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북해도 여름 여행] 4. 요테이산 지나 오타루와 샷포로
- 2024년 8월 2일(금)
4일차, 아쉬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침 뷔페에서 인상적인 것은 도미를 넣은 된장국에 와사비를 섞어 먹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된장, 콩, 신선한 생선, 와사비, 야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오늘은 오타루로 들어가는 날이니 도심을 걸어다닐 게 걱정되어 운동복으로 입었다.
늘 출발이 8시 혹은 8시 30분이었는데 이 날은 9시 30분이었다. 어제 들락달락했던 도서관에 내려가 한 시간을 있었다. 행복했다. 그림책, 수피도감, 자연과 나무와 동물을 주제로 한 도서들, 일러스트가 멋드러진 책들, 이런 콘텐츠가 부러웠다. 책과 책방을 주제로 해서 돌아봤던 2017년 도쿄 책방탐사가 생각났다.
출발 시간에 늘 이십분은 일찍 내려간다. 우리도 일찍 가는 것인데, 일행 중에 어르신들이 많아 버스를 기다리며 삼십 분 전부터 내려오신다. 로비 옆의 기념품점을 돌아봤다. 여기서 산 건 고작 황금메론 카라멜이었다. 웰컴쿠키였던 화산 모양의 북해도 토야호수 과자가 제일 맛있었는데, 면세점에 있겠지 하던 이 과자가 없어 아쉬웠다.
여행 일정 중에서 가장 청량했던 거라면? 후지산을 닮았다고 해서 가짜 후지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요테이산 산자락으로 물뜨러 가는 길이었다. 용수구라는 팻말을 지나, 물을 형상화한 무슨무슨 짱들을 또 지나, 멀리 정말 맛있다는 카페도 지나(ㅜㅜ), 물 뜨는 곳에 도착했다. 물 좋은 곳에서 맛있다는 커피를 못먹어 아쉬웠지만, 청량한 기운 만땅이었다. 물 한 모금 하고, 얼떨결에 잘못 누른 인물사진 모드 덕분에 또 좋은 사진을 얻었다. 팜도미타에서도 그랬다. 좋은 곳을 점 찍고 휙휙 지나가는 게 또 아쉬웠지만, 이렇게 보고 정말 좋은 곳은 또 오면 되겠지. 요테이산자락에 물 뜨러 다시 온다면 이번에는 물이 좋다는 여기 카페에서 커피를 먹을 것이다. 좋은 물 기운에 이 지역은 진짜로 일본의 식량 창고 노릇을 톡톡하게 한단다.
점심은 오타루로 이동하여 초밥세트를 먹었다. 배가 불러서 깨작깨작 먹는 시늉만 했다. 나오는 길에 봤던 북해도 가다랭어와 다시마를 뜻하는지 곤포 전문점을 휙 지나갔다. 아쉽다. 면세점에서 사온 국물내기용 다시마 가루가 된장국에 감칠맛을 제대로 내줬다. 좀더 사올 것을 싶었으니 여기 곤포 전문점에 들어가보기라도 할 것을 화장실 다녀오니 곧 출발 시간이 되었다.
오타루 운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한 시간 자유시간을 줬지만, 도심의 가게 둘러보는 여행이 좀 피곤했다. 어디가나 유명하다는 곳은 웨이팅을 해야 하고, 유리 가게 오르골 가게는 보기보다 가격만 비싸고 사람들이 많았다. 물 뜨러 갔다가 온 여운이 있어서 그런지 난 도시 여행은 별로였다. 정종 가게에서 한참을 있다가 피곤해져서 오타루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서 앉아 있었다.
백의 연인을 만든 과자공장에서 만들어 놓은 공원에 갔다. 동화의 나라에 온듯, 헨젤과 그레텔의 세상이었고, 기업의 사회적 공헌의 장을 보고 간다. 정시에 10분간 열린다는 시계탑 대형 오르골 공연을 봤고, 샷포로 시내로 이동했다. 샷포로에서 유명하다는 시계탑은 그냥 차 안에서 휘익 지나갔다. 공사중인 도청도 지나가고, 샷포로 도심을 관통하는 공원, 에펠탑 닮은 파나소낙 타워에서 잠시 해산, 맥주 축제하는 곳까지 다녀오란다. 나중에 온다면 타봤을 지하철역 찍으며, 샷포로 여름 맥주 축제의 열기에 살짝 발을 담그고 얼른 돌아왔다. 저녁에 맥주를 마실 것이니, 밤 9시까지 한다는 맥주 축제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와보리라 생각했다. 8시 50분에 다시 갔고, 한 사람이 뭐 마실까 망설이다가 주문 마감이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을 줄을 그때는 생각을 못했다.
우리 숙소는 공원에서 걸어가면 되는 스스키노 근처란다. 니카위스키 보이는 곳에 사진 찍는다고 갔다가, 축제 행렬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샷포로 거리축제라는데, 남자들이 한떼로 가마 등을 어깨에 짊어지고 공연을 했고, 뒤이어 여인들도 나왔다. 전통 복장을 착장하고 으쌰으샤, 진기한 경험을 했다. 이 축제 행렬에 ‘바니 걸스'라는 야시시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눈길을 끌었다는 이야기.
저녁은 털게, 홍게, 랍스터 3대 게가 무제한 제공된다는 음식점인데, 여름이라 살이 좀 덜 찼지만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겨울에 제철이라니 늦가을 단풍 보러 왔다가 또 한 번 먹으러 와도 좋을 곳이다.
