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9_5일차_사누르 스노클링 데이
2025년 1월 19일(일)
우기에 왔는데 비 한 방울 안 만나고, 연일 우리는 럭키한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낸다. 홀리데인인의 특징은 창문 열면 바로 앞이 공원이라는 점이다. 큰 나무들이 많아 초록색 커튼을 이중창으로 친 느낌을 받았다. 좋은 곳에서 지낸다.
런드리 서비스에 관해서 좀 티격태격했다. 난 호텔 앞에 저렴한 곳에서 맡기자고 했고 한사람은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자고 했다. 체크리스트 작성하는게 답답해서 난 툭 성질이 나왔다. 왜 화를 내냐면서 한사람이 화를 냈다. 오늘의 일정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싸울 수는 없다. 나는 화를 삼키고 빠르게 사과를 했다. 사실 어이가 없었다.
우붓 - 사누르 - 짐바란, 세 곳의 숙소 중에서 사누르 ‘홀리데이 인’은 상대적으로 방이 좁았지만 호텔 조식은 별점 다섯 개 중에 여섯 개를 줄 만큼 훌륭했다. 하나같이 맛있는 것들이 즐비해서 아침을 과하게 먹었다.
9시 픽업 기사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과묵한 스타일인데 한국말을 알아들어 투덜거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름이 첫날 공항에서 우붓으로 데려다준 기사 이름과 똑같았다. ‘아영?’ 빠당바이 비치에 도착해서 그가 선글라스를 벗은 순간 얼굴이 생각났다.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는 일 년동안 안산에서 부영 어쩌구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는 엔지니어였던 사람이 안산에서 어떤 일을 했을까, 그는 일 년동안 돈을 많이 모아 다시 발리에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나? 자신의 차를 갖고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으니 여기 사람들보다는 좋은 기회를 잡고 있는 셈이겠지. 우린 투어 기사님에게 조금이나마 늘 팁을 드린다. 다른 분들보다 무뚝뚝해서 뭐 이래 했지만, 스토리를 알고 나니 혹여 한국에서 일하며 힘들었을까 하고 나는 소설까지 썼다. 호텔로 드롭해줄 때 마음을 담아 인사를 했다.
아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는 사누르에서 북동쪽으로 한 시간 걸려 빠당바이 비치에 도착했다. ‘블루라군 스노클링 투어’는 우붓이나 스미냑, 사누르 어디서든 이곳으로 간단다. 건너편 섬이 요즘 핫한 길리, 누사페다니까 여기가 모두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비치들이다. 우린 섬에 가지 않고 빠당바이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우선 우리는 ‘토피 인’이라는 여행사와 레스토랑을 겸한 곳에 도착했다. 앙드레라고 소개한 사람이 일정을 소개했는데, 우리는 앙드레라는 배를 타고 나가 ‘탄중제푼’비치에서 한 시간, ‘블루라군’ 비치에서 또 한 시간 이렇게 한다고 했다.
오리발을 받았고, 배 안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마스크를 받았을 때 겁이 좀 났다. 한사람이 마스크를 꽉 썼으면 이제 코는 버리고 입을 믿으라고 했다. 한두 번 마스크에 물이 들어왔을 때, 머리를 물 속으로 들이밀기 직전 훅 들어오는 두려움. 이런 두려움을 넘어서니 물고기랑 헤엄칠 수 있었다. 수백 마리는 만났다. 니모를 포함해서 온통 파란색 빛이 나는 물고기, 줄칼같은 물고기….. 첫 포인트에서는 꼬박 한 시간을 채웠고, 다시 배로 올라와 다음 포인트로 이동할 때 배멀미가 좀 났다. 다시 두려워졌다. 물 속에서 잘 했음에도 배 위에서 자유로워지자 다시 마스크를 쓰기가 겁났다. 그래도 언제 다시 오나, 풍덩 용기를 냈다. 두번째 포인트 블루라군은 첫번째에 비해서 물고기가 적었고 좀 탁했다. 여기서 운 좋으면 바다 거북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바다 거북은 사누르 해변 길을 걷다가 보호중인 수조에서 만났다.
두번째도 한 시간을 준다니, 나는 이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얼른 앙드레 배로 가서 사다리를 내려달라고 했다. It’s enough라고 하자 앙드레는 씩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배로 올라오자마자 vomit 기운이 스멀스멀, 이 맑고 깨끗한 곳에 토를 할 수가 없어 앙드레를 보니 배 옆에 해도 된다고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내가 아침에 파파야를 엄청 먹었구나 고스란히 확인을 했다. 그리고 물고기떼들이 몰려들었다. 잠시 후 바닷물을 다시 맑아졌으니, 상부상조라고 해야할까:)
멀미가 올라와서 토할 때는 점심 먹을 마음이 일도 없었는데, 속을 비우고 나니 다시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사람은 미고랭, 난 야채수프와 밥. 메뉴를 고를 때는 몰랐는데, 굿초이스였다. 속 편한 음식이었다.
