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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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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9년 11월 7일,8일] 가을이 저만치 가는 주말, 남한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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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만치 가는 주말, 남한산성
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1. 토요일
지난 주말엔 이틀 내내 두 사람 다 산에 있었다. 교과서 작업이 얼추 끝나기도 했고, 가을이 저만치 달려가고 있기도 했고, 비가 와서 운동을 간다던 한 사람이 나가지 못한 까닭이기도 했다. 수능을 며칠 앞둔 딸은 독서실에 갔다가 마지막으로 영어학원에 간다고, 늘 바쁜 부모인 줄은 알지만 (정확히 말하면 자기들만 아는 부모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번만 태워달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부모 노릇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찔려하고 있던 터, 토요일 서너 시에 나간다는 첫째 학원 시간을 위해서 우린 아침을 열심히 살아야 했다.
나랑 두 아이는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찾아온 떡과 함께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면서 학급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긴장으로 발그레 오랜만에 상기된 얼굴을 하였다. 그렇게 두 시간을 마치고, 학교 모임에서 칼국수를 먹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렸다. 그 사이 한 사람은 아침에 앉혀놓은 밥솥에 전원을 누르고, 학교에서 돌아온 두 아이 점심을 차려 먹였다. 적어도 1시에는 가야 3시 조금 넘어서 돌아오지. 이게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시나리오대로 난 집에 도착해서 등산복으로만 갈아입고, 남한산성을 향해 뛰쳐 나갔다.
그래서 오게 된 지난 토요일의 남한산성. 가을빛이 완연했다.
늘 그렇게 올라가는 길
멀리 단풍나무가 하도 예뻐 찍어달랬더니, 정말 건장하게도 찍었다. 머리 위에 공간을 두면 사람이 좀 작아보이지, 웃기지만, 화사한 단풍 아래 건장한 내가 웃겨서.
모든 나무가 지금은 봄을 준비할 때인가 보다. 여기저기 봄의 흔적
남한산성에서 연주봉 옹성 올라가기 직전, 우리가 일 년을 길들인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늦은 봄, 브로컬리같은 꽃과 새잎을 함께 내는 그 나무를 들여다보며 이름이 뭘까 궁금했다. 이 게시판에도 4월과 5월 내내 이 나무가 어찌 봄을 나고 있는지 속속 올려진 사진이 있다. 그런데 그 나무 이름을 이제 알았다는 거. 그 나무는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물푸레나무였다. 어느 나무 탐방때 강사가 계곡물에 담그자마자 파랗게 색을 냈던, 낭창낭창 여인네 이름같은 물푸레나무. 오규원의 시였나 이성복의 시에 나왔던 물푸레나무였다. 그 나무 이름을 알고 나서, 이젠 겨울나무가 된 물푸레를 찍었다. 하얗게 얼룩이 지는 것이 봄부터 이 나무의 특징이었다.
이 나무를 알려준 책은 바로 이 책. 『나무해설도감』(윤주복 지음, 진선북스). 이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다가 훌훌 넘겨보다가 만난 이 사진! 내가 봄에 내내 찍은 사진이 아닌가 말이다.
정상에 올랐다. 산이 한결 더 울긋불긋. 포토라인에 나란히 서서 한 장씩 찍었다.
연주봉 옹성에서 서문 쪽, 누룽지막걸리 마시는 소나무숲 가는 길엔 복사나무가 한 그루 있다. 작년에 요염한 자태를 보인 나무. 그 나무도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흔적.
그 복사나무를 지나면 두 그루의 수상쩍은 나무가 또 있다. 한 그루는 버드나무과로 밝혀졌고, 이 나무는 잎을 보니 (캐나다 어디)단풍나무가 아닐까 싶다. 이 나무에도 가을이 곱게 들었다.
내려가는 길. 오늘은 빨리 가야해서 둘러 둘러 숲이 멋진 길보다 직선 코스로 간다. 낙엽으로 주단을 깐 길. 지난 주에 바람이 분 탓에 참나무잎이 카페트. 이건 냄새보다, 시각보다, 푹신한 촉감으로 기억할 일이다.
