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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처소, 이 공간에는 잡다하고 주의 산만한 제 흔적을
올립니다. 독서일기에서 시작하여, 영화 본 이야기, 음악 들은
얘기, 아이 키우는 해프닝(^^), 별 주제없는 수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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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르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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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밤 산책, 추분의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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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추분의 행복
2024년 9월 30일(월)
가을 밤, 산책을 하고 왔다.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청량한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이 완연했다.
추분에는 계수나무의 향기가 제철!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의 추분 설명이다. 딱 이맘 때. 산책을 시작하는 후문 앞에 가로등불을 받고 있는 계수나무를 만났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계수목' 작가님 책에서 다소 길게 인용하면 이렇다.
더위가 한풀 꺾인 후로는 매일같이 저녁 산책에 나선다…. 먹물이에게 ‘쉬야존'이 있다면, 그곳은 나의 ‘킁킁존'이다. 설탕을 끓인 것처럼 진하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계수나무 낙엽. 바닥에 떨어져 말라가는 갈색 잎 하나를 들어 올려 코끝에 대보면 기분 좋을 만큼 달콤한 향이 난다. 매일 맡아도 매일 신기한 냄새.
이 냄새의 원인은 계수나무 낙엽이 부서지면서 방출되는 ‘말톨'이란 분지. 말톨은 설탕을 태워서 캐러멜을 만들 때 방출되는 분자기도 하니까 달고나를 떠올린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계수나무가 영어권에서 캐러멜 트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 향기의 정체도, 동글동글한 하트 모양의 귀여운 이파리를 가진 나무다….. (「제철 행복」 230, 231쪽)
나도 그렇다. 매일 맡아도 매일 신기한 냄새. 오늘 밤엔 이 책을 읽었기에 땅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 킁킁댔다. 아직 캐러멜이라고 하기엔 풀냄새가 강했지만, 저 멀리 공기 중에 달콤한 향이 떠도는 것은 분명했다.
이파리가 하나 더 있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때, 성질 급한 벚나무 잎이 저 혼자 예쁘게 단풍이 들었다. 파란 밤하늘을 배경으로, 가로등불을 받고 있다.
9월의 마지막날, 사진 몇 장이 더 있다.
아침엔 땅콩을 볶았다. 후라이팬에 볶을 때는 몰랐는데 접시에 담아 놓으니 타닥 타닥 땅콩 담은 접시에서 소리가 났다. 열이 식으면서 껍질이 저절로 까지는 소리? 열이 식자 땅콩이 고소해졌다. 열서너 알 정도 소포장을 해서 우리 부서 쌤들도 맛보시라고 드렸다. 땅 속에 있어 땅콩이고, 캐고, 씻고, 말리고, 까고, 오늘 아침 막 볶은 땅콩은 분홍빛 옷을 입고 있다. 탱자 건조기에 말린 것도 있다. 돼지감자에 여주 말린 거 섞어서 먹고 있는데 이제 탱자 우린 것도 먹어야 한다. 시고 쓴 탱자차를 약이라 생각하며 먹으려고 한다. 탱자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에 아주 좋다니, 벌레에 자주 물려 알레르기가 생긴 것 같은 내게도 좋을 것이다.
냉장고에서 시들고 있는 왕창리 마지막 참외와, 아침에 볶은 땅콩과 함께 호박죽을 아침으로 먹었다. 이 호박죽에는 늙은호박 뿐만 아니라 고구마와 밤, 쌀도 조금 들어 있다. 이번에는 고운죽 모드로 만들었더니 풀죽 느낌. 다음에는 다시 ‘일반죽' 모드로 해봐야겠다.
아침에 옷방에서 남방 다릴 때 창문으로 하늘이 너무 예뻐 얼른 찍은 사진이 6시 20분. 병인쌤이 아침 출근길에 하늘이 예뻐서 운전하면서 찍은 하늘이랑 같았다. 시간은? 6시 20분이란다:) 같은 시간에 우린 같은 하늘을 보며 감탄을 했다.
점심 먹고 한 바퀴 돌면서 부중 냥이 돌보는 청년들과 정아쌤을 만났다. 칭찬 듬뿍 해주고 사진 찍어드리며 나도 한 장을 찍었다.
진흥원 쪽을 가다가 만난 땅 위를 기어가는 모스바나 아류. 이건 식물인가 동물인가
밤 산책을 하면서 조용한 생활 10월호, 송경원 기자 파트를 들었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둘을 소개했는데, 난 두 소설을 모두 읽었다. <한국이 싫어서>와 <딸에 대하여> . 영화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사실 내일은 수민이랑 수혁이 생일을 퉁 쳐서 보기로 한 날이었는데, 한 사람은 운동을 가고, 수혁이는 장염에 걸리고, 수민이는 준비 안하고 모이자고 약속부터 잡았다고 아침 통화에서 한소리를 들었다. 앞뒤 안 재고 즉흥적으로 제안했구나 싶어 좀 부끄러웠다. 그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1교시에는 다시 조정하고 장소를 예약할까, 말까로 복잡했고, 2교시엔 갑자기 회의를 했다. 3,4교시 수업을 하고, 점심 먹고 한 바퀴 돌고, 5교시부터는 학교 일을 좀 했다. 인문사회부 목적사업비 예산 쓴 것을 정리했고, 우리말글주간 쿠팡 기안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하는 김에 교지 원고료 겸 상품이랑 책도 담아서 또 기안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바쁜 일을 척척 해준 오늘의 은인은 박미리 선생님으로 여기에 적고 넘어간다. 오늘도 바빴지만 가을 만끽하는 산책도 했고, 내일은 호젓하게 쉴 수 있는 10월의 첫날이니 기대가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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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