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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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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0월 23일] 망중한, 가을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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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가을 무렵
2009년 10월 23일
우리 아파트를 한 바퀴 돌다가 1동 화단 앞, 꽃을 예쁘게 가꾸던 그 집의 화단에서 이 꽃을 보았다. 흰 국화를 그냥 통칭해서 구절초라고 불러도 되나 모르겠다.
이 사진의 구도는 일 년에 두 번쯤 매번 찍는 것. 봄에 신록이 눈부실 때와, 가을 단풍이 고울 때. 먼저 뒷베란다 청소기 앞에서 보이는 튜립나무의 가을
이 사진을 찍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편 구석에 앗 붉은 기운! 내가 본 마로니에 중에서 이처럼 곱게 붉은 색으로 물든 것은 처음 봄.
뒷베란다에서 앞베란다로. 이번엔 테니스장을 감싸고 있는 은행나무, 느티나무들
다시 학교에서 찍은 사진. 점심 먹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전에 나팔을 불었던 그곳에 씨앗만 달려 있었다. 나팔꽃을 보면 늘 나오는 수혁이 이야기. 여기에 썼는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생각나는 수혁이랑 시 이야기. 어린이집에서 가을 씨앗을 마분지에 붙여오고, 관련된 글도 적어보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다. 동네를 돌다가 채송화랑 나팔꽃 씨앗을 주워 스카치테잎에 붙였던 게 기억난다.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안도현의 시 ‘땅’을 함게 적었더랬다. 바로 이것.
땅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라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그런데 이 시를 읽고서 수혁이가 씩씩거리는 거다. 왜 자기에겐 땅을 하나도 안물려주냐고 ㅋㅋ 그래서 나는 나팔꽃만 보면 거의 자동으로 안도현과 이수혁이 떠오른다. 그 나팔꽃이 씨앗만 남아 있었다.
뒤뜰 봄날 하얀 철쭉이 눈부셨던 그 영산홍과 이파리에도 물이 들었다. 들여다보니 이것 또한 꽃보다 곱지 아니한가.
우리 학교에서 가장 단풍이 멋진 나무다. 예전엔 두충나무인 줄 알았는데, 줄기가 꼭 감나무인 듯함. 이 나무 고스란히 서정적인 풍경이다.
그 나무가 보이는 자리에서, 그러니까 느티나무 그늘에서. 올려다본 느티
본관에 들어가기 전, 다시 올려다본 담쟁이
한 바퀴를 온전히 돌려면 본관 앞, 칙칙한 화단도 돌아야 한다. 일년 내내 빛을 보지 못하는, 말로만 본관 ‘앞’ 화단, 담쟁이가 단풍나무를 휘감고 있다.
그 옆, 노란 박태기나무. 콩과나무란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노란 하트, 콩잎 한 장
정문쪽으로 돌다보면 사철나무들이 반짝거리는 가을 햇볕을 받고 있다. 그 사철나무에도 이름이 무색하게 노란 단풍(?)이 들었다.
아이들이 교문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장엄한 단풍나무가 이제 막 물이 들려 한다.
단풍나무 앞에는 벚나무가 있다. 봄에는 벚나무쪽이 화려했는데, 이젠 단풍나무의 계절인 듯 벚나문 잎을 떨구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단풍 못지 않은 벚나무
우리학교 단풍을 대표하는 나무는 붉은 복자기 나무. 슬슬 물이 들고 있는 한 그루와, 그 위쪽 햇볕을 고스란히 밝아 붉어진 나무 또 한 그루
그 옆의 서어나무. 봄부터 근육질의 매끈한 서어나무를 내 나무 보듯 했는데 올해 가을은 노랑색이 별로 곱지 않다.
내 알기에 아주 늦게 잎을 피워낸 대추나무가 꽃도 조촐하게 피워냈다.
산수유 붉은 결실
그리고 이건 다시 담쟁이 사진이다. 한 바퀴 돌면서 감탄하며 올려다본 담쟁이를 눈높이에서 찍으려면 5층 이과반 수업하러 올라가는 계단에 서면 된다. 수요일 7교시 11반 작문 수업하러 올라갈 때면 아쉬웠던 카메라를 오늘은 작정하고 가지고 갔다. 하여, 눈높이 담쟁이.
지금부터는 어제 사진이다.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오전에 수업을 내리 몰아서 하고, 3시부터 동북고에서 하는 어떤 연수에 가야했다. 오전에 세 시간, 점심 먹고 한 시간하고 나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를 나왔다. 반장아, 부탁해! 학교 밖 공기가 한결 더 상쾌하다.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더니 2시 10분엔가 동북고엘 도착하게 생겼다. 나무 그늘 아래서 딱 한 잠만 자고 갔으면 좋을 상황맥락. 그래서 올림픽공원에 주차를 하고 뜻하지 않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올림픽공원 근처 사시는 분과 얘기하다가 나온 나무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 게시판에도 올렸던 ‘꽃아그배나무’가 주렁주렁 가을의 결실을 달고 있었고
올림픽공원의 오후 2시 30분 남짓 풍경은 이랬다.
마로니에의 성정대로 잘 뻗었고, 물도 잘 들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던 계수나무와도 만났다. 계수나무는 지난 주쯤, 아이들 백일장 갔을 때 한 바퀴 돌던 과천 서울대공원 순환도로쯤에서 만나야 했다. (몇년 전 이맘 때는 그랬으니) 지난주에 퇴근하면서, 계수나무가 제일 먼저 낙엽을 떨굴텐데 어디 가서 보나.... 생각했다. 그랬는데, 오늘 이 짬을 낸 산책길,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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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