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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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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김민철, 무정형의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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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무정형의 삶
2024년 9월 19일(목)
추석 연휴 끝나고 오자마자 1,2,3,4교시 수업을 하고 난 점심이지만, 난 파리에 있다. 책을 펴낸 위즈덤하우스에서 별거 다 했으니, 김민철 작가의 신간 「무정형의 삶」 관련, “마침내 나는, 나의 고독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 음악영상을 듣고 있다.
다른 분들은 시험문제 출제에 여념이 없다. 1988년 발령을 받아 올해까지 37년차, 37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고사 출제를 안 하는 행운의 2학기를 보내고 있다. 주당 16시간 수업에 백프로 수행의 부담이 있지만, 출제 계절이 되고보니 내가 누리는 행운을 알겠다. 이어폰을 슬쩍 끼고, 마침내 나는, 나의 행운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김민철 작가는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처음 만났다. 카피라이터는 다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는 거여? 그 다음에 나온 책들을 줄줄이 찾아 읽었다. 재작년 독서 수업할 때 글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고 몇 자 쓴다고 해서 우리집에 있는 「모든 요일의 기록」을 소개했는데, 그때 이 책을 선물했는지 집에서 찾아봐도 없다. 대신 나는 「내 일로 건너가는 법」과 「하루의 취향」을 읽고 여기에도 몇 자 썼다.
학교 책 읽는 모임 ‘책소리’의 9월 도서가 「무정형의 삶」(김민철, 위즈덤하우스)였다. 앗, 김민철이라는 이름을 다른 분에게서 듣고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추석연휴에 쉬면서 파리에 계셔라 덕담을 하며 책을 나눠드리고, 나도 연휴 동안 이 책과 함께 했다.
오늘 수업은 장편소설 읽기를 마치고 글과 그림으로 독후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도화지와 색칠 세트 준비하고, 구글클래스룸에 글쓰기 양식을 올리고 이제 너희들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림을 잘 그리면 그 재능으로, 글쓰기를 잘 하면 또 글쓰기 재능으로 읽은 책을 갈무리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그림과 글에 몰두하는 사이에 난 김민철 작가의 책을 끝냈다.
책은, 일분기의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라서 그런지 내 일인양 읽혔다. 이분기의 삶을 앞에 두고, 아무래도 한달 쯤은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게 독후감의 일성이다.
요약하며 읽은 내용을 붙인다.
부제가 ‘김민철 산문집’이자 불어 제목으로는 “une vie libe՛re՛e”이다. (구글편집기로는 불어 악상이 어렵다.) 자유로운 삶 정도. 이전에 읽은 책 「하루의 취향」에서 그토록 퇴사를 부르짖더니, 이번 책은 퇴사하고 꿈꾸던 파리로 건너가 60일을 머문 기록이다. 내겐 퇴직하고 몰타로 두 달 어학연수 다녀오신 이은숙 교장쌤도 계신다. 나도 조만간 자유로운 삶으로 건너간다. 추석 연휴를 기념한다고 몇 권 골라 가져온 책 중에 이 책을 제일 먼저 잡는다. 두근거리며 읽는다.
프롤로그: 다른 모양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토록 원하던 무정형의 삶에 도착했다. 나의 오래된 꿈 속으로 / 작가처럼 간절히 꿈꾸던 도시는 없다. 다시 가고싶은 곳이라면 포르투칼의 소도시들 정도. 다시 간다면 이번엔 한 사람과 차를 렌트해서 천천히 돌아다니고 싶다. 중남미를 간다고 매달 돈을 적립하는 모임도 있다. 이건 모임 분들과 갈 것이고, 김민철 작가의 파리처럼 혼자서 체류하고 싶은 나라나 국가라면? 아일랜드의 더블린, 독일은 베를린, 스페인이라면 바르셀로나, 몰타를 간다면 시칠리아에서도 한참… 김민철 작가의 예전 책 중에서 외운 문장이 있다. ‘우리에겐 지극히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가득 찬 각자의 행성이 필요하다’ 그게 시간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다. 혼자서 자유롭게 만끽하는 삶, 그 삶을 먼저 책으로 만난다.
스무살 때 갔던 퐁피두 센터 2층 도서관,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갑자기 그곳에서 공부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일생의 꿈이 되었다. / 내게도 그런 도서관이 있다. 어느 도시에 가든 도서관에서 죽치는 날을 보낼 것이다.
