 보일 뿐이지, 한 사람도 최선을 다해 나랑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툭툭댔구나 싶어서 슬쩍 미안하다.
암튼, 각자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말을 하자고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사이로 전망대에서 우린 설화마유 수분크림을 3개들이 한 세트를 샀다. 시어머님 하나, 친정엄마 하나, 그리고 내꺼 하나. 수민이가 밟혔지만 라벤더 오일로 퉁 치기로 했다. 설화마유크림은? 드리기 전에 내가 써본다고 두세 번 발랐는데 촉촉한 게 하루를 꼬박 간다. 검색을 해보니 당연히 국내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해서 사길 잘 했다.
3일차 숙소는 토야호수가 바라다보이는 만세각 호텔이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제일 높았던 호텔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에 카페 옆의 널찍한 도서관과 피아노 연주 공간, 카페 앞에서는 호수를 보면서 여유롭게 족욕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여기서 보낸 럴럴한 시간을 우리는 만장일치 일순위로 꼽았다.
아침저녁으로 호텔 뷔페라니 우린 사케 한 잔 하는 것에 집중했다. 불꽃놀이 하기 전에 얼른 온천하고 호숫가에 나가기로 했다. 저녁이 내려오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잔디광장에서 기다리고 사람들이 각자의 호텔에서 나와 호숫가를 거닐며 모여들었다. 저 멀리서부터 펑펑, 호숫가에 비치는 불꽃놀이는 쇼운코 계곡에서 직관했던 것과는 또다르게 색다른 매력이었다. 팔월 첫날을 이렇게나 호사스럽게 시작했다.
아침 식사를 화려하게 했다. 북유럽 출장길에서도 그곳 식단을 배운다고 하다가 말았으나 여기 식단에서도 배울 게 많다. 삼색 콩을 물렁하게 삶아서 샐러드로 많이 먹었고, 특히 나또에 잔멸치와 야채, 와사비간장에 비벼서 또 많이 먹었다. 계란말이는 뭘 넣어서 이리 달달한가 싶다. 우리집엔 일본식 간장이 있으니, 일본 음식처럼 뭔가를 할 때는 이걸 넣는다. 브로컬리도 엄청 쓰고, 우리나라의 초당옥수수가 여기서 왔다고 곳곳에 옥수수가 빠지지 않는다. 밥을 먹고 챙겨 지옥계곡으로 갔다.
노보리베츠는 시코쓰토야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지옥계곡이라니 뭐야 했는데 올라가보니 한 눈에 알겠다. 눈 앞 오십 미터에서 활화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근처까지 내려갔다가 왔다. 온천물이 흐르는 곳 근처에 피어 있는 3사분면 당근꽃 비슷한 이 곳은 북해도 전역에서 가장 흔했다. 자작나무와 사람주나무, 루드베키아와 이 하얀꽃이 8월 북해도에 곳곳에 있었다.
지열주의 팻말을 지나 에도시대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으로 갔다. 사무라이 복장을 한 연극인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이 가진 문화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민속촌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추를 매달아놓고 사인을 보내는 것은 우리와 같았다. 첫번째 닌자극 공연을 하는 데 서 있던 이 분도 중요한 출연자 중 한 분이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이 분이 어찌나 코믹하게 좌중을 들었다놨다 하는지. 눈 앞에서 촹촹 검객쇼를 보듯 관람했고, 게이샤가 나오는 에도시대 기방 비스무리한 장면은 뒷편 멀리서 다리를 쭉 펴고 쉬면서 봤다. 그저 그랬다. 한 바퀴 돌면서 전시물을 보다가 난 적극적으로 이렇게 포즈를 취하고 찍어달라고 한 반면에 한 사람은 이 칼날 앞에서도 쑥스럽게 웃었다.
여기서도 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나오면서 사무라이 복장을 한 분과 사진을 한 장, 자판기에도 이 분이 계셨다. 4사분면의 사진은? ㅋㅋㅋㅋㅋㅋ 일본의 다양한 귀신이 나오는 귀신의 집에서 한 장 찍은 것이다. 멀쩡하게 있던 여인이 주우우욱 목이 길게 늘어져 위로 올라갔고, 뒤를 돌아보고 있는 보살들이 앞으로 얼굴을 돌리면 죄다 한눈박이 귀신들이었다.
