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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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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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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가을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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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2024년 9월 26일(목)
올해는 유난히 짧다는 가을 아침이다. 가을이라고 호명하려면 20도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직은 아니라고, 기상청에서는 야박한 멘트를 했다. 그러나 부엌 창문을 열어놓은 이 아침은 분명 가을이다. 기상청을 의식해서 소심하게 제목을 고칠까? 초가을 아침:)
하루 늦은 어제 사진일기를 쓴다.
병인쌤과 함께 오랜만에 학교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폭염에는 운동장에 나갈 염두가 나지 않아 진짜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꽃과 나무들은 여전했다:) 특히 부중쪽 테니스장 뒷편 잘 가꾼 정원에 풀이 무성해서 한여름을 지낸 흔적이 보였다. 그 사이에 ‘흰씀바귀’가 조촐하게 피어 있었다.
어제의 탱자 수업은 흐뭇했다. 서넛이 ‘이거 안 가져 가면 안돼요?’ 했고, 나는 이거 닦았던 공치사를 좀 하며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으면 가슴 아플거라고 했다. 상상했던 것처럼, 문질문질 손에서 탱자를 굴리며 글을 읽었고, 아이들은 감상을 패들렛에 썼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 하나만 찾자, 그 이유를 자기 감상과 함께 쓰는 거라고 내가 먼저 선을 보였다. 나는 ‘그 후로 내내 크고 작은 가시들이 나를 키웠다’를 골라서, 엄마 아버지 울타리 아래의 중학생 고등학생 미선이를 호출했다. 내향적인 아이들이 좀더 많은 반에서는 숨죽이며 다들 열심히 썼고, 에너지 넘치는 반에서는 급기야 먹을 수 없는 탱자를 껍질을 벗겨 먹다가 웩,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해서 으하하 우리 모두는 웃었다. 장난꾸러기들. 난 열 편을 골라 우수작이라고 댓글을 달아줄 생각이다. 칭찬 받는 기회를 좀더 많이:) 선물은 사탕이 남았나 좀 뒤져봐야겠고.
조용한 반
들썩들썩 에너지 충만한 반
수요일 부장회의 마치고 집에 달려가는 길이 제일 좋다. 학교를 뒤로 하고, 싹 잊어버리고 집에 갔다. 도착해서 밥솥에 밥을 안치고, 냉동실에서 뿔소라와 오징어 해동하라고 내놓고 길건너 올라안과에 갔다. 내 자리 뒷편의 햇볕에 반사되는 모니터를 보며 일을 좀 많이 했더니 눈이 며칠전부터 따끔거렸다. 안구건조증이 있어 눈물약을 넣고 있지만 걱정이 되었다. 안과 선생님 말씀은? 늘 그렇듯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물이 부족해서 (울보인 내가 눈물이 부족하다고?) 눈동자에 상처가 좀 났단다. 약만 일주일 잘 넣으면 싹 나을 거라고 하셨으니 신주단지처럼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다. 위의 사진은 아파트 입구, 올라안과 가다가 올려다본 하늘
이건 다녀와서 휘리릭 무쳐서 먹은 저녁 밥상. 엄마가 주신 오징어와 한사람이 선물로 받은 뿔소라를 데쳤더니 말캉하고 달큰한 바다 냄새가 났다. 원래 야채랑 무치려고 했는데 이 순결한 몸에 고추장 범벅을 할 수가 없어서:) 따로 접시를 냈다. 대신, 왕창리 부추와 양파, 엄마가 손질해준 더덕, 식초가 떨어져 레몬 농축액, 매실청과 고추장과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었다. 그때그때 다른 맛 중에서 이 날은 묘하게 뭔가가 딱 맞아 기가 막힌 맛이 났다. 늘 3,4인분을 마련해서 둘이 배 부를 때까지 먹었다.
한사람이 설거지하는 동안 난 모자 챙겨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밤이 내려왔고, 걷기에 딱 좋을 날씨였다. 초가을 저녁. 멀리 잠실 스카이가 보이는 지점에서 한 장 찍어 아이들에게 보내니 수민이가 얼른 칭찬을 해줬다. 아이들이나 나나 칭찬은 춤을 추게 만든다.
한 시간을 걷고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가는 길, 달달한 냄새가 나서 올려다보니 아니나다를까 ‘계수나무’가 저 혼자 단풍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음주 쯤, 계수나무 단풍을 많이 보려면 과천 서울대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면 된다. 올 가을 내내 계수나무 타령을 하겠다:) 이제부터 가을이 시작되어서 설렌다.
읽는행복에는 ‘가을 아침’이라고 쓴, 같은 제목의 일기가 하나 더 있다. 2018년 10월 넷째주의 ‘가을 아침’에는 서울대도 있고, 엄마랑 이모도 있고, 수민이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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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