지금의 내 일을 모욕하지 않으면서 답을 하는 게 가능할까. 더 늦었다가는 계속 이 자리에 머물 것 같다는 불안감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온종일 쥐어짜는 일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퇴사에 대한 갈망이 심하겠다.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수업이 버거울 때 혹은 지겨울 때, 아직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체력이 있을 때,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몸이 쉬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좋을 때 그만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용기를 한 톨 한 톨 모아 마침내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은 말릴 수 있는 방도는 아무에게도 없다. / 오늘 갑자기 눈물이 터진 이야기. 연구부 노유리쌤이 우리학교에서 주최를 하는 국사련 업무를 조용히 혼자서 하고 있다는 것을 부장회의에서 처음 알았다. 국사련 덕분에 다녀온 여행지가 몇 곳인데, 5층 올라간 김에 우연히 만난 쌤에게 손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돕겠다는 말을 하다가, 올해까지만 한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말을 하다가 나도 목이 메고 유리쌤도 눈이 붉어졌다. 우리 학교에서 받은 게 참 많았다는 말을 하다가 눈물이 났으니, 담담할 일인데 아무래도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것도 같다.
마침내 파리행 비행기가 떠올랐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마법에 걸려 용이 된 하쿠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는 순간, 마법이 풀린다. / 나는 2025년을 어떻게 시작할까
퐁피두 센터, 조르주 루오, 제흐맹 리쉬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나의 색깔대로 살아버려도 된다는 용기였다.
‘에디터들’의 어니언 스프. 운명이라 믿길 좋아한다. 나쁜 일이 들이닥칠 때 운명이라 생각해버리면, 금방 체념이 되면서 툭툭 털어버리게 된다. 잠깐 지나가는 기쁨을 운명이라 믿어버리면, 별거 아닌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대단한 무언가가 내게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결국 나는 이 도시에서 영원토록 행복할 운명이다. / 나도 그렇다. 행운이라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쓰는데, 나쁜 일에도 쓰려면 운명이 더 낫겠다. 운명이니까 받고, 운명이라니 고맙고.
/ 두 친구들 와서 파리 함께 돌아본 이야기는 스킵. 가 본 곳의 목록은 나중에 파리 여행을 위하여 이곳에 적어둔다. 튀르리 정원, 오랑주리 미술관, 팔레 루아얄, 에펠탑, 르 봉 마르셰 백화점, 오르세 미술관, 뤽상부르 공원, 마레 지구, 보주 광장,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트로카데로 광장, 바토 무슈 유람선, 사마리텐 백화점, 몽쥬 약국, 몽마르트르 언덕, 생마르탱 운하, 퐁다시옹 루이비통, 생제르맹, 퐁피두 센터, 로댕 미술관, 지베르니, 오베르 쉬즈 우아즈, 옹플뢰르와 몽생미쉘… 관광객들 리스트다.
금요일 퇴근 후 남편이랑 노는 시간만큼 좋아하는 건 주말 아침에 혼자 깨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었다. 일상 속에서도 여행 속에서도 그건 같았다. 그 시간이 있어야 마음의 부유물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걸 글로 써야 단정한 마음이 찾아왔다. / 나랑 찌찌뽕. 나도 그렇다. 나의 소중한 사물 첫 번째는 단연 맥북이다. 맥북을 펴놓고 전날과 간밤을 뒤적이며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거쳐야 내게도 단정한 마음이 찾아온다. 바로 이 시간.
마침내 나는, 나의 고독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얼마나 이곳에 도착하고 싶었던가. 모든 시선을 지우고, 나와 함께 고요히 있는 것. 그냥 있는 것. 가만히 바라보며 그저 있는 것. 밖이 아무리 빛나도 나만의 어둠 속에 고요히 안착하는 것. / 한사람이 주말에 약속이 있을 때, 왕창리에 혼자 간 적이 서너 번 있다. 시험 문제를 낼 때도 있었지만, 나도 그저 고독하게 안전히 도착했다. 그럴 때는 왕창리에서도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 맘껏 책을 읽다가 깜빡 졸기도 하고, 낮잠을 잤다. 바깥의 기척에 자주 문을 열어 내다보지만, 묵언수행하며 나와 고요하게 지내는 게 좋았다. 아주 가끔씩.