아무리 발길이 바빠도 이날의 숲이란. 그저 참을 수 없음이다. 숲, 숲, 숲!
가을의 색을 들여다본 순간이다. 산을 오르는 길에, 내려가는 길에, 가을이 지닌 풍부한 색에 놀라는 눈을 한 순간이다. 어쩜. 이럴 때는 화가의 재능이 부럽다. 주책없이 팍팍 찍었는데, 또 몇 장 빼기도 아쉽다.
맨 아래쪽, 하산길에 만난 고양이. 야옹
2. 일요일
일요일은 밤새, 아침 내내 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운동 가기로 약속한 한 사람이 가지 못할 정도로 피는 퍼부었다. 새벽같이 간다고 토요일도 챙겨서 일찍 자던 한 사람이 미웠는데, 쌤통이었다. 혹시 비가 그치면 오늘도 산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했다.
오전엔 아들이랑 친구 앉혀놓고 관동별곡을 들여다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절창이다. 동적인 움직임에서부터 마음 속 흔들림까지. 정비석의 산정무한은 댈 것도 아니다. 몇 년전 다녀온 금강산이 생각났다. 금강산을 생각하다보니 아무래도 남한산성에라도 가봐야 할 것 같다. 비도 때마침 그쳐주시고. 라면을 훌훌 끓여 먹고 나선 일요일의 산길은 정말이지, 익숙한 표현이지만, 참을 수 없음이었다.
아침내 비가 왔으니, 숲은 진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냄새와 촉감에 만족하며 오르는 길.
비에 젖은 길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노랗고 노란 참나무들이다. 참나무숲이 정말 좋다.
우린 요즘 산에 가면 각자 음악을 듣는다. 발이 빨라 늘 앞서가는 한 사람 뒤에서 천천히 사진도 보고,숨도 고르며 따라가는 길. 가끔 가다 언제 오나 기다리기도 하고, 내가 보이면 또 쌔앵 등을 돌리며 가는 한 사람. 지난 봄에 증명사진 찍는 것처럼 서 있는 것보다 우연히 돌아본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자주 돌아보는 모습을 찍게 된다.
하얀 찔레꽃이 지고 난 다음, 빨간 열매
참나무 잎
생강나무 잎
혹시 국수나무 잎?
참나무에 반했던 시간
같은 길로 올라가 다시 정상. 이번엔 물푸레나무 앞에서 한 장을 찍어달랬다. 물푸레나무와 나
아침내 비가 와서 그런지 정상에서 내려다본 하늘엔 검은 구름이 많다.
다시, 한 사람씩 찍어주고. 올라올 적마다 꼭 이 자리에서 찍다보니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이 사진들을 모아 모아 한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을 듯.
병이 들었나, 단풍인가
비를 머금고 있는 소나무 줄기는 새카맣다. 섹시한 몸이 멋진 소나무숲을 연방 찍었다.
볼수록 오묘한 색이다. 또 그림 그리는 재능이 부러웠다.
오늘은 바쁘지 않으니 천천히 남한산성을 돌기로 했다. 둘러 둘러 내려가자. 남한산성 둘레길.
그 숲은 전부 낙엽 융단, 낙엽 이불을 깔았다.
하산길
남한천약수터로 돌아내려오는 길은 남한산성을 제일 크게 그리는 길이다. 하산길에서 만난 이 나무는 잎갈나무? 땅에 떨어진 낙엽이 달라 올려다본 나무.
어느 때가 가장 참을 수 없었나 생각해본다. 바로 이 지점. 한 사람 멀리 보이고, 혼자서 숲의 일원이 되어 내려가던, 이 길.
색에 다시 놀라고
비에 젖은 길, 조심해서 내려오는데
계곡도 달라졌다. ‘난 지금 깊은 산중에 와 있다.’
그러다가 만난 푸른 빛, 댕댕이 덩굴
다시, 생강나무
다 내려왔다. 등산복 털고, 화장실 다녀오는, 등산로 초입에서 바라다보이는 가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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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