여기가 귀신의 집이고, 고양이 절이다. 메리골드가 활짝 피었다. 이번 여행의 색은 황금메론과 메리골드의 주황, 이 색깔이다. 나오면서 우리가 어딜 갔었는지 기억한다고 한 장 찍었다. ‘노보리베츠 에도시대 마을' 정도가 된다.
빨간 도깨비를 뒤로 하고 진짜 노보리베츠 안녕. 토야 호숫가에 있는 와카사이모 과자점 레스토랑에 왔다. 설립자의 동상과 역사가 진열되어 있으며, 여기 감자빵이 유명하다. 여기서 사온 것을 효숙이네 집에 갔을 때 가져갔다. 가리비 솥밥이 이것. 다 먹고 나오니 유황천이 흐르는 마을답게 손을 씻을 수 있는 곳도 온천물이다. 앗 뜨거웠다.
감자콘에 유지방 가득 아이스크림도 달았다. 한사람은 늘 어딘가에 초코가 걸쳐 있어야 한다. 가이드님이 여기서 줄서서 찍어준다고 해서 한 장, 우리끼리 토야호를 배경으로 또 한 장. 4사분면에는 벌써 유람선에 탄 사진이다. 호수가 깊고 맑았다. 오래전 화산활동으로 산 하나가 날아가서 조성된 호수라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이 있었단다.
2층에서 본 갈매기들을 여러 장 찍었다. 바로 눈 앞에서 새우깡 달라는 모습을 보면서 당당하게 보채던 우리 보리 생각이 났다. 우리 없는 동안에 수혁이 수민이 돌봄 받으며 잘 있겠지? 얼른 가서 꽉 껴앉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곳곳에서 보는 꽃과 나무는 대체로 우리와 비슷했다. 농작물도 그렇고. 수국이 참 화사하게 피었다. 우리는 호숫가에서 저 멀리 산 위에서 보이던 쇼와신산, 활화산으로 갔다. 더 높게는 뜨거워서 가지 못한단다. 위험하기도 하고.
여행 와서나 이렇게 얼굴 맞대고 자주 사진을 찍지 언제 이렇게 친하게 찍나 싶게 많이도 찍었다. 유람선 위에서, 지옥게곡에서. 3사분면 사진은 가이드가 포인트라며 줄서서 찍어준 사진이다. 쇼와신산에서도 마찬가지.
토야호수 사진에서 또 한 번 인생샷을 찍어줬다. 한사람이 찍어준 내 독사진은 구도 등등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어디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사일로 전망대, 그 옆의 민트들, 여기서 산 마유크림. 그리고 여기서 투닥거리고 했고:)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삼일차 숙소, 만세각 호텔의 우리 방. 저 멀리 보이는 저 배를 타고 한 시간 토야 호수를 돌았다. 잠시 쉬다가, 호숫가로 나가다 발견한 카페와 도서관. 커피를 먹지 않았더라면 여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했을 것이다. 투숙객은 이용할 수 있다는 도서관을 발견했다. 놀라운 눈을 했다.
카페 옆, 피아노가 놓여 있는 공간을 지날 때 청소년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 가족은 찍고 있었고, 지나가는 행인1은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들었다. 그 옆의 도서관. 이 도서관은 내일 아침 출발이 9시 30분이라니, 이때 가기로 했다. 둘이 족욕을 하며 호수를 보고 있을 때 평화로웠다. 둘 다 가장 여유로웠던 시간으로 꼽았다.
호숫가에 저녁이 내려오고, 우린 저녁 뷔페에서는 사케 한 잔을 했다.
가지고 간 맥북으로 그날 사진은 그날 정리를 한다. 저녁에 한 사람이 당일 내 사진을 카톡으로 주면, 그걸 받아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맥북 사진앱에 동기화를 시킨다. 그러면서 사진을 고르고 같은 풍경은 한 장만 남기고 삭제하는 작업을 바로바로 했다. 날짜별로 앨범을 만들면 사진 정리하기가 훨씬 쉽다. 그 작업을 하고 나서 온천욕 복장으로 갈아입고 잔디광장에서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우리들 인생의 불꽃놀이는 언제였을까? 수민이 수혁이를 숨가쁘게 키우던 지난 세월이 펑펑 아름답게 터뜨렸던 불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토야호수에서의 불꽃놀이는 호숫가에 비치는 게 하나 더 있었지만, 쇼운코 협곡의 머리 위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가 더 아름다웠다. 우리가 탔던 배에서 쏜다고 하면서 20분이나 이어지니 우린 그만 보자며 온천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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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