6월의 숙소에 대만족하는 글에 이어서… 아니, 이렇게나 좋아할 거면서 뭘 또 그렇게나 걱정을 해, 한삼힌가? 이런 나를 데리고 사는 나는 어떻겠는가? 제발 좀 적당히 하라는 잔소리를 스스로에게 퍼부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음이 매 순간 너무 제멋대로 날뛰어서 한숨이 푹푹 나온다….. 나의 몇 안되는 재능 중 최고의 재능이 바로 이것이다. 언제나 내가 가진 것이 최고의 패라고 생각하고,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선택이 실패로 결론이 난다면, 거기서 내가 또 뭔가를 배웠을 테니 괜찮다고 다독인다. / 나도 비슷한 재능을 가졌다. 자뻑과 자기위로를 잘 한다.
뷔트 쇼몽 공원 / 부러워서 구글맵에서 찾아봤다.
오일 파스텔 수업, 시넬리에 화방, 오르세미술관의 파스텔 특별전 / 여행지에서 뭔가를 배우는 형태의 여행, 나도 해보고 싶다. 쿠바에 갔을 때는 미리 살사 기본기라도 배우고 갈 것을, 아쉬웠다. 다음 여행지가 정해지면 그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꼭 해보겠다고, 여기에 적어둔다.
오래도록 내가 부러워할 대상은, 다름 아닌 오늘의 내가 될 것이다. / 오일 파스텔 수업을 받고, 화방에도 다녀오고, 상황을 알기라도 한 듯 오르세에서는 파스텔특별전이 열렸단다. 그 전시회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에 미술관을 나섰던 풍경을 그린 대목의 문장이다. 내게는? 바라데로 해변에서 하루 종일 구름과 하늘이 어떻게 변하는지 누워서 자연을 탐식했던 날이 있다. 바쁘게 쫒겨 살다가 탐스런 구름을 올려다 보다가, 정신없이 클리어 클리어의 나날을 보내다가 느닷없이 만난 황홀한 노을 앞에서 바라데로의 그날이 생각난다. 내게도 있었구나.
궁금증을 연료로 나는 나를 위한 하루를 매일매일 발명해내야 한다. 지금부터는 목적지뿐만 아니라 경로도 여행이 된다. 발이 닿는 모든 곳이 목적지가 될 것이다. 처음 보는 길을 선택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주저 없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매일 헤매면, 매일 다른 모양이 만들어지겠지. 매일 내가 다르니까. 오늘 치를 살자. / 작가가 6월의 파리에서 생각한 문장이지만, 내게는, 정혜윤의 ‘삶의 발명’을 읽은 나는, 좀 다르게 와서 박혔다. 2025년을 생각하면 진짜로 ‘경로가 삶의 여행’이 되겠다. 내 인생의 후반부에 내가 선택할 길은 어디일까. 잘 하면서도 좀 새로운 길, 그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살아가면서 내게 다정한 시간을 만들겠다.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과 이지은의 <장인의 아틀리에>
르 아브르, 에트르타 바닷가
고정된 삶을 지키는 대신 무정형의 시간을 모험하고 싶다. 그렇다면 모든 걸 정하지 않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목표 같은 건 당분간 잊는 건 어떨까. 40년 넘게 정해진 모양대로 살았는데, 앞으로의 모양도 정해져 있다면 조금 슬플 테니까. 무정형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여, 천천히 나만의 하루를 완성해내고 싶다. / 이 책을 만난 시기가 자꾸 상념으로 이끈다. 목표 세우지 말고, 그날그날 나만의 하루를 채우는 일, 그렇게 무정형의 삶을 사는 일은 내게도 해당된다. 작가의 말을 고스란히 가져오면, ‘막막한 만큼 자유로울 것이다. 고독한 만큼 깊어질 것이다. 불안한 만큼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 마음이 당신에게도 전염되길 / 암요 암요
이 게시판에 '김민철'로 검색을 해보니 꽤 많은 언급이:)
그 중에서 각 잡고 "하루의 취향"
http://lechat.pe.kr/zboard/view.php?id=thinkbook&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B1%E8%B9%CE%C3%B6&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823
"내 일로 건너가는 법"
http://lechat.pe.kr/zboard/view.php?id=thinkbook&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B1%E8%B9%CE%C3%B6&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602
「무정형의 삶」을 읽다가 작가의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생생함과 시시함 사이가 되었다. 보지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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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