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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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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0월 19일] 시월도 중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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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도 중순, 가을이 완연하다.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가을이 완연하다고 했지만, 지금 부는 바람은 거의 수능 볼 때의 바람이다. 급하게 아저씨들이 교실에 오셔서 난방을 점검하셨고, 아이들은 웅크리고 다들 이불공주가 되어 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바람이 셌다. 종종걸음을 칠 만치. 어젯밤 비가 내리고 나서 날이 추워진다더니 아침보다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초겨울. 이제야 가을이 오고 있는 이맘때에 비해 오늘 날씨는 유난하다.
며칠전 오랜만에 학교를 돌면서 가을 이파리를 찍었다. 해거리를 한다는 감나무는 작년에 비해 유난히 볼품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감잎마다 병이 들어 있다. 작년엔 반짝거리는 도톰한 감잎이 예뻐서 단풍 잘 든 감나무 잎을 하나 주워온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아니다.
이건 이맘때 목련나무 이파리
이건 4월에 한참 예뻤던 라일락, 수수꽃다리
산수유는 길주름하고 붉은 열매를 달고 있다.
학교 뒷마당, 산책을 하다가 가끔씩 쉬어가는 느티나무도 붉게 붉게
여름내 푸른 담쟁이를 찍었는데, 이제 그 담쟁이들이 멋진 모습으로 가을을 맞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엔 훌쩍 엄마에게 다녀왔다. 추석때 다녀오긴 했지만 지난 수요일이 엄마 칠순이 되는 생신날이었다. 아버지하고 8년 차이가 나는 엄마는 손사래를 치면서 어디어디 다녀오거나 뭘 하는 것을 마다하셨다. 2년 뒤, 아버지 팔순때 같이 하신다고. 그래서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같이 하고, 난 잠깐 들렀다. 그때 친정집 옥상, 그러니까 엄마의 정원엔 국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하얀 국화(구절초일까?)를 들여다보는데, 얘, 이건 ‘다알리아’야, 이것도 찍어. 그리고 이건 나중에 얼마나 크고 예쁘게 피는지 몰라 그러셨다. 소국, 다알리아, 왕국화, 친정에 피는 가을 꽃들 퍼레이드.
그리고 어제였다. 지난 주부터 조금씩 일상의 질서를 회복해서 남한산성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일요일에도 점심을 먹고 한 사람과 남한산성엘 올랐다. 늘 도는, 남한산성 둘레길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보랏빛 꽃을 달고 있던 싸리나무 잎도 노랗게 노랗게
비교적 늦게 잎을 냈던 가죽나무인가? 노란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의 나무
벚꽃이 예뻤던 나무들도 단풍이 들었다.
올라가는 길가, 참나무들도 단풍이 들면서 바싹 말라가고 있다. 이맘 때 이런 색조를 지닌, 거기에 가을 햇볕이 스며든 참나무 잎.
일주일전에 생생한 코스모스를 보며 감탄했는데, 어제 남한산성 정상에서도 코스모스는 여전했다. 가을햇볕 아래 코스모스 옆에 선 덕분에 맘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
고개를 숙여 숨을 죽이며 사진을 찍는 순간, 얘네들의 아름다움과 만나는 순간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을 하고 다시 둘러 둘러 남한산성을 크게 돌며 내려오는 길
그 길에서 만난, 꽃보다 아름다운 이파리 시리즈
내려가는 길이다. 지리산에서 법계사 길로 내려가는 것처럼, 우리가 고른 길은 너무 많이 둘러가는 길이라 사람들이 없는, 그러나 우거지고 우거진 길이다. 이 길에서 만난 노란 나무가 예뻐 그 아래에 섰다.
감탄을 하며 카메라 앞에 주책없이 자주 서게 된다. 그 만큼 행복한 산행. 그 산행에서 열심히 찍어준 한 사람의 흔들리는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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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