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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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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0월 26일] 시월말, 가을 한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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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말, 가을 한 때
2009년 10월 26일 월요일
○ 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 남한산성
요번 주 남한산성은 아침엘 올랐다. 늘 점심 먹고 한잠 간단히 자고 올랐던, 해가 한풀 꺾인 즈음에 비해, 아침 10시 남한산성의 가을은 또 다르다. 집 앞을 막 나서는데 눈 밝은 한 사람이 가리키는 여름의 흔적
한달음에 남한산성엘 올랐다. 매주 오르다보니 꼭 우리집 뒷산 같다. 정상, 연주봉 옹성에서 내려다보는 장관. 저번 주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남한산성 자락이 색깔옷으로 갈아입었다.
누룽지막걸리 한 잔 하고, 내려가는 길. 아침 일찍 올라온 기념으로 좀 멀리 가기로. 서문에서 중부면 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서문에 올라가는 반 바퀴를 추가하기로 한다. 서문에서 내려가는 길, 남한산성엔 담쟁이 벽화가 한창이다.
남한산성을 끼고 도는 두 시간 코스에서 절반 정도, 산성 바깥 호젓한 오솔길을 걷기로 했다. 여름 내내 호젓하게 우리 둘만 가거나, 가끔씩 마주치곤 했는데, 어젠 완전히 줄을 섰다.
그 길 왼편으로 제법 큰 산에 온듯한 경치가 이어졌다. 참나무가 노랗게, 단풍나무가 붉게, 주홍빛으로, 노란빛으로 물이 들어 있었다. 핏빛 단풍에 경탄이 이어졌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걷던 길.
꽃보다 고운 나뭇잎, 가죽나무였을까
멋진 풍경 앞에서 벌쭉벌쭉 서서 사진 찍어달라는 게 늙어가는 모습이라고, 여기에도 몇 번을 썼는데, 다시 이 단풍나무 앞에 서게 되었다. 저 멀리 단풍이 꼭 내 왼편에 보여야 해, 오른편은 내 자켓이 맡을게 ㅋㅋ
남문을 지나 다시 서문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다른 사람들은 서문 정상에 올랐다가 이 길로 하산하는 길이라 역주행하는 사람은 우리 뿐이다.
그 길에 앉아 잠깐 다리쉼을 하다가 만난 노란물봉선, 그리고 꿀벌의 낯 뜨거운(?) 장면
이젠 서문에 올랐다가 진짜로 내려가는 길
얘가 제대로 물든 가죽나무
거진 다 내려와서. 누리장나무 향기로운 (누린내의 어원이 된다고 들은 것도 같다만...) 꽃이 진 자리, 열매라고 해야 하는지.
집 앞에 내려오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두 아이만 아니면 내려오는 길에서 막걸리 한 잔을 더 할 것을. 수능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밥도 안차려주나 싶어 마음을 돌렸다. 내려오다 집 앞에 새로 생긴 김치말이국수랑 이북식 만두 먹자고 하니 집에서 혼자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던 수혁이도, 독서실에서 고단하게 오전을 보내던 수민이도 한달음에 나왔다. (결국 엄마가 차려주지 않은 것은 맞았다.) 점심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 사진기가 있고, 아이들도 있어서. 수줍어 하면서도 나란히 서는 두 녀석. 고맙고, 기특한 두 녀석. 두 녀석도 꽃과 나무.
○ 2009년 10월 26일 월요일 ; 학교 교정, 점심 먹고 한 바퀴 도는 산책길
우리 학교엔 나만의 비밀 정원이 있다. 비밀 정원이라니 은밀하고 호젓한 곳이 연상되지만, 툭 트인 곳. 본관에서 바라다보이는 운동장 맞은 편이다. 그쪽은 오르막길의 끝쪽이라서 바로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운동장의 세 면에서는 접근 가능하지만, 한쪽 면, 내가 비밀 정원이라 부르는 쪽은 거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축구하는 아이들이나 가끔 갈까. 그러나 이곳엔 꽃사과나무와 복사나무, 멋진 벚나무가 있다. 그리고 오르막 축대를 뒤덮은 담쟁이가 바탕화면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월, 이곳은 복사나무 요염한 자태와 꿀벌 잉잉거리던 화사한 꽃사과나무, 벚나무 천국이었다. 그곳에도 가을이 들었다.
그곳, 꽃사과나무의 결실
올해 가장 황홀한 색감의 벚나무
그 벚을 벗하는, 담쟁이 바탕화면
마지막, 산책을 마치고 교무실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의, 역시나 담쟁이. 그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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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