다시 한 시간 걸려 사누르로 오는 동안 한 사람은 곤하게 잠이 들었고, 난 서울에 있는 지인들과 카톡을 했다. 정겸이네 사랑스러운 인행이 결혼 소식을 들었고, 이기성 교장쌤 모임이 일박이일 평창에서 있다고 카톡방이 분주했다.
호텔에서 좀 쉬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은 호텔 아래쪽 비치를 걷기로 했다. 위쪽이 오성급 럭셔리한 호텔 뒷편 분위기 있는 카페와 비치의자들이 있었다면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소박한 곳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와서 물놀이를 하고, 팬티도 안 입는 까만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비올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저녁은 폭립이 맛있다는 ‘Naught nuri’s’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고행이었다. 해변길은 돌아간다고 한사람이 구글지도를 보고 택한 직선 길은, 차들이 엄청 달리고 인도도 별로 없는 곳의 역주행 방향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걷는 기분, 나무와 풀은 우거지고 보도블록은 깨지고 일요일 저녁이라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킬로를 걸었단다. 가서 보니 사람들은 다 이 레스토랑에 있었다.
폭립과 스콘앤 치즈, 닭꼬치를 시켰다. 한사람은 오백씨씨 맥주, 난 마가리타 스페셜을 시켰다. 데낄라 앤 마가리타 칵테일 잔엔 소금이 촤아아악 발려 있었다. 내가 들은 데낄라 썰, 소금을 핥아 먹는다니 어떤 사람은 목이 성감대라고 거기에 소금을 발랐다는 이야기 ㅋㅋㅋㅋㅋ 난 향긋한 칵테일을 한 모금, 소금을 슬쩍, 좀 짰다. 마가리타를 시켰을 때 ‘Do u like dance?’라고 물었다. 나와서 춤추라고? 노노, 아이 돈 라이크 댄스라니 알았단다. 그런데 한참 먹고 있을 때 크루들이 쭉 일렬로 서서 신나게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옆자리 남성이 마가리타를 시켰고 크루들은 그를 향해 춤을 췄으니, 나보고 춤을 추라는 게 아니라 내 주문에 맞춰 춤을 춰줄까요 말까요 였던 것이다. 다음에 오면 해달라고 해야지:)
올 때 하늘이 어둑하긴 했다. 한사람이 헤비 레인 예고가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비 한방울 내리지 않다가 이렇게 폭우가 내린다고? 스콜이라고 하기엔 오래도록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렸다. 우린 아이스티를 하나 더 시켜서 정신을 차리고, 그랩을 불러 호텔로 돌아갔다. 한사람이 모자를 두고 와서 다시 유턴 유턴해서 찾아왔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9시도 안 된 시간. 하루가 고되니 착한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우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홀리데이인의 호텔조식이 제일 훌륭했다.
공원 뷰, 눈 앞이 키 큰 나무로 가득했다
오늘은 스노클링 데이, 유일하게 맞춰 입은 옷이 헐렁한 래시가드
사누르에서 거의 우붓 위까지 올라가 빠당바이 비치. 길 건너에 길리가 있고 누사두아가 있다.
다행히 날씨가 도와줘 비는 안 오고 햇볕은 강하지 않고 파도도 약하단다.
출발하던 곳, 두둥 좀 설레고 두려웠다
탄중제푼에서 한 시간, 블루라군에서 한 시간, 초심자에게는 심하게 긴 시간이었다.
배 안에서는 그래도 신남
초심자치고는 그래도 잘 한 셈이란다. 물 아래서 수백마리의 물고기를 만났다.
충분하다고 말하며 두번째는 조금 일찍 올라왔다. 선장님이 찍어준 그때의 내 몰골. 잠시 후에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왔다. 두번째에 오히려 다들 멀미가 심했다고 했다.
세 커플이 한 배에 탔는데, 인도 커플은 우리처럼 초심자이고, 고프로 촬영을 부탁한 한 커플은 명품이었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모델 같은 여인이 멋있어서 슬쩍 찍었다.
점심은 스노클링한 곳에서. 내가 우연하게 시킨 것이 속 편한 야채죽이었으니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수혁이가 챙긴다고 왔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피했다고, 이때 막 날라온 보리 나물이
사누르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저녁 먹는다고 나간 해변도로. 이번엔 현지인이 많은 곳으로 걸었다.
나도 씨워커
바닷가마저 홀리하니,
도로는 말할 것도 없다.
역방향으로 도로도 변변하지 않은 곳을 이킬로나 걸었다
돼지고기 폭립을 주제로 한 스테이크집. 마가리타를 시켰고, 사테라 부르는 꼬치도 맛있었다. 갈 때쯤 폭우가 내려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이날은 스포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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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