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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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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0월 31일] 시월의 끄트머리에서 빛나는 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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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끄트머리에서 빛나는 노랑
2009년 10월 31일
우리학교에는 서어나무가 두 그루 있다. 서어나무는 예전 <숲과 문화> 회원으로 숲 탐방을 다닐 때 처음 알게 된 나무였다. ‘숲 속의 보디빌더’라는 별칭으로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 눌와)에 소개된 이후, 우리집 둘째는 서어나무를 보면 울퉁불퉁 근육질의 엄마나무라고 했다. 서미나무 그러니까 서어나무.
난 그런 호칭이 반가웠다. 잘 자란 깊은 숲에서 만날 수 있다는 미끈한 나무. 그 서어나무에 단풍이 들면 얼마나 황홀했나. 다른 이들이 가을 단풍 절정기에 붉디붉은 단풍에 환호할 때 난 나지막하게 서어나무를 불러냈다. 곱게 잘 늙은, 연륜이 배어나는, 담박한 서어나무의 노랑.
시월 마지막주엔 그 서어나무가 우리 학교에서 주인공이었다. 붉은색 다섯손가락이나 형형색색으로 물든 벚나무잎을 줍는 사이 사이 난 서어나무를 눈여겨 보았다. 깊은 숲에만 있다는 서어나무를 어떻게 교정에 심을 생각을 했을까. 난 등굣길 왼편의 잘 자란 서어나무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앞의 사진이랑 이 사진이 뭐가 다를까만, 이건 분명 그 다음날 찍은 서어나무이다. 가장 아름다운 이삼 일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것. 그 이삼 일은 점심시간마다 그 나무 아래에서 종종거렸다. 멀리서, 가까이서, 안쪽에서, 바깥쪽에서.
그 서어나무 옆에 나란히 선 벚나무의 시월말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 다정한 친구처럼 이 두 나무는 봄에서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나란하게, 부지런한 삶을 살았다.
맨처음엔 벚꽃 이파리를 줍기 시작했다. 걷다가 눈길을 붙드는 색에 반해서 한 장, 또 팔랑 떨어지는 예쁜 이파리에 반해서 또 한 장.
운동장에 심은 벚나무는 좀더 잎이 바닥을 향해 있었고,
계단 내려가는 길에 있는 벚나무는 아직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싱그러운 노랑으로 물들고 있다.
이번엔 우리집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튜립나무, 일명 목련나무이다. 한때는 이 나무를 음나무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 며칠 전 막 퇴근해서 차를 주차하는데, 이 나무도 황홀한 노랑으로 곱게 물들고 있다. 앗, 저, 저 노랑!
갈색으로 마르기 전에, 가장 황홀할 때 한 장 더.
때마침 집 앞에서 역시 퇴근하고 돌아오는 우리집 둘째를 만났다. 야, 너도 이 앞에 좀 서봐라. 하여 찍은, 황홀하게 반짝이는 순간.
4월달, 요염하게 분홍빛 꽃을 피웠던 복숭아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 복숭아나무의 잎마저도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시절.
운동장 가, 살구나무의 가을도.
다시 감나무. 우리 아파트의 감나무잎이 너무 예뻐 올려찍었는데, 그 색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교정을 한바퀴 돌다가 주워온 벚나무잎부터 학교 교정 깊숙한 곳에서 홀로 아름다운 감나무잎까지. 그렇게 주워온 잎을 코팅기에 넣고 책갈피를 만들며 시월말을 보냈다.
그리고 바람 부는 날, 떨어진 감과 모과도 눈높이에 맞춰 올려놓고 가을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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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