마지막 숙소는 샷포로 도심에 있는 프린스호텔, 부지런하게 체크인을 하고 맥주 축제에 합류하러 갔으나….. 앞에서 쓴 대로 한사람의 결정 장애로 마지막 주문을 넣지 못한 채 돌아보기만 해야 했다. 아니, 그냥 딱, 고르면 되지, 뭘 그렇게 심사숙고한다고, 지금도 약간 이해가 안된다. 매사에 심사숙고하는 한 사람이 이때는 무쓸모였다 ㅋ 아쉬워서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로 방에서 한 잔을 했다. 마지막 밤이었다.
출발 시각이 넉넉해 아침에 모닝 차도 한 잔 했다. 가볍게 먹는다고 하면서 늘 묵직하게 먹는다.
호텔 도서관에서 한참 있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하나만 알겠고, 생소한 그림책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을 지나 책의 숲에 있었다. 참, 2사분면 도서관 앞 카페에서 청소하시는 모습을 몰래 한 장 찍었다. 우리들이 밟고 다니는 마루바닥을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배울 일이다. 자연과 생태, 심지어 수피도감까지 있다니, 세상의 모든 수피들을 만나고 나니 그 다음엔 나무 껍질만 보이는 부작용이 생겼다:)
놀라운 책을 허겁지겁 보는 사이에 3사분면의 책은? 다양한 동물 머리 위에 뭐 올려놓은 사진집이었다. 오타쿠 오타쿠의 나라. 내가 여러 권의 책을 섭렵하는 사이에 한 사람은 딱 자리에 앉아 무인어쩌구 탐험에 관한 책을 봤다.
여기 물은 특별하게 좋다고 병마다 이런 마크가 있다. 우리네 삼다수 같은 물인 듯. 주황색 황금 메론 카라멜을 한 봉지 샀고, 3사분면 웰컴쿠키로 놓였던 이 과자를 못 사온 게 아쉬웠다. 북해도 토야 호수 과자를 상징하는 듯, 아주 특별한 흙을 달콤하게 씹는 것 같은 식감의 과자였다. 오가는 사이에 가이드 선생님이 북해도를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와 물산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데, 5000엔에 새겨져 있던 이 여인에 대해서도 말해주셨다. 근대화의 주역인 듯, 찾아본다고 찍은 사진이다.
여기, 요테이산 산자락에 물 뜨러 갔던 청량함과 숲과 하늘
아이폰으로 툭 찍었는데 접사로 제대로 나왔다. 아이폰은 나보다 똑똑하다. 물, 공기, 나무, 하늘 뭐 하나 버릴 게 없던 곳이다.
불교 국가 답게 부도탑(?)을 지나 우연히 찍힌 인물사진 모드 속 나. 이제부터 조금 달려 오타루로 갔다.
점심의 초밥은 배가 꺼지지 않은 관계로 깨작깨작, 다시마 전문점에 들어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휘익, 오타루로 이동, 거리와 상점을 구경했다. 이렇게. 초자라고 쓰여져 있는 곳이 유리가게다.
아, 헤어지기 전에 오타루 운하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2인 단체 ㅋ 시키는 대로 하트를 해보라고 해서 어정쩡 하트에, 오르골 가게 앞 시계탑 앞에서도 서보라고 해서 어정쩡 2인 사진. 유명한 디저트 가게를 소개 받고 유리로 만든 종이 설치된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타루 여행에 늘 나오는 곳, 영상은 딱 하나 보고 왔는데 오타루 운하와 함께 이 빨간 조형물을 본 것도 같다.
오타루 오르골 가게, 난 가격도 사악하고 당기지 않아 휘익 건성건성 보고 나왔다. 의도치 않게 깨뜨려서 사게 될까봐 두려웠다. 수민이가 오르골 가게 하고 탄성을 지르길래 보여준다고 토끼가 전통의상 입은 거를 찍었다. 만이천엔이라니 실화? 내가 산다면 이 도토리나무 오르골을 살 것이다. 그냥 나왔다.
오타루에서 탈것이 있다는데, 그저 보기만 해도 덥고 미안할 일이다. 아니 근데 저 말벅지를 가진 사람이 보였다. 유명하다는 제과점에 가서는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파일 하나를 샀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뭔가를 샀더니 포장해준 종이봉투에 이 그림이 있었던 것도 같다.
오타루 거리에 지쳐 우리는 얼른 카페로 피신했다. 유명한 카페인 듯. 아이스커피는 맛있었다.
‘백의 연인' 만드는 과자공장 공원에서 한참 있다가, 샷포로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천천히 공원을 따라 걸어다녔다. 나중에 오면 오도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닐 것이다. 스이카 카드도 충전하고 왔는데 아쉬웠다. 스스키노까지 저녁 먹는 곳까지 걸어갔다.
샷포로 여름 맥주 축제가 열리는 곳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마시지 않으니 축제의 열기는 모르겠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들른 샷포로 사진 스팟이라는 니카위스키와 아사이 슈퍼 드라이 전광판 아래. 우린 더 시크릿이라는 곳에서 게 찜을 잘 먹었다.
그런데 아직 자리 정리가 안되었다고 바깥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는 통에 봤던 ‘샷포로 거리 축제' 우리 같으면 광화문 일대를 막고 거기에서 하는 것이었다. 이 축제의 열기는 전해졌다.
이게 9시에 마감한다는 밤 맥주 축제의 현장.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 아닌데 주문 마감으로 사진만 찍고 왔다.
아쉬워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을 골랐다. 난 에비수 프리미엄. 하루 한 캔 정도 여행 중에 잘 마셨고, 다시 돌아와서는 무알콜로 살고 있다. 그때 사온 아사이 슈퍼 프리미엄이 한 캔 냉장고에 남아 있는데, 이건 한 사람에게 양보한다.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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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