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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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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0월 13일] 시월 초순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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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초순 무렵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시월이다. 황동규의 시가 생각나는 시간.
시월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아늬, 석등(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시월 우리 학교 교정엔 감나무가 풍성하다. 며칠전 아저씨들이 감을 모조리 따서 교무실 책상에 두세 개씩 놓아주셨다. 아직 떫어 먹지는 못하지만, 두세 개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감나무. 그런데 우리 학교엔 좀 떨어지는 감나무가 한 그루 있다. 줄기가 너무나 약해서 저게 제대로 감나무 역할이나 할까 했는데 여느 감잎 못지 않게 풍성하게 이파리를 냈다. 그렇지만 열매를 만드는 데는 힘이 부족했던지 꼭 낑깡만한, 어린 시절 화장실을 밝히던 오촉 전구같은, 그런 새끼감을 달고 있다. 바로 이것. 안쓰럽고 기특한 감나무다.
다음은 추석 즈음의 올림픽공원이다. 억새가 한껏 정취를 자아내고 있고, 목화밭을 조성해놓아 여릿여릿한 꽃이파리의 목화가 봉오리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올 여름 장하게 올려다봤던 귀룽나무도 가을옷을 입으려 하고 있었다. 하얀 샹들리에를 늘어뜨리고 향기로웠던 귀룽나무에 머리끝에서부터 흰머리가 희끗희끗하듯이 붉은 기운이 내려안고 있었던 것. 한여름에 장하게 올려다봤던 것처럼, 한동안 그 나무를 한참 보다가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 학교의 나무들. 3층 우리반에서 바로 보이는 나무이니 얘는 키가 꽤 크다. 두충나무에도 울긋불긋한 기운이 들었다.
그 앞의 느티나무는 아직 본격적인 낙엽은 아니지만, 햇살은 이미 가을 햇살이었다.
교정을 돌아서 본관으로 들어오다 보면 만나는 담쟁이. 봄에서 여름까지 찍고 또 찍었던 담쟁이.
그날이었다. 맑고 고운 가을날. 야간자습 때문에 칼퇴근을 안했었나, 암튼 6시 무렵 우리 학교에서 올려다본 가을은 석양빛, 노을빛, 가을이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그러나 여전히 시월 초순인 어느 날 제일 먼저 우리 학교에서 단풍다운 단풍이 든 것은 붉은 복자기 나무. 자기, 자기 복자기 나무
11일 일요일엔 이삼주 만에 남한산성엘 올랐다. 주말마다 바빠 한 사람만 가곤 했던 남한산성. 아, 서문 근처 막걸리가 얼마나 먹고 싶었던가. 그 정상에 코스모스가 싱싱하게 피어있었다. 한 사람이 그랬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니, 2009년 10월 11일 남한산성에서 주인공은 코스모스였다. 벌개미취일까 쑥부쟁일일까 헷갈리는 보랏빛 가을꽃과 어울려 있는 코스모스
그 코스모스 앞에서 한 장. 올해 들어 꽃만 보면 벌쭉벌쭉 옆에 가서 선다. 찍어놓고 보니 여름내 쓰고 다니는 보랏빛 모자는 이 코스모스와 어우러지기 위해서였나보다. ㅋ
다시 싱싱한 왕코스모스를 주인공으로.
가을, 남한산성에서 한 사람.
이번엔 노란, 산국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구절초 비